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아름답고도 잔혹한 세계 드림

1.

 

"아 피곤해“

 

 

밤을 새며 레포트를 쓰고 있던 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었음. 이 줫같은 레포트를 8쪽이나 써야 하다니.. 나 자신에게 ㄱi절을 추천한다ㅋ 내가 매주 과제 폭탄을 맞는 이유는 이번 학기 수강 신청 날 진격의 거인 팬톡을 보며 밤 샌 데에 있었음. 왜냐.. 밤새서 흐리멍텅한 눈으로 과목을 잘못 클릭해 하필 과제를 무지막지하게 내주시는 교수님의 “역사와 환경” 수업을 듣게 되었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난 이과 계열인데 역사와 환경이 뭐냐고.. 그래도 후회는 하지 않음. 그날따라 팬톡에 빛삭 글이 많았거든 ㅎㅎ 내가 잘못한 거야? 병장님이 귀여워서 그래~ 아님 잘생긴 얼굴로 꼬시지나 말던가.. 난 무죄다 이거예요~~



 





아무튼 난 기숙사 방 내에 배치되어있는 책상 앞 의자에 앉아 아아를 마시며 줫같은 과제를 계속 하고 있었음. 근데 커피를 마셔도 잠은 안 깨고 멍하기만 한 거임. 난 평소에 커피가 잘 받는데 가끔 잠은 안 깨고 멍해지는 순간이 있음. 그게 바로 지금인 거..ㅋ 그래도 할 일이 생기면 그 자리에서 끝내야 하는 성격이라 꾸역꾸역 노트북을 보고 있는데 너무 졸려서 쓰러질 것 같은 거임. 멍해서 집중 못하고 있는 것도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한 10분 잤다 일어나서 하려고 팔에 얼굴을 대고 잠에 들었음.

 

 

“아.. 쉬발 _됐다..“ 너무 개운해서 눈 떠보니까 창으론 햇볕이 들어오고 있었고 난 바닥에 누워 있었음. 허미 신발.. 다음 날에 수업도 있는데.. 시각을 보려고 급히 핸드폰을 찾는데 핸드폰은 없고 심지어 룸메도 없는 거임. 책상과 맞닿은 벽에는 104기 훈련병들 단체 사진이 있었음. 진격거 캐릭터들을 좋아하긴 하지만 단체 사진을 붙여둔 적은 없는데.. 생각해보니 핸드폰을 찾으려 둘러봤던 방이 조금 낯설었음. 하지만 그 느낌도 잠시 나는 분명 이 방을 본 적이 있었단 걸 깨달았음. 혹시.. 나는 머리를 쥐어뜯고 소리 질렀음.

헐 쉬발!!!! 여기 조사병단이 쓰는 기숙사잖아!!!!!

 

혹시 너무 졸려서 내가 잠깐 미친 건가? 아니 난 확실히 제정신이고 이건 꿈도 아닌 현실이라는 걸 내 모든 감각이 말해주고 있었음. 진격거 팬톡에서 이런 글 많이 봤었는데 그걸 내가 겪다니.. 그럼 당장 리바이를 보러 가자. 보러 가서 당장 뽀뽀를 갈기자!!!!!!! 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는데 갑자기 방문이 벌컥 열렸음.







 

”어이.. 신병, 훈련에도 안 나오고 뭐하는 짓이지? 얼른 준비하고 내 집무실로 오도록.“



리바이 병장님은 말을 마친 후 바로 문을 닫고 나가버렸음. 와.. 리바이다.. 실제로 본 병장님은 더 위엄있고 무서웠음. 키는 생각보다 더 작았지만 날카로운 눈빛이나 냉철한 표정, 행동 자체에서 냉기가 흘렀기 때문임. 하지만 난 그 부분이 크게 신경 쓰이진 않았음. 오히려 찰나에 본 피곤에 찌든 듯한 눈과 다크써클이 신경쓰여 심란해졌음. 생각에 빠진 것도 잠시 나를 기다리며 서류를 보고 있을 리바이를 위해 대충 씻은 뒤 제복을 갖춰 입고 집무실로 뛰어갔음.

 

길은 잘 몰랐지만 대충 잘 유추해서 서둘러 갔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됐음. 난 뒤졌다고 생각하고 얼른 집무실 문을 두드린 뒤 열었음.

