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가 죽었다. 끝까지 안 죽고 내 옆에 있을 것 같았던 네가 죽었다.
처음에는 그냥 귀찮고 철없는 꼬맹이로 보였다. 멀리서 나만 보면 큰 소리로 인사하지 않나, 나만 보면 오늘은 뭐 했는지, 밥은 잘 먹었는지, 잠은 얼마나 잤는지 하나하나 물어보는 너였다. 홍차로 대충 때웠다고 하면 혼내는 네가 귀찮으면서도 신기했다.
말만 귀찮다고 하지 그러는 나도 네가 싫지는 않았다. 말동무가 되어주고 별로 재미없는 내 이야기도 웃으면서 잘 들어주는 너에게 고마웠다.
덜렁거리는 성격에 다칠까 걱정도 했다만 벽 외조사 나갈 때마다 위기 상황을 잘 대처하고 위험한 상황에 빠진 동료들은 구한 너의 모습을 보고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매번 무리를 하면서 동료들을 구하는 너를 보고 한마디를 한 적 있지만 너는 서로서로 도와야 하는 세상이라며 웃으며 넘겼다.
그때 확실히 너를 말렸어야 했다. 발목을 다친 나를 구한다고 너는 너의 소중한 목숨을 희생하면서 나를 살렸지 내가 뭐라고. 그때 너에게 한마디 했을 때 너를 말렸더라면 너는 죽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 나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수많은 동료들을 잃고 난 후 너만큼은 꼭 지키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이번에도 소중한 사람을 지켜내지 못했다.
밤에 산책을 나갈 때마다 내 이름을 부르는 너의 환청과 웃으면서 뛰어오는 너의 모습이 자꾸 아른거린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너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때로 돌아가면 너와 멀리할 거다 나와 가까워지면 네가 위험해질까 봐 두렵다.
너가 죽고 난 후 너와 친하게 지냈던 동료들이 너를 많이 그리워 하고 있다. 나 역시 너를 많이 그리워 하고 있지.
너가 종종 해주던 미래 이야기와 환생 이야기가 생각나는 군. 만약, 정말 만약에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이런 잔혹한 세계 말고 평화로운 세상에서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군.
많이 그립고 너를 많이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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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보니 협탁 위에 정체모를 편지가 있었다 그리고 이유가 뭘까 나는 이 편지를 다 읽고 나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아씨 뭐야 나 왜 우는건데..”
편지 뒤에 보니 아주 작게 글씨가 적혀있었다
‘2000년 후의 너에게’
정말 뭘까 이 편지...누구한테서 왔다고 적혀있지도 않았는데 눈물은 멈추지 않고 마음 한쪽이 공허했다.
“엄청 중요한 무언갈 까먹은 느낌이네.. 이런 느낌 진짜 싫어하는데...”
일단 찝찝한 마음은 뒤로 하고 편지는 서랍 안에 넣고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집을 나갔다.
등교를 하는 도중 저 멀리 처음 보는 카페가 보였고 나도 모르고 학교는 가다 말고 그 카페를 향해 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카페에 꼭 가야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카페가 아니라... 찻집인가..?”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진한 홍차 향기가 가득했다.
찻집사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나를 보더니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고 내 이름을 불렀다
“ㅇㅇ...”
그 남자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고 공허했던 마음이 다시 꽉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오랜만이에요 병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