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XX년 X월 X일
내일은 5X번째 벽외조사를 하는 날이다.
내일이면 또다시 인류는 진실을 향해 한 발짝 가까워지게 된다.
(중략)
ㅇㅇ, 부디 너와 내가, 아니 너만이라도 무사히 돌아올 수 있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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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오늘의 일기를 다 쓴 리바이는 일기장을 덮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음. 그의 일기대로 내일 시행될 벽외조사 때문인지는 몰라도 리바이는 한참이나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벌써 3권 째 쓰고 있는 일기를 서랍 깊숙이 넣은 후 내일을 맞이할 준비를 하며 잠에 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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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X번째 벽외조사를 시행한다! 병사들은 전진하도록!!"
"ㅇㅇ, 저 거인은 네가 맡아라."
"엘빈, ㅇㅇ은 안 된다. 저 거인은 내가 없애도록 하지."
"리바이, 제가 할게요, 아니 하고 싶어요."
쾅
"ㅇㅇ..!!"
뚜_____
뚜___
뚜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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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일어났어? 괜찮은 거야, 리바이?"
"어떻게 된 거야, 한지.."
"리바이, 누워 있어. 음.. 그게 그러니까.."
"어이, 뜸 들이지 말고 이야기 해라."
"그래.. 후.. ㅇㅇ이.. 죽었어. 넌 그 장면을 보고 정신을 잃었던 거고."
"하? ㅇㅇ이라니?"
"맞아, 받아들이기 어려울 거야. 너와 ㅇㅇ은 정말 깊은 관계였으니까.. 미안하지만 리바이, ㅇㅇ의 시체는 찾지 못 했어.."
"아니, 잠깐. 내가 의문을 가진 쪽은 그런 게 아니야.
ㅇㅇ이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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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을 할 수 있다는 리바이의 말에도, 제발 오늘 하루만은 쉬라는 한지의 만류에 하루동안 휴식을 가지게 된 리바이는 가만히 누워만 있는 채 하루를 보내게 되었음. 창밖을 보니, 어느새 밤이 되어 있었고, 더 이상은 몸이 근질거려 버틸 수 없던 리바이는 방문을 열고, 복도로 나가게 되었음.
"....다."
엘빈의 집무실 쪽을 지나던 리바이는 엘빈의 방에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고, 가까이 가, 대화를 살짝 엿들어 보았음.
"큰일이야, 엘빈."
"무슨 일인가, 한지."
"리바이가.. 리바이가 ㅇㅇ을 기억 못 해."
"뭐? 다른 부분에 대한 기억도 상실된 건가."
"그건 아닌듯해. 날 보고는 한지라고 불렀으니까.. 혹시 기억의 일부만 상실된 건가? 인간의 기억 상실이라.. 어쩌면 아주 흥미로운 연구 주제가 되겠는 ㄱ"
"한지."
"아, 미안미안. 또 몰입해 버렸네."
ㅇㅇ은 누구지? 왜 내가 그를 잊었다고 하는 거지? 자꾸만 드는 복잡한 생각에 리바이는 머리에 통증을 느꼈고, 바람을 쐬기 위해 밖으로 향했음.
봄이 온 것을 알리는 건지, 이런 잔혹한 곳에도 꽃은 피어 있었음.
「"우와~ 이 꽃은 이름이 뭘까요, 리바이?"」
꽃을 보고 있던 리바이의 머릿 속에 갑자기 한 문장이 떠올랐음. 뭐지? 그저 상상인 건가. 그건 아니었음. 이건 마치, 과거에 경험했던, 그러니까 데자뷰처럼 느껴졌음.
'정신을 잃었을 때 머리를 다쳤었나..'
또다시 느껴지는 통증에 리바이는 꽃을 보던 시선을 거두고, 자신의 집무실로 향했음.
몇 년간의 습관이 몸에 밴 것인지, 리바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기를 쓰기 위해, 책상에 앉아 서랍을 열고 있었음.