 

 

“안녕하십니까 병장님!!! 올해 조사병단에 지원한 104기 훈련병 ㅇㅇㅇ입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어이.. 시끄럽군. 훈련 첫날부터 지각이라니. 이미 늦어 훈련에 참여하는 건 어려울테니 오늘은 내 집무실 청소를 도와라.”


“네 알겠습니다!! 병장님!”


 

나는 첫날부터 리바이에게 미운털이 박힐까 힘이 되는대로 소리를 질렀음. 역시나 쟈가운 병장님이었지만 미운털 박힌 것 같진 않아 안도의 한숨을 쉬었음. 병장님과 단 둘이 있는 게 찬스라고 생각이 들어서 말을 걸려는데 병장님의 피곤해 보이는 얼굴에 그냥 입 닫고 청소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음. 그리고 곧바로 청소를 하기 시작했음. 먼저 물건들을 정리했음. 불필요해 보이는 건 문 밖에 내다두고 놓여있는 물건들의 먼지를 털고 바닥을 쓸었음. 먼지 청소가 끝나면 대__로 바닥을 닦고 책상이나 책장 등의 사물들 틈 사이사이를 말끔히 닦았음. 병장님의 집무실이었기 때문에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음. 이 정도면 되겠지. 결벽증은 아니지만 나도 평소에 청소하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나한테 집무실 청소는 껌이었음. 벌써부터 병장님한테 칭찬 받을 생각하니까 너무 신났음. 그렇게 설레는 맘을 다잡고 병장님께 청소가 끝났다고 말함.






 

“수고 많았다. ㅇㅇ. 그런데 여기 흙은 뭐지? 빨리 가서 닦고 오도록.”

 

 

 

신발. 병장님이 바라본 곳은 내가 신고 있는 조사병단 신발이었음. 이 상태로 청소를 하다니.. 난 진짜 빠가야로구나..ㅋ 다행히 신발에 묻어 있는 흙이 많지 않아서 바닥에 묻진 않았지만 드디어 청소를 끝내고 병장님이랑 말이라도 섞으려던 찰나에 일이 생겨서 굉장히 빡쳤음. 그래도 병장님이 갔다 오랬으니 얼른 갔다 와야 했음. 나는 다급히 수돗가에 가서 신발을 벗어 탈탈 털고 닦은 다음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음.






 


그런데 그 사이에 병장님이 의자에 앉아서 졸고 있는 거임. 뽀뽀를 갈기긴 무슨.. 피곤에 쩔어있는 병장님이 너무 안타까워서 주변에 있던 담요를 덮어드리려는데 미친 오이 비누향이 나는 거임. 병장님 것에선 진짜 오이 비누향이 나는구나.. 생각하며 향을 맡다가 얼른 병장님에게 덮어드렸음. 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옆에 있는 의자를 가지고 와서 눈 감은 병장님을 바라봤음. 병장님은 하얀 피부에 가늘고 날카로워 보이는 눈, 얇쌍하고 높은 코, 작지만 도톰한 입술을 가지고 있었음. 와 ㅈ;ㄴ짜 잘생겼다.. 병장님을 가까이서 보니 진짜 너무 좋았음. 한낱 병사가 병장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는 얼마 없을 테니까.






 

“..어이, 뭘 쳐다보는 거냐.”

 

병장님이 일어났고 나는 병장님과 눈이 마주쳤음. 놀랐지만 왠지 지고 싶지 않아서 나도 말을 꺼냈음.

 

 

“병장님이 좋습니다!!!!!”

 

“하? 웃기지도 않는군. 앞으로 집무실 청소는 ㅇㅇ 네가 맡도록.”

 

 

병장님의 대답을 들은 나는 완전 땡잡았다고 생각하며 그러겠다고 답했음. 안 그래도 어떤 핑계를 대고 집무실에 찾아올까 생각이 많았었는데 리바이 병장님이 그 핑계를 만들어 준 것이었으니까. 기회도 생겼겠다. 앞으로 집무실에 올 때마다 병장님한테 어떻게 들이대야 할지 고민하며 방으로 돌아갔음.










드림 쓰는 거 은근 어렵다고 어제 글 써서 오늘 올린다고 했던 병사야!!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ㅜㅜㅜ


참고로 "내가 잘못한 거야? 병장님이 귀여워서 그래~" 이 문장은 

엔시티 태일의 "내가 잘못한 거야? 네가 귀여워서 그래"를 인용한 거야!

그럼 굿밤 우리 병사들!!

추천수6
반대수0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