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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60분] 나의 바다.

아르민 시점! IF(에렌, 미카사가 바다에 가다 죽었다면) 소재!


나의 바다. 바다는 나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향하고 싶은, 닿고 싶은, 그렇지만 닿을 수 없는.

...그리고 오늘 보러 갈.

"...아르민!"

"어? 에렌."

"여기서 뭐 하고 있었어. 오늘... 벽외원정 가는 날이잖아."

"아, 아무것도 아니야...! 빨리 준비하자."

할아버지, 드디어 나 바다에 가요. 잔뜩 부푼 마음을 천천히 삭히며 나는 망토를 둘러매었다. 오늘 벽 너머 바다로 벽외원정을 간다. 그 사실만으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

"가자~!"

한지 단장님의 경쾌한 외침이 들려온다. 나는 말의 고삐를 힘껏 당겨 밖으로 향했다. 거인들은 거의 다 사라졌네. 새록새록 주변을 둘러보며 넓은 하늘을 만끽했다. 불의 물, 모래 설원, 그리고 상인이 평생동안 일해도 다 못 쓸어갈 만큼의 커다란 소금 호수. 그것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한참을 말을 달렸다. 풍경은 경이로웠다. 끝없이 펼쳐진 푸르른 초원과 숲들, 간간히 보이는 호수들. 그리고 가파른 바위들과 자연이 빚어낸 석상들. 두근거린다. 미칠 듯이 두근거려. 세상이 이렇게 넓은 것이었던가? 나는 주변을 마구 두리번거렸다.

그 때-

"꺄악!"

쿠웅. 돌덩이가 날아왔다. 누구의 비명인지 모를 비명이 온 사방을 감싼다. ...저건. 짐승거인... 왜 벽 밖에서 우릴 기다린 거지?

"위험해! 에렌, 미카사..."

나는 정신없이 말을 달려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대체 무슨 일이...

"...치잇."

아, 리바이 병장님이다. 사방을 정신없이 둘러보다가도 리바이 병장님이 짐승거인에 목에 입체기동을 꽂아넣고 날아오르는 걸 보니 조금이나마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안심할 틈도 없이 눈에 띈 것은, 돌덩이 옆에 주저앉아 있는 만신창이가 된 미카사였다.

"...미카사?"

"아르민..."

미카사는 온 몸에 작은 상처들을 입은 채 무릎을 꿇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미카사, 에렌은?"

"..."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다 아까 날아온, 미카사 옆의 돌덩이 아래쪽 핏자국을 발견했다. 설마, 에렌이라면 거인화를 했겠지, ...그러고보니 에렌이 왜 이 상황에 거인화도 하지 않고...

불안감이 미친 듯 엄습했다. 에렌이 죽었나? 그럴 리 없어, 안돼... 미카사에게 흔들리는 동공을 애써 고정시키고 나는 다시 한 번 물었다.

"...에렌은? 설마 이 돌덩이에 깔린... 거야...?"

미카사는 눈물 한 방울 톡 떨어트리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에렌이. 에렌이 죽어? 어떤 일이 있어도 너희를 지켜주겠다고, 그리고 어떤 일이 있어도...

콰직.

"...!"

다시금 돌덩이가 내 쪽으로 날아왔다. 급하게 말을 일으켜 피하고 미카사를 살폈다. ...미카사가. 미카사가 없다. 남은 건 두 개의 돌덩이와 핏자국들 뿐이야. 미카사도... 온 머릿속과 가슴이 텅 빈 느낌이었다. 누군가 가슴을 창으로 난도질하는 느낌이었다. 누군가 내게서 가장 소중한 것을 뺏어간 느낌이었다. ...그것은 느낌이 아니었지만.

"에렌... 미카사..."

아.

미카사의 목도리를 찾았다. 빨간 목도리. 피가 묻어 더 빨간 목도리. 빨간 목도리. 오래전 시간시나구에 살 때 항상 보았던 에렌이 미카사에게 줬던, 그 목도리.

...할아버지. 또 누군가를 지키지 못했어요.

나는 눈물을 머금고 말을 돌렸다. 여기서 감정을 소모해봤자 되는 일도 없고, 이 목도리면 그 둘을 기억할 수 있을 거야... 덜덜 떨리는 손으로 고삐를 잡아당겼다.

"젠장... 그 애송이 녀석은 왜 변신조차 하지 않고 뻐기는 거냐... 설마 멋대로 죽어 버린 건 아니겠지?"

온몸이 피로 범벅된 채 잠시 숨을 고르는 병장님을 만났다. ...말해야겠지, 말해야...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 목도리를 적신다.

"...넌 왜 울고 자빠졌지? 한지는? 그리고 빌어먹을 거인 애송이는 어디있나."

"... 아... 흐... 에렌 예거... 미카사 아커만... 둘은..."

