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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칭 지하도시 리바이 드림

내 어린시절의 기억은 희미하다. 희미한 내 기억에 의존해 떠올려 보면 아마 말을 하고 움직일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땐 이미 가족이라 할 수 있는 그 무엇도 내 주변에 없었다.
그런 어린 나이에도 아이러니하게 생존본능은 있었는지, 약한 것들은 살아남을 수 없는 그 지하세계에서 나는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었다.



" 저. 저 쥐새끼 잡아!!! "

그날은 왜인지 다른날과는 다르게 유독 배가 고팠고 다른날과는 다르게 말라비틀어진, 곯아터진 사과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였다. 그 말라 비틀어진 사과를 품에 안고 죽을 듯이 달린 이유가, 그저 죽더라도 이 앙상하게 남은 뼈를 잠시나마 감추고 싶어서. 이 사과 하나로.

뒤에서 매서운 눈을 하며 쫓아오는 아저씨를 힐끔 거리며 품에 안은 사과를 베어물었다. 그 사과는 유독 텁텁했던 거 같다. 사실 멀쩡한 사과를 먹어본 적이 없어서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아마 이정도 말라 비틀어졌으면 싱싱한 사과보다는 텁텁하지 않을까? 그래도 나쁘진 않았다. 배를 채우고 죽을 수 있었으니까

어린아이의ㅡ그것도 며칠 동안 굶다 겨우 사과를 하나 먹은ㅡ다리는 점점 힘이 빠져갔고, 마침내 큼지막한 손이 제 목을 졸랐다.
딱히 반항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 죽나 나중에 죽나 거기서 거기니까. 아니 오히려 나중에 죽으면 지금보다 더 배고픈 상태로 아사할 것이니 지금 죽는 게 백만배는 더 나았다. 그렇게 생각했다



" 어이, 그 손 떼라 "

희미해져가는 시야에서 사람의 인영이 아른 거렸다.


*


눈을 떴을 땐 생전 처음 보는 낯선 곳이었다. 나는 죽은 것인가? 그렇다면 여긴 지옥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다 낡아가는 천장이 시야에 들어왔고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지옥보다도 끔찍한 지하도시의 모습이었다.

아, 나는 오늘도 살았구나


힘겹게 상체를 일으키자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붉은 머리칼을 가진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내가 두어번 눈을 꿈뻑거리자 여자는 나에게 다가왔다. 너는 누구야? 너말이야 죽을뻔 했는데 우리 형님이 구해주셨어. 나의 물음에도 여자는 나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다른 말을 할 뿐 내 궁금증을 해소해주진 않았다.


" 리바이 형님!! 꼬마애가 일어났어요!! "

" 그래. "


여자의 말에 매서운 인상을 한 남자가 대답을 하며 나타났다. 그 남자는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찬찬히 훑었다. 하지만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나를 해칠 것 같은 눈은 아니었다,


" 어이, 네녀석의 이름은 뭐냐? "

남자가 입을 열어 내게 말을 걸었다. 나는 그저 눈을 꿈뻑이며 남자를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그의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내뱉을 수 있는 이름이 없었으니까.
그러자 여자는 나에게 우리 형님이 말씀하시는데 대답을 안 하냐며 꾸짖었다. 그래도 나는 온전한 나의 이름이 없었으니 그의 질문엔 답할 수 없었다.


*


어째서인지 나는 그날 이후로 그들과 생활하게 되었다. 매서운 인상을 가진 남자는 리바이였고 붉은 머리칼을 가진 여성은 이자벨, 그 이후에 한 명이 더 왔는데 그는 자신을 팔런이라 소개하였다. 나는 온전히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그들이 부러웠다. 하지만 나는 그런 이름을 줄 부모도, 받을 자격도 없는 아이기에 욕심을 부리진 않았다

그들은 나를 막내라 불렀고 그렇게 칭해지는 것이 나쁘진 않았다. 오히려 나를 지칭하는 수식어가 있다는 것이 벅찼다. 그들과 함께하는 날이 길어질 수록 그들은 나의 삶에 스며들었고, 가족이 생긴 기분이라•••


*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는 날이었다. 리바이와 팔런, 이자벨은 헌병들에게 뺏을 입체기동장치를 착용하고는 나갔다 오겠다고 하였다. 나는 잘 다녀오라며 그들을 마중했고 이자벨은 웃는 얼굴로 막내는 여기서 기다리라, 팔런은 금방 다녀오겠다며. 그리고 리바이는 아무 말 없이 내 머리를 쓰다듬고 나갔다.