그런 리바이의 손에, 과거 자신이 썼던 가장 첫 번째 일기장이 잡혔음. 오랜만에 과거의 일기나 읽어볼까 라는 생각이 든 리바이는 오래되어 쩌적하는 소리와 함께 일기장을 열었음.
첫 번째 일기장은 그저 그랬음. 지하도시에서 살던 자신이 조사병단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등의 내용이 다였고, 매일 반복되는 훈련이다보니, 일기의 내용도 거의 비슷하였음.
첫 번째 일기장을 덮은 리바이는 두 번째 일기장을 꺼내어 펼쳤음.
어?
첫 장에 그 이름이 적혀져 있었음.
리바이가 잊었다던 그 이름, ㅇㅇ이.
「8XX년 X월 X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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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
"어이, 또 반말이냐."
"리바이 병장님은 왠지 입에 잘 안 붙는단 말이예요. 리바이도 리바이로 불리는 게 더 좋지 않아요?"
"시끄럽다, 꼬맹아."
"리바이, 오늘은 뭐 할 거예요?"
"일은 언제나 산더미처럼 쌓여 있으니, 놀아주길 바란다면, 저기 코니나 사샤에게 가보거라."
"이럴 줄 알았어.. 짠! 이거 봐요!"
"하? 그게 뭐냐."
"제가 아까 엘빈 단장님한테서 받아 온 외출허가증이예요! 리바이 병장님과 필요한 물건들 좀 사오겠다고 하고.."
"하.. 엘빈, 그 자식. 다 알면서"
눈치 빠른 엘빈이 너의 의도를 모를리 없었음. 일개 병사의 땡땡이를 허락해 줄 엘빈은 아니었지만, 지쳐 보이는 리바이에게 네가 도움이 될 것 같아, 너의 계획에 동참해 준 것이었음. 넌 그것도 모르고, 네 말을 그대로 믿어준 엘빈에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음.
"우와~ 이 꽃은 이름이 뭘까요, 리바이?"
밖으로 나온 너는 조사병단의 건물 앞에 피어있는 꽃을 보았고, 이런 곳에도 꽃이 피는 구나 싶어 리바이에게 물었음.
"개나리다."
"개나리요? 와, 벌써 봄인가 보네요. 개나리가 다 피어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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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
'필체는 분명 내 것이 맞는데..'
리바이는 아무리 떠올려 보아도, 너와의 기억은 떠오르지 않았음. 도대체 이 기록이 어떻게 쓰여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남기며 리바이는 서둘러 다음 장을 넘겼음.
「8XX년 X월 X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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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
"또 너냐, ㅇㅇ."
"리바이, 그거 알아요? 오늘 별똥별이 떨어지는 날이래요!"
"그깟 별 하나 떨어지는데 왜 이리 호들갑이냐."
"헐.. 리바이는 그것도 몰라요? 별똥별에 소원 빌면 소원 이루어진다는 거! 그러니까 저랑 지금 별 보러 가요, 네?"
계속해서 리바이를 조르는 너에, 리바이는 못 이기는 척 널 따라 건물의 옥상으로 향했음.
옥상에 나란히 앉아 하늘을 보며 별똥별을 기다렸지만, 별똥별은 커녕 그날따라 하늘엔 별 하나 보이지 않았음.
"날 속인 건가."
"아닌데.. 분명 오늘인.. 에취!"
"하? 감기에 걸린 것인가. 별똥별은 다음에도 볼 수 있으니 오늘은 이만 들어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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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이 아프다. 단순 감기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역시 그날 ㅇㅇ을 따라 나서 준 내 잘못이었던 걸까.」
리바이는 계속해서 다음 장을 펼쳤음.
