때는 2011년도 부산 모 여고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본래 2010년 신입생으로 입학했어야 했던 저는 암에 걸렸고 항암치료를 한 이후 다음 해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항암치료는 머리가 다 빠질 정도로 지독했고 그래도 어느정도 회복을 한 후 다음 해 학교에 입학을 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한 살 어린 친구들과 수업을 들어야했지만 처음에는 마냥 즐거웠습니다.
문제가 터진 건 시간이 조금 경과하면서였습니다. 학교에서 1학년은 예체능이어도 절대로 야자를 빼주지 않았고 그건 바로 몇개월전까지 항암치료를 했던 제게도 똑같이 적용 되었습니다. 면역성이 떨어질대로 떨어진 저는 아침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학교에서 공부해야하는 상황을 견디지 못했고 조울증에 걸려 야자 시간마다 토하고 잠에 깨지 못하는 등 정신적, 신체적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었습니다.
당시 담임 선생님에게 야자를 빼주실 수 없나 물었지만 안 된다고 하셨고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던 저는 교장선생님과 대화, 야자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을 받아냈지만 그 사실을 담임 선생님께 전달하자 돌아오는건 윽박과 고함뿐이었습니다. 참고로 다른 반 학생들은 선생님이 야자를 빼주기도 하였습니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갈쯤 제 상태는 더욱 악화 됐습니다.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심각하게 안 좋아진 전 같은 반 친구들과 마찰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누가봐도 아니, 지금의 제가 생각해도 제 정신 상태는 엉망이었고 어느 하루 뒷자리 동급생과 말다툼을 하다 싸우는 일이 생겼습니다. 그 다툼은 누구의 잘못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반 애들이 그 아이를 보호하자 정신적으로 구석에 몰린 전 남의 필통에서 칼을 꺼내 제 왼쪽 손목을 내리쳤습니다.
손목은 깊게 패여 벌어진채 피가 쏟아졌습니다. 많은 동급생들이 그 장면을 목격했고 누군가 불러온 선생님에 2층에서 응급치료를 받았습니다. 그 광경을 봤던 많은 또래친구들이 충격을 받았을 걸 생각하면 너무 미안하지만 지독한 학교생활에 견디지 못한 자살시도였습니다.
문제는 이 이후로 있었습니다. 제가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집에서 치료가 될 때까지 쉬는동안 제 자살시도로 충격 먹은 제 어머니를 학교로 불러 담임선생님은 제 어머니께 자퇴서를 내밀었습니다. 어머니는 꽤 충격을 받으신 상태였고 드밀어진 자퇴서에 싸인을 하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 동의는 하나도 들어가있지 않았습니다. 전 제 고등학교 자퇴서를 본 적도 없고, 서명도 하지 않은 채 학교에서 자퇴처리 된 겁니다. 말만 자퇴인 퇴학이죠.
수년이 지났지만 억울함에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항암치료를 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학생에게 야자를 강요한 것, 학생 본인의 의사를 무시하고 어머니에게 자퇴서를 내밀어 억지로 자퇴 시킨 것. 제게는 그 어떤 기억들보다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았습니다.
그저 10년이 지난 지금이라도 어딘가에 이야기 하고 싶어 판에 글을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