무작정 꺼낸 얘기였다. 적어도 죽었다는 보고는 해야 하니까. 그런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 둘은."

리바이 병장님도 얼굴이 싸해져선 나를 재촉했다. 눈물을 주륵 흘린 나는 다시 힘겹게 입을 열었다.

"...에렌 예거... 미카사 아커만... 둘은... 전사했습니다..."

"...뭐?"

그리고 나는 정신을 잃었다.

***

"아르민, 일어나렴."

아, 아침인가? 나는 눈을 부비며 일어났다. 항상 그랬듯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허름한 집과, 그곳에서 자고 일어난 나와, 할아버지. 이 조화였다.

"어, 벌써 아침이네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비몽사몽한 채로 세수와 양치를 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묽고 맛없는 죽과 딱딱한 빵으로 아침을 때웠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거리를 노닐고 있으면 나보다 덩치가 큰 아이들이 와서 나를 때리고, 미카사와 에렌이 달려온다.

평범한 일상인데
왜인지
너무
공허한
느낌이었다.

나는 그 감정을 애써 무시하며 미카사가 나를 향해 내민 손을 뿌리쳤다.

"...나 혼자 일어날 수 있어."

"어, 어? 그래."

나는 툴툴 바지를 털고 일어났다.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에렌과 미카사의 얼굴이

녹아내린다
흔적도 없이
피에 물들어선
사라져간다
사라져간다
사라져간다.

에렌...? 미카사...?

너무 두려웠다.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곧장 집으로 뛰었다. 할아버지가 모두 악몽이라고 말해주길 기대하면서.

"허억, 흐윽... 하, 할아버지... 에렌하고 미카사가..."

나를 이상하단 듯 바라보던 할아버지의 얼굴도

녹아내린다
흔적도 없이
피에 물들어선
사라져 버린다
사라져
없어진다.

... 제발 누가... 꿈이라고 말해 줘...

***

"...민! 아르민, 꿈이라도 꿨어?"

어?

"어, 할아버지..."

"...할아버지라니. 나 한지야. 기억나? 아까 네가 에렌하고 미카사의 사망 소식을 알리고 그대로 쓰러졌잖아. ...여긴 바다야."

...아. 그래. 그랬었지. 그랬었구나. 나는 천천히 기억을 더듬었다. 에렌하고 미카사가 깔려 죽었었지. 오늘은... 처음으로 진짜 벽 밖에 나와서 바다를 보기로 했던 날이구나. 그리고 난 지금 울고 있나?

"..."

단장님이 나를 안쓰럽게 내려다보았다. 괜찮다고 하고 싶은데,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아흐..."

"...젠장. 젠장할. 젠장."

그렇게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내 옆에서 병장님이 모래사장을 향해 헛발길잘했다.

"그 녀석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녀석이 희생되었는데 이렇게 죽어버린다니. 정말 똥같은 놈이군. 젠장. 젠장... 짐승거인 녀석은 왜 시체까지 회수해 가겠다 난리를 피웠던 건지도 모르겠고..."

그 한탄을 듣자 확 기억이 치밀었다. 지금까지 같이 보내왔던 시간들. 에렌을 위해 희생되었던 사람들. 그리고 듬직했던 미카사. 이렇게 죽을 리 없는... 그런 에렌이.

"조금 쉬어. 시간이라도 벌어야지. 이 상태로 돌아가면 조사병단은 인류의 희망을 잃었다 몰매를 맞을 거니까. 어차피 진실은 밝혀졌지만 그래도 저 쪽에 반격하기 위해선 에렌이 필요했는데, 이제 우리 벽 안 쪽 사람들에겐 희망이 없는지도 모르겠네..."

단장님은 나의 어깨를 토닥이며 중얼댔다.

"...알겠습니다."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모래사장을 걸었다. 바다다. 거대하고도 거대한 소금 호수. 나는 소라 하나를 쥐고서 그 풍경을 바라보았다.

할아버지, 어릴 때 바다에 가보겠다고 했었던 거 기억나세요? 지금 나 바다에요. 진짜 예쁘긴 예쁘네요. 투명하고 푸른빛이 돌아요. 모래사장에 비치는 쨍한 태양빛도 예뻐요. ...할아버지, 그런데 에렌하고 미카사를 지키지 못했어요. 같이 바다를 봤으면 좋았을 텐데. ...보고싶어요. 진짜 보고싶어요.

...나는 소라에 얼굴을 묻고 울음을 터트렸다.

으으윽 진짜 못썼다; 그냥 아르민이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고 싶어서 써봤어...ㅋㅋ 퀄리티 개낮아...ㅋㅋ 아무튼 그냥 IF 버전으로 찌통 하나 적어봤어...ㅋㅋㅋ 봐줘서 고마웡

추천수8
반대수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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