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생활 내내 당신이 시도때도 없이 집나가고 싶다던거에 대해
내가 기분 좀 안 좋은 내색 했더니 그걸 이유삼아
모든걸 내 탓으로 돌린 채, 하다못해 내가 병이 있다고 생각하며
나와의 생활이 압박감이 느껴진다고
당신은 일방적으로 집을 나간 뒤 이혼을 요구했었지
그게 결혼식 올리고 1년도 채 안됬을 때였어.
그때 난 필사적으로 내 가정을 지키려고 했었어
왜냐하면 결혼을 장난으로 했던건 아니었거든.
하지만 악으로 버티던 나도 결국에 포기하고 이혼을 결정하고
당신에게 통보한 그 후, 당신은 갑자기 다시 한번 잘해보자며 내게 돌아왔지.
난 순진하게 그 말만 믿고서 다시 신혼집으로 올라갔어.
하지만 올라가고 1주도 채 되지 않은 날, 당신은 또 다시 내게 이혼을 통보했어.
이유는 역시나 "내가 당신에게 압박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
나는 아직도 이해가 잘 안가지만 하루 수십번이고 수백번이고
집을 나가고 싶다는 당신에게
서운함을 느끼는 내가 많이 잘못됬었나봐.
아무튼 그 소꿉놀이 같던 1주일간의 생활은 당신의 결정으로 인해 끝이 나고
통보를 받을 때, 당신의 입에서 그 말이 나왔었지.
"둘이 같이 즐겼으니 된거 아니냐"고.
난 그 말이 너무나 화가 나서 장모님에게 전화를 걸어 따졌어, 하지만 돌아오는건
나에 대한 비난의 화살들과 나의 모자람들, 모든 건 내 탓이라는 것들 뿐.
난 그날 이성의 끈이 끊어져서 해서는 안될 짓을 하고 말았지.
장모님과 장인어른과 대판 싸워버리고 만 거야.
그 후 난 모든 짐을 들고서 고향으로 내려가려는 찰나,
내 눈에 마지막으로 들어온게 있었어.
바로 행복한듯이 웃고 있는 우리 두 사람의 모습, 결혼식 전에 찍었던 액자였어.
난 그걸 보자 너무나 화가 치밀어 올라 바닥에 내팽개 쳐놓고 집을 나오고 말았지.
고향으로 내려온 나는 말 그대로 살아있는 시체처럼 살고 있었어,
감정이 생길법한 일에도 아무 감정도 생겨나지 않고, 느껴지지 않고,
기쁠때도 오히려 마음 한켠에는
욱씬거림과 공허함만 피어나곤 했지.
그 후 이혼 서류가 접수되고 유예기간이 지난 후 법정에서 당신과 또 다시,
그리고 마지막이 될 만남을 가졌을때 난 애써 아무 감각도, 감정도 느끼지 않기 위해
당신을 필사적으로 외면했어. 말도 최대한 섞지 않으려 했고,
얼굴도 보려고 하지 않았지.
무사히 이혼 선고가 내려진 이후 우리는 각자 갈길을 갔었지.
이후 어떻게 살았는지 지금은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던 것 같아,
일에 열중도 해보고,
친구들과 함께 지내며 애써 아무 생각도 들지 않게도 해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보기도 했지,
하지만 다 부질 없는 짓이었어, 난 그때까지도 여전히 살아있는 시체마냥
아무것도 못 느끼는 삶을 살고 있었지.
그런데 그렇게 살던 어느날, 기적이 일어났어.
당신에게서 연락이 온 거야.
당신은 내게 말했지, 마치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는 듯이
우리 다시 한번 만나보자고
난 그저 너무나 기뻤었나봐, 아무 생각 할 겨를도 없이 하던 일도
팽개치고 바로 당신을 만나러 갔지.
그날 만나서 당신과 한 얘기들,
서로 미안했다,
다시는 그런일 없도록 하겠다,
서로 배려하며 잘 지내보자,
상투적인 말들이지만 내겐 그 말들이 무엇보다도 무겁고 신중하게 들렸었어.
난 그 뒤로 당신에게 "압박감"이라는걸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
외줄타기 하듯, 때로는 살얼음판을 걷듯, 갓난아기를 껴앉듯이
모든 면에서 조심스레 배려하며 당신을 대했었지.
당신도 그런 내 모습에 만족하는 것 같았어,
당신이 내게 한 말, "이제 압박감이라곤 거의 느껴지지도 않는다."
난 그 말만 순진하게 믿고서 이제 다 해결됬구나,
우린 행복하게 지낼 수 있구나 하며 그제서야 마음을 추스르고 안심할 수 있었지.
하지만 그 후 어느날, 우리가 다시 한번 합치려고 하자 일은 삐걱대기 시작했지.
당신이 재결합을 미루고 싶어하기 시작한거야,
당신은 갖은 이유를 댔지만 난 이미 느끼고 있었지,
"무슨 이유든 간에 재결합이 하기 싫은 거구나."
그 후에 그 일로 티격태격하다가 당신은 아니나 다를까,
내 예상과는 한치 빗나감 없이 또 다시 내게 통보를 했어.
"우리는 여기까지인것 같다."
난 솔직히 그때 속으론 그 말을 듣고서 충격이나 분노, 이런 감정들 보단 그냥
"아...역시 이렇게 되는구나" 라는 생각만 들었던 것 같아.
그때서야 깨달았지, 그동안 이유로 댔던, "나로 인한 압박감"이라는 건
그저 핑계에 불과했다는 걸.
그저 자신의 변덕으로 인한 모든 결정에 대한걸 내 탓으로 돌리기 위한
이유 아닌 이유였을 뿐이었다는 걸.
당신은 우리가 이혼 이후 다시 만나려고 할때 말했었지,
"내가 또 다시 그런 식으로 널 내치면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말하고도 당신은 세번이나 같은 일을 반복했어.
당신을 믿고 있던 날, 우리 가족을, 하다못해 당신의 부모님들까지도
단순한 변덕으로 세번씩이나 가지고 놀고서도 전혀 죄악감 없이
헤어진지 한달도 채 안된 지금은 자신의 개인 페이지에 수 많은 남자들을 불러놓고
즐겁다는 듯이 얘기하고, 때로는 위로 받으며
"남친 사귀고 싶다"라는 말을 태연하게 내뱉을 수 있는
당신은 그냥 그런 사람일 뿐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