「8XX년 X월 X일
ㅇㅇ이 앓아 누운지 벌써 10일째다. 어리광은 이만하면 되었으니 어서 다시 일어나 내 이름을 불러줘, ㅇㅇ.」
「8XX년 X월 X일
훈련에 집중이 안 된다. 하루하루 안색이 눈에 보이도록 안 좋아지는 ㅇㅇ이 걱정된다.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8XX년 X월 X일
오늘은 의사가 다녀갔다. 한지의 말 대로라면 마음의 준비를 하는 편이 좋겠단다. 지금 다 날 둘러싸고 거짓말을 하는 거지? 충분히 속아주었다. 이제 그만해줘.. 제발 내게 현실이 아니라고 말해줘, 누구나.」
「8XX년 X월 X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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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록! 리바이.."
"그래, ㅇㅇ. 필요한 것이 있나?"
"제가 병을 앓게된 후로 얼마나 지났어요?"
"1년. 또다시 봄이 왔다. 이젠 얼마든지 함께 밖으로 나가주마. 그러니, 몸을 회복할 생각이나 해."
"하하.. 리바이.. 저 마지막으로 부탁이 있어요.."
'마지막..'
마지막이란 단어가 리바이의 가슴에 박혔음.
"뭐든지 들어주마."
"제게, 제게 봄을 보여주세요.."
"봄..이라니?"
"리바이와 함께 맞는 봄이, 그때의 우리가 너무 그리워요.."
네 부탁을 받은 리바이는 서둘러 밖으로 향했고, 주위를 둘러 보았음. 역시나 없는 건가. 포기하고 돌아서려는 리바이의 눈이 구석에 닿았음.
다시 네게 돌아온 리바이는 한 손 가득 개나리를 쥐고 있었음.
"ㅇㅇ. 너와 나의 봄이다."
"와, 개나리다.."
개나리를 받아든 너는, 굵은 눈물 방울을 뚝뚝 흘렸음.
"리바이.. 저 내년 봄도 보고 싶어요.. 내후년도, 그 다음 해도, 리바이와 함께요."
"당연한 말을 하는군."
네가 누워있는 침대에 걸터앉아 네 눈물을 손으로 훑어주던 리바이의 눈시울도 점점 붉어왔음. 그러나 네 앞에선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 리바이는 서둘러 고개를 돌렸음.」
「8XX년 X월 X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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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일어날 수 있겠나."
"리바이? 무슨 일이예요?"
"자, 부축해줄 테니 날 따라와 보거라."
리바이를 따라 간 곳은, 옥상이었음. 저번의 옥상과는 달리, 오늘은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음. 넌 리바이의 어깨에 기댄 채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음.
곧, 별똥별 하나가 떨어졌음.
"어? 별똥별이다! 우리 소원 빌어요, 리바이."
"그래."
말을 마친 너와 리바이는 눈을 감고 조용히 각자의 소원을 빌었음.
'리바이가 행복하게 해주세요..'
'ㅇㅇ의 봄에, 내가 계속 있을 수 있게 해줘.'
「8XX년 X월 X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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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 이번 벽외조사는 ㅇㅇ없이 진행한다."
"그래, 동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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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이번 벽외조사는 쉬어라."
"네? 리바이, 저 이번 벽외조사는 꼭 나가고 싶어요.. 짐덩이가 될 거란 걸 알지만.. 마지막으로 나가고 싶어요.. 제발요.."
"네 뜻이 그렇다면.."
간절히 원하는 네 눈빛을 보자, 리바이는 머리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입으로는 허락을 해 주고 있었음.
어쩌면 리바이도 조금은 알고 있었는 것일지도 모름. 네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그리고 그런 네가 마지막으로 바라는 것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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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5X번째 벽외조사를 하는 날이다.
내일이면 또다시 인류는 진실을 향해 한 발짝 가까워지게 된다.
(중략)
ㅇㅇ, 부디 너와 내가, 아니 너만이라도 무사히 돌아올 수 있길. 」
이 기록이 마지막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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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종이가 조금씩 적셔졌음.
