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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일기10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스마일 |2021.03.19 08:56
조회 977 |추천 15
이어폰 없이 살 수 없는 신세가 되었다.
소음이 안 나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소음폭탄에 방어막을 치기 위해 항상 집에 오면 이어폰과 귀마개를 주머니에 넣고 생활한다.
TV를 볼때도 음악을 들을때도 이어폰 없이 몰입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이젠 이어폰은 나의 신체기관의 일부분이 되었다.  

오늘도 이어폰을 끼고 TV를 켠다.
세계 어디선가 산불이 났다보다.
시뻘건 불길속에 동물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이 나온다.
그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내가 동물 애호가였던가? 왜 주책맞게 눈물이 나와?
왠지 쑥스러워 얼른 눈물을 훔친다.
나의 눈물은 동물 때문에 나온 것이 아니었다.
불길속에 혼자 남겨진 둥지!
불을 피해 떠나가는 집주인을 향해 붙잡지도 못하고
혼자 남아 타들어가는 둥지를 보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것이었다.  


요즘 이사를 준비하면서 남겨질 나의 집에 가슴이 저민다.
도망치듯 떠나가는 주인을 보면서 집은 어떤 생각을 할까?
전쟁터에 총알받이가 되어 서있는 전우를 두고 떠나는 맘이 이럴까?
먹고 살기 힘들어 고아원에 자식을 버리고 떠나는 애미맘이 이럴까?
슬픈 나를 위로하듯 집이 나지막히 속삭인다.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안녕하세요? 0동 000호 주민입니다.
민원서 제출하려고 왔습니다.
-무슨 민원서요?
-저희 동에 층간소음으로 2년간 문제가 있었는데 주민들
이 의견을 함께한다는 민원서와 동의서입니다. 읽어봐
주세요.  

나는 민원서와 동의서, 쌍권총을 멋지게 쏘아주고 코트깃을 휘날리며 나왔다.
관리사무실에서 나와 경비실 앞을 지나가는데 경비 아저씨 한분이 나를 막아선다.  

-사모님! 지금 관리실에 민원 넣으셨어요?
-네! 왜요? 무슨 문제라도?
-관리소장님이 그동안 주변세대들이 인터폰했던 기록과
피해상황을 물으시더라고요.
-네....그동안 아저씨들 너무 고생하셨어요. 죄송해요.
-아니에요! 사모님 힘드신거 다 아는데 저희가 해드릴게 없어 저희가 죄송했죠.
-저....이사가요
-아니! 왜 사모님이 가세요? 어디로 가세요? 저도 근무지 이전하렵니다.  

아저씨의 따뜻한 위로와 공감이 14년간 나름 잘살았음을 느끼게해줬다.  

예전에는 한달에 한번 아파트에 반상회가 있었다.
친목도 도모하고 문제점도 상의하는 나름 해결사들의
모임.하지만 우리 동네에서는 사라진지 오래다.
워낙 애들 교육으로 잠깐 왔다가 나가는 곳이라 그런지
아이들은 많은데 쉽사리 이웃을 알기는 힘들다.
소통의 부재로 인해 2년이라는 시간을 고통속에서 살았다는 것이 안타깝다.
아마 이런 상황속에는 뿌리깊게 자리 잡은 개인주의가 원인이 아닐까 싶다.  

개인주의의 대표주자...김여사!
항상 남이 차려놓은 밥상에 슬쩍 수저얹어 한술 덤으로 먹고 유유히 사라지던 그녀가, 이제는 상을 차려 대접을 하고 설거지까지 한다.      
추천수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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