그 이후로 나는 빈 집에서 홀로 며칠을 보냈다. 나를 멋대로 구한 그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어렴풋이 들은 말로는 며칠 전 조사병단이 갑자기 내려와 입체기동장치를 탄 사람들을 데려갔다고 했다.


내가 제멋대로 그들을 가족이라 칭해서, 하늘이 분해 나에게 벌을 내린 것인지. 이미 내 삶에 스며들어온 그들이 내 곁에 없다는 것이. 너무나. 쓸쓸했다.

외로움이 나를 잠식해갔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들이 남긴 허름한 집에서 그들의 온기를 찾으며 아둥바둥거리는 것 밖엔,



*



그들이 없어도 시간은 흘러갔다. 마치 나 혼자만이 그들의 흔적 속에 자신을 잡아놓는 것만 같았다.

나는 그들과 함께 생활했던 곳에서 홀로 자라났다. 나는 존엄성을 버리고 일을 했으며 더이상 말라 비틀어진 사과를 맛보지 않아도 괜찮았다. 언제든 죽어도 상관없을 만큼 살은 차올랐고 더이상 내 앙상한 뼈가 보이지 않았다.

어깨까지 왔던 머리카락은 어느새 허리까지 닿았고, 낡았던 거처는 더욱 더 낡아갔고, 그들의 흔적은 희미해져 갔다.


내, 아니 우리의 낡아빠진 거처로 돌아왔을 땐 사람의 인영이 아른거렸다. 나는 살고싶었다. 칼을 손에 쥐었고 그 사람을 향해 조용히 다가갔다. 다가가면 갈 수록 선명해지는 조사병단마크와 익숙한 뒷모습에 나는 그만 손에서 칼을 놓치고 말았다.


" 리바이... "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흐느꼈고 리바이는 그런 나를 조심스레 안아주었다. 리바이는 나에게 미안하다고 하였다. 나를 혼자 두고 가서. 멋대로 생명을 연장시켜 놓곤 책임감 없이 떠나서. 나는 괜찮다고 했다. 그의 품에 안겨 어린아이처럼 울며 괜찮다고 했다. 조금 숨이 트이는 것 같았다.


조금 진정된 후에도 리바이의 품에 안겨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잠시라도 벗어나면 나를 두고 갈까봐 불안했기에. 리바이는 자신이 조사병단에 들어가게 되었고 거기서 묶여있느라 지하도시에 찾아올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혼자 남겨둔 막내에게 미안했다고, 그리고 이자벨과 팔런이,


나는 리바이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리바이 그날 나를 왜 구했어요? ...나와 닮아서. 사실은 리바이의 말이 이해가 되진 않았다. 리바이는 너무나 빛나는 단단한 사람이었고 나는 길가에 멋대로 삐죽 튀어나온 민들레같은 아이었으니 그래도 그와 내가 닮았다는 말에 웃음이 나왔다. 정말 가족같아서, 그동안 답답했던 가슴이 상쾌하게 뚫리는 거 같았다


리바이는 나에게 지하도시에서 벗어나 함께 올라가자고 했다. 태양을 보여주겠다고, 눈부신 아침을 함께 맞이하자고
하지만 나는 거절했다. 여기서 더 행복해지는 것은 무서웠기에, 나는 몇 번이고 리바이의 제안을 거절했다. 원래 막내는 집을 지켜야하는 법이니까,




리바이가 떠난 후엔 어쩐지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 답답했던 것들이 씻겨내려간 기분이었다. 나는 그들의 가족이었고, 그들도 나의 가족이었다.



너무나 행복했다. 행복의 치사량을 넘었고 나는 어쩐지 이번에는 진짜 죽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사과를 품에 안으며 눈을 천천히 감았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하지만 나는 남길 이름 조차도 없어서. 그저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이 나를 기억해주기를, 부디 기억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나를 되새기고, 되새기고, 끄집어내주길



리바이

부디 나약한 나를

잊지 말아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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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마지막 문단 쓰고 싶어서 무작정 쓰기 시작했는데ㅠㅠㅠ 너무 대충 쓴 거 같아서 아쉽다.. 약간 기승전결에서 기랑 결만 있는 느낌이라,, 그리고 드림이라기엔 뭔가 애매한 느낌..? 처음에는 리바이랑 같이 지상으로 올라가서 행쇼하다 거인한테 죽는 구상이었는데 쓰다보니까 힘들어서 그냥 다 쳐내고 짧게 썼어.. 아쉽긴 한데 그래도 재미있게 읽어주라!

추천수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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