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빈 죽여야하는 드림
엘빈을 죽이라는 명령을 받고 조사병단에 들어가서 어찌저찌 엘빈의 직속 부하가 되었다. 엘빈이 시키는 일을 하고 가끔 엘빈의 업무도 내가 대신 하기도 했다. 나는 단지 조사병단의 단장인 엘빈을 죽이면 되는 간단하지만 복잡한 일을 해야 하기에 엘빈에 대해 알아가야 했다.
엘빈이 혼자 있는 시간과 성격 행동 등을 파악해야 해서 엘빈의 옆에는 거의 항상 내가 있었다. 엘빈도 자기가 시키는 일을 잘 해내니 내가 착하고 좋은 부하라고 생각했을거다. 근데 그건 다 내가 계획한거였음. 엘빈이 나를 성실하고 그저 착하기만 한 부하라는 인식을 심어두고 내가 자신을 죽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하도록.
엘빈을 죽이는 그 날만을 기다리며 나는 훈련에 집중했다. 어느날, 엘빈은 거인의 습격으로 팔을 다치게 되었다. 마침 나는 엘빈을 죽여야 했기에 한쪽 팔을 쓸 수 없다니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이제 엘빈을 죽여야겠다고 마음먹고 엘빈의 방으로 향했다. 그는 다친 몸을 회복하기 위해 눈을 감고 누워있었다.
‘자는건가..’
방 안에는 엘빈의 숨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아마 잠들어있겠지. 방 문은 잠궜으니 아무도 들어올 수가 없었고, 등 뒤로 날카로운 칼을 숨긴 채 엘빈에게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엘빈이 내가 온 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을 확인하고, 엘빈의 심장에 칼을 향했다.
그대로 칼을 내려찍기만 하면 되는데..
이상하게 내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정말 그대로 심장을 찌르면 다 끝나는 일인데, 나는 도저히 그를 찌를 수 없었다. 내 팔은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고, 눈물이 흘렀다. 금방이라도 흐느껴 울 것만 같아서 내 입을 막았다.
나의 인기척을 느꼈는지, 엘빈이 몸을 뒤척이더니 눈을 떴다. 나는 황급히 칼을 숨기고 흐르던 눈물을 닦았다. 엘빈은 내가 멍청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고더니 말했다.
“무슨 일인가? 00.”
나는 뭐라 변명거리를 찾아 말하려고 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내 간병이라도 하려고 온건가? 아님..”
엘빈이 말 끝을 흐렸다. 그리고 나에게 다가오더니 등 뒤로 칼을 잡고 있던 손목을 잡아채더니 말했다.
“나를 죽이려고 온건가?”
머리가 저려왔다. 엘빈은 계속해서 말했다.
“너는 방금 나를 죽일 수 있었다. 하지만 죽이지 못했지. 그 이유는 무엇인가?”
할 말을 잃었다. 엘빈은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작전 실패도 실패지만 조금 전 엘빈을 죽이지 못한 내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왜 죽이지 못한거지? 정말 정이라도 든건가..? 아니면..
“00, 너는 나를 평생 죽이지 못할 거다.”
엘빈은 내가 잡고 있는 칼을 자신의 심장 쪽으로 향했고, 금방이라도 엘빈의 가슴이 찔릴 것 같았다.
이왕 들통 난거 정말 이대로 엘빈을 죽이면 되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엘빈이 없는 세상은 차라리 내가 죽는 것 보다 더 싫었다.
엘빈과 함께 살아오면서, 그는 나의 전부가 되었고, 나는 그에게 녹아들었다.
엘빈은 마치 내 마음을 꿰뚫고 있는 것 처럼 나를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칼을 바닥에 던져버리고, 거칠게 입을 맞추었다. 내 눈에서는 다시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서로의 침과 나의 눈물이 섞여 흘렀다. 나는 차마 엘빈의 눈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너무 죄송스러웠다. 차라리 엘빈이 저 칼로 나를 죽였으면 했다. 하지만 엘빈은 단순하고 만만하지 않았다.
엘빈은 나에게 벌했다. 자신이 죽이려 했던 사람 옆에서 평생을 살도록.
늦었다 ㅈ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