리바이는 종이를 찢다시피 꽉 쥐고는 눈물을 펑펑 흘렸음. 마치 어린아이처럼, 서럽게. 그리고 애처롭게.
"미안하다, ㅇㅇ.. 내가, 내가 널 잊어버리다니.."
어느새 리바이의 집무실은 그의 울부짖는 듯한 울음소리가 가득 찼음.
"보고싶어.. 보고싶어, ㅇㅇ. 제발 나와 함께 있어줘.. 네가 없는 난, 아무것도 아니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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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전말은 이랬음.
벽외조사를 나간 넌, 특별히 엘빈, 그리고 리바이와 같은 진영에 서게 되었음. 곧, 너와 그들을 향해 거인 3마리가 달려왔고, 네게 한 마리를 맡으라는 엘빈의 지시를 리바이가 안 된다며 끊고는, 자신이 2마리의 거인을 처치하였음. 분명 그랬음.
분명 죽였다 생각한 거인이, 다시 조금씩 일어나더니, 널 잡아 챘고, 말릴 새도 없이, 너는 거인에게 잡아 먹히기도 전에 거인의 손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음.
그 장면을 눈 앞에서 본 리바이는, 혼절을 하였고, 엄청난 충격을 받고는, 스스로 너와 관련된 기억을 머릿속에서 없애버린 것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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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의 울음소리에 한지가 놀라서 달려왔고, 상황을 눈치 챈 한지는 리바이를 향해 무언갈 내밀었음.
"저.. 리바이. ㅇㅇ이 이걸 네게 전해주라고 했어."
리바이는 서둘러 종이를 열어보았음.
아, 너의 편지였음. 그리고, 꽃 한송이까지.
「리바이! 이걸 읽는다면, 제가 이 세상에 없을 수도 있겠죠? 음.. 제가 말했었죠? 리바이와 봄을 계속 같이 보고 싶다고. 제게 봄은 리바이였어요. 리바이와 죽는 순간까지도 함께 있을 테니, 제 소원은 이루어진 거겠죠? 리바이, 리바이의 잘못이 아니었어요.. 리바이는 저의 곁을 끝까지 지켜주었으니 자책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리바이! 제가 그날 옥상에서 빌었던 소원이 뭐 였는지 알아요?
'리바이가 행복하게 해주세요.' 였어요.
마지막으로, 정말 마지막으로 제 소원을 들어주실 수 있나요?
리바이! 이 꽃은 우리의 봄, 개나리예요. 개나리는 희망이라는 꽃말이 있대요.
나의 희망,
나의 봄,
리바이.
이젠 리바이를 리바이라 불러 줄 사람도 얼마 없으니 맘껏 불러볼게요.
리바이, 리바이.. 사랑하는 나의 리바이..
제가 보고 싶어지면, 이 꽃을 봐주세요.
너무 빨리 오진 말아요, 리바이.
기다릴게요.
하늘에서 리바이를 위한 별똥별을 잔뜩 떨어뜨리며.
사랑하는 리바이, 이게 끝은 아니길.
ㅇㅇ.」
리바이의 봄은, 그렇게 지나갔음.
리바이는 자신을 해맑게 불러주던 그 소녀를 위해, 오늘도 살아가고 있음.
아, 그때부터 였을까.
리바이의 울음을 다시는 볼 수 없었던 게.
지금의 감정이 없는듯한 리바이로 모두에게 비추어지게 된 것이.
리바이가 죽다 못 해 살게 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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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똥별이 떨어지는 하늘, 그리고 그 옥상에서 오늘도 리바이는 홀로 앉아 하늘을 바라보았음. 손에는 점점 시들어가는 개나리 한 송이를 쥔 채.
"ㅇㅇ, 나 네가 없인 네 소원을 못 들어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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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감성 때문인지 쓰다가 눈물 나올 뻔.. 새드 엔딩 싫어하는 데 한 번 쯤 해보고 싶었어.. 근데 괜히 했다ㅜ 리바이 행복해져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