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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루리 드림 (1) (재업)

"..."

리바이는 느긋히 카페 의자에 앉아 홍차를 담은 컵을 들고 홍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늦군. 기분이 더럽게도 오늘의 미팅 상대는, 전생에서 그 지독한 악연에 휘말렸던 이와 동명이인인 듯 했다. 똥같은... 엘빈 스미스란 이름이 그렇게도 흔했나.

"...아, 제가 늦었나요."

이내 딸랑- 하는 방울의 울림과 함께 장신의 남자가 카페로 들어섰다. 건장하고 꽤나 반짝이는 눈. 그리고 두꺼운 눈썹과 노란 머리칼.

"...엘빈...?"

믿을 수 없이도, 이름뿐 아니라 모습마저 그 녀석과 완전히 일치했다. 제 동공이 흔들렸다. 이게 무슨 일이지? 머릿속의 기억들이 온통 뒤섞이며 순간 네 마지막 모습이 뇌리를 스쳤다. 바보같이도 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암담하고 씁슬했던 너의 마지막 모습. 그리고 그런 너를 놓아줄 수 밖에 없었던 나의 처절한 모습. 심장이 내려앉는 듯 했다.

"아, 엘빈 스미스. 맞습니다. 리바이 아커만, 씨. 맞으신가요?"

그러나 무색하게도 엘빈의 반응은 딱딱하기 그지없었다. 설마 나를 기억 못 하는 것인가? 머리가 깨질 듯 아파왔다. 이내 저는 결론을 내렸다. 차라리 그게 낫다고. 나 말곤 모두 전생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 세상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고. 모두가 저와 같은 시대에 생을 살다 죽고 지금 다시 환생한 것이라면, 차라리 그 지옥같은 기억은 되새기지 않는 것이 좋다. 자신은 운이 나쁘게도 기억을 모두 안고 태어났으나.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일단 지금의 저는 인간병기나 인류최강이 아니다. 빈민가에서 자라난 아이도, 거인과 싸우는 병사도 아니다. 그저 회사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평범한 사람이다. 물론 운동신경은 매우 우수하지만 그뿐이다. 더이상 무엇인가에 미치도록 매달리고 싶지 않다. 지금의 저 자신은 평범한 회사원이다. 너도 평범한 회사원일 뿐이다. 지금의 우리는... 더이상 아무 사이도 아니다. 아무 감정 가질 필요도 없고.

"...맞습니다. 이리 앉지...그러세요."

너를 보자마자 옛 말버릇이 툭 튀어나온다. 저를 애써 진정시키고는 서류를 살짝 너의 쪽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얼음이 다 녹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도. 그리곤 저는 태연히 홍차를 한 모금 마셨다.

"음... 좋네요. 바로 계약하시죠."

어? 잠시 멍했다. 분명 자신의 회사에게 손해인 조건이었다. 누가 보아도, 불평등한. 젠장. 네 놈, 일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거냐... 제 회사에서 준비한 방법은, 이런 얼토당토않는 조건을 내밀고서 하나씩 합의점을 찾아 상대를 안심시키며, 은근한 이익을 챙기는 전략이었다. 다만 이렇게 일이 쉽게 풀릴 줄이야. 손해 보는 것은 커녕 이득투성이인 조건에 저도 바로 동의했다.

...여전히, 어느 면에서나 바보같은 녀석이군. 분명 손해랄 것은 단 하나도 없음에도 가슴 한켠이 욱신거려왔다. 무언가의 감정을 억누를 때 느꼈던 그 느낌.

"네, 좋습니다... 여기 연락처."

스윽 하며 명함을 내밀었다. 리바이 아커만, ■■철물사 부장. 010-0810-1225. 특별할 거 하나 없는, 평범한 명함이었다. 엘빈은 여전하게도 크고 투박한 손으로 천천히 명함을 건네받았다.

"아, 감사합니다. 여기 저도."

굵은 목소리가 천천히 주위를 맴돈다. 왜인지 엘빈을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저는 가슴이 욱신거리기만 한다. 애써 침착한 척 명함을 받아들곤 주머니에 넣어 버렸다. 차마 '엘빈 스미스'란 이름을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이유는 모른다. 단순히 그때의 모든 기억을 떠올리게 해서일까.

"그럼 여기 서명하면 볼일은 끝이겠군요."

"네."

엘빈의 크고 투명한 눈이 저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엘빈 이 녀석은, 여전하네. ...너무 여전해서 짜증날 정도야. 저는 그 시선을 애써 뿌리치며 항상 손에 들고 다니는 손수건으로 제 손을 슥슥 닦았다. 그리고는, 그제서야 제 손으로 볼펜을 집어든다.

"...이제 용무는 끝나셨죠?"

대충 서류의 칸에 휘갈겨 서명하는 저에게로 다시금 엘빈이 물었다. 어울리지 않게 저런 말투라니. 이내 저는 고개를 슬쩍 들고선 반쯤 감은 눈을 더욱 매섭게 뜨며 대꾸했다.

"그렇습니다. 이쯤에서 각자 볼일 보러 가시죠."

그 말을 끝으로 서로는 카페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서류를 가방에 쓸어담곤 출구 쪽으로 발을 향한다. 젠장할. 카페 밖으로 나와 숨을 들이키니 그때서야 마구 쿵쾅대는 제 가슴과 줄줄 흐르는 식은땀을 인지한다. 한숨을 작게 내뱉었다.

"네 녀석..."

여전히 골치아픈 녀석이군.


+쓰니인뎅 저번에 올린건 뭔가 조회수가 좀 적어서 2편쓰기 그래서 한번 재업해봤어! 많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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