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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좋은 하루되세요!"
사실 리바이에게 오늘은 절대로 좋은하루가 아니었음.아침에는 한지에게 잡혀서 몇시간 동안이나 거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야했고, 조사병단에 할당된 금액을 삭감하려는 귀족들을 설득하기 위해 회의준비도 해야했음.
하지만 자신을 기다렸다는 듯 맞는 찻집 주인을 보니 마치 홍차를 마신 것처럼 따뜻한 기분이 들었음. 미리 찻잎을 준비해두지 않은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함. 함께 이야기했던 시간은 짧았지만 즐거웠음.
자신에게 이름을 물어볼 때 리바이는 잠시 주저함.
'내가 조사병단의 리바이 병장이라는 걸 알면 전처럼 나를 대하지 못하겠지'
거짓말로 둘러대볼까 생각도 했지만 너에게 거짓말을 하기 싫었던 리바이는 자신도 모르는새에 자신의 이름을 말함.걱정과는 달리 찻집주인은 달라진 것 없는 태도로 자신을 대했고, 잘가라는 인사까지 해줬음.
조사병단 본부에 도착한 리바이는 저번처럼 찻잎과 함께 포장된 꽃을 봄.작고 소박하지만 좋은 향기가 나는 꽃다발에는
'언제나 행복하세요. 리바이님'
이라는 작은 쪽지가 붙어있었음.
"젠장,이래서야 버릴수도 없고..."
혼잣말로 낮게 중얼거린 리바이는 이번에도 꽃을 창가에 아무렇게나 던져둠.
늦은 밤, 찻잔을 가지려고 주방에 내려온 리바이는 굳어버림.하나밖에 없는 찻잔이 처참하게 부서져 있었고, 옆에서는 이번에 들어온 신병들이 깨진 찻잔을 수습하려고 고군분투 중이었음.
"...이게 어떻게 된거지?"
"병장님, 그게...제가 물을 마시려다가"
당장 나가서 운동장을 돌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찻집에서 찻잔을 팔던게 생각남.
'이번 휴일에도 찻집에 갈수있겠군.'
리바이는 기쁜 고민을 하고 있었지만 진지한 얼굴로 고민하는 모습은 신병들에게 공포 그 자체였음. 참다못한 한 신병이 리바이게 물어봄.
"저..병장님? 찻잔은 저희가 다시 사다놓을게요.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다.어차피 시내에 가서 찻집에 들러야하니 그때 사도록 하지. 빨리 자라"
신병들은 의외로 괜찮은 리바이의 반응에 놀랐음.
리바이가 방으로 돌아가고도 한참을 그자리에 서있던 신병중 하나가 말을 꺼냄.
"근데 병장님 저번 휴일에도 찻집가시지 않았어?"
"그런가? 맞아, 꽃다발도 들고오셨잖아"
"찻집에서 만나는 사람이라도 있으신건가"
신병들은 참 별일이라고 생각하며 깨진 찻잔을 정리함.
*너는 휴일이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 침구를 정리하고 가게로 내려갔음.전날밤 늦게까지 새로들어온 차들을 정리하다가 새벽에야 겨우 잠이 든 너는 너무너무 일하기 싫었지만 오늘은 웬지 반가운 사람을 만날 것 같은 예감에 진한 커피 한잔을 내려 마시고 다시 가게 정리를 시작함.
'아..졸리다'
너는 비몽사몽한 상태로 꽃들을 정리하고 다시 카운터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있었음.이상하게 손님들도 안오고, 햇살도 너무 따뜻한 나머지 아예 카운터에서 한참을 자버림.몇시간이나 지났을까, 너는 기지개를 펴며 일어남.
"아이고.. 지금이 몇시냐"
"5시다"
"누구세요?"
리바이가 구석에 앉아 너를 쳐다보고 있었음.
"깜짝이야! 오셨으면 깨우시지 그랬어요. 오래 기다리셨죠? 죄송해요"
"얼마 안됬다, 한 2시간?"
"헉, 정말 죄송해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손님을 앞에두고, 몇시간이나 퍼질러 잔 너는 부끄러운 마음에 서둘러 주방으로 들어갔음.가장 좋은 홍차를 꺼내고 제일 아끼는 찻잔에 차를 우린 너는 약간의 우유와 설탕을 챙기고 다시 리바이에게다가감.
"마침 손님도 없는데 같이 차나 한잔 할까요?"
따뜻한 홍차가 가득 담긴 찻잔을 받은 리바이는 가볍게 감사인사를 함.
"고맙군"
리바이의 앞에 앉은 너는 각설탕 세개를 찻잔에 퐁퐁 빠트림.
"그렇게 먹으면 맛있나?"
"저는 단게 좋아서요. 각설탕 필요하세요?"
"나는 단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아무말도 없이 차를 홀짝이던 리바이는 너에게 넌지시 말함.
"차를 아주 잘 끓이는군"
"당연하죠. 하루종일 하는게 차 끓이는 일인걸요."
직업 이야기를 하니까 리바이의 직업이 궁금해진 너는 물어봄.
"리바이씨는 직업이 뭐에요?"
말할 수 없는 직업인지, 대답 없는 리바이에게 너는 황급히 말함.
"아, 굳이 안 알려주셔도 돼요. 리바이씨의 직업이 뭐든 우리 찻집에 소중한 손님이니까요"
"군인이다"
이 말을 끝으로 더이상 말이 없는 걸 보니 말하기 곤란한 직업이라는걸 눈치챈 너는 다른 대화 주제를 꺼냄.
"오늘은 꽃을 사러오셨어요?"
미간을 찌푸린 리바이는 "찻잔을 사러왔다." 라고 대답함.
어느새 빈 찻잔을 본 너는 리바이게 찻잔 몇가지를 꺼내줌.
"찻잔이라면 이쪽으로 오세요."여러가지 찻잔중에 흰색의 작은 찻잔을 고른 리바이는 돈을 내밈.
"이 정도면 되나?"
"네! 충분해요"
사실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지만, 리바이가 군인이라는게 떠오른 너는 아무말없이 포장을 시작함. 이번에는 샛노란 수선화 두개로 꽃다발을 만든 너는 '항상 행복하세요. 리바이님'이라는 쪽지를 써서 함께 봉투에 넣었음.
"그럼 좋은 저녁 되세요!"
이번에도 밝게 웃으며 배웅하는 널 잠시 쳐다본 리바이는 다시 발길을 돌려 본부로 돌아감.
그날 이후로 리바이는 이상하게 휴일마다 찻집에 들렀음.매번 찻잎을 사진 않아도, 가게가 문을 닫는 느즈막한 시간에 찾아와 너가 내려주는 홍차를 한잔씩 마시고 감.'
군인인데 바쁘지도 않나'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리바이가 찻집에 자주 방문하는게 은근 좋았던 너는 그냥 모른척 더 정성들여 차를 내렸음.
추가해서 올리느라 재업했어!읽어줘서 고마워!! (댓글 많이 달아줘서 너무 고마워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