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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네? 이다 트라움입니다 단장님.”
단장님의 멍하던 눈에 퍼뜩 생기가 돌았다. 이내 미소가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하셨다.
“아아, 미안하네. 보다시피 서류 작업때문에 피곤해서 말이야 하하”
단장님은 살짝 가라앉은 분위기를 만회하려 웃었지만 표정은 그러지 못했다.
“단장님,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리바이 병장님과 한지 분대장님께도 소개시켜 드려야 해서요. 어제 말씀하신 서류는 한지 분대장님께 잘 전해드렸습니다.”
“그래 , 고마워 모블릿. 둘다 이만 가봐.”
“네, 안녕히계세요.”
멋쩍게 웃는 모블릿과 함께 그대로 단장실을 나왔다.
“저기, 모블릿. 마리가 누구예요?”
“음..글쎄요. 아마 단장님의 지인 아니실까요? 병사였으면 한 번 쯤은 이름을 들어봤을텐데, 저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서요.”
“아.. 그렇군요..”
“아, 이제 말 편하게해요 이다! 나이도 비슷해보이고 앞으로 병단에서 생활하면서 자주 볼텐데 친하게 지내자구요.”
모블릿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고마워. 그럼 이제 어디로 가?”
“우선 숙소로 가서 짐부터 풀자! 들고 다니기엔 너무 무거워보여. 그다음엔 훈련장이랑 식당, 샤워실, 마굿간 보러가자! 그리고 리바이 병장님이랑 한지 분대장님도 보러가고 저녁에는 신병환영식에서 병사들을 소개시켜줄게.”
모블릿은 해맑게 말했지만 생각보다 일정은 많았다. 하지만 그마저도 내가 조사병단에 온 것이 실감나서 즐거웠다.
“응 빨리가자. 조금이라도 더 빨리 둘러보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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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 분대장님! 리바이 병장님!”
짐을 풀고 조사병단의 이곳저곳 둘러본뒤, 다시 건물 밖으로 나가자 모블릿이 소리쳤다.
“모블릿!! 옆에는 누구야? 이번에 새로온 병사야? 반가워, 난 한지 조에야. 넌 이름이 뭐야??”
갈색머리의 한지 분대장님이 날 반겼다.
“너네 둘 다 시끄럽다. 입 좀 다물어.”
“그래도 리바이, 새로온 병사잖아!! 궁금한게 너무 많아. 아, 혹시 너 거인 좋아하니? 사실 내가 이번에 생포한 거인 두마리를 실험하고있는데 글쎄 어제..”
“한지씨! 진정하세요!”
방금 둘을 만났는데도 벌써 시끌벅적해졌다.
“안녕하세요! 오늘 주둔병단에서 조사병단으로 오게 된 이다 트라움입니다. 잘부탁드려요.”
“에??? 주둔병단에서 왔다고? 안쪽에서 조사병단으로 오다니 너 깡이 장난 아니구나!! 그래도 멋지다!!”
“조용히좀해라 한지. 말할때마다 똥냄새가 난다. ...난 리바이다. 네놈.. 단화에 얼룩이 묻었다. 닦도록 해.”
“아 네! 죄송합니다!”
“리바이이~ 너무 그렇게 대하지 마. 오늘 처음봤잖아. 자꾸그러면 겁먹고 도망갈지도몰라. 작년에 들어온 신병들도 널 무서워했잖아. 오늘 환영식에서는 좀 잘 해주라고 리바이!!”
“한지. 마지막으로 말한다. 입 다물어라.”
리바이 병장님이 정말 한 대 치실것같은 표정으로 말하셨다.
한지 분대장님과 리바이 병장님은 티키타카하는게 너무 재미있었다. 대화만 들으면 살벌하지만 두 분은 사이가 좋은게 분명하다.
“너희 둘 오늘 일과가 뭐지?”
“저는 이따 가스통이랑 전투물량 정기점검을 해야하고요, 이다는 오늘 처음와서 차근차근 건물과 사람들부터 소개해줄 예정입니다.”
“그럼 넌 나를 따라와라. 해야할 일이 많아 일손이 부족하다.”
“네! 알겠습니다 병장님.”
“이다~ 리바이가 괴롭히면 말만해! 그렇다고 도망가진 말구~”
“이다! 이따 신병환영식에서 봐! 미안!”
리바이 병장님의 말대로 나는 그를 따라갔다. 모블릿과 한지는 함께 수다를 떨며 건물 뒤쪽으로 걸어갔다. 리바이 병장님과는 적막 뿐이었다.
“저 그런데.. 할 일이 뭔가요?”
“청소다.”
모블릿의 말이 맞았다. 리바이 병장님은 정말 청소 생각뿐인 분이셨다. 리바이 병장님은 나를 거대한 문 앞에 데려다주셨다.
“여기는 보급품 창고다. 안에 병사들이 있으니 그들과 함께 청소해라. ..첫날이니 망토가 있는 칸만 청소하면 된다. 다 되면 날 불러라. 엘빈의 방 바로 옆 방이다.”
“네, 알겠습니다.”
[끼익-]
“군타! 아직 선반 아래에 먼지가 쌓여있잖아. 병장님은 눈치 채실거라구.”
“페트라.. 그냥 오늘만 넘어가면 안되나? 벌써 두시간째야..”
“이런 애송이같은 녀석. 그런 정신으로는 절대 완벽하게 청소해낼수 없다고.”
“오르오.. 제발 병장님 흉내좀 그만해.. 진짜 한 대 치고싶으니까...”
“어이, 페트라. 나를 구속하려 들지마. 내 아내 행세를 하고싶으면 절차부터 밟으라고.”
“저어.. 안녕하세요. 오늘 주둔병단에서 조사병단으로 오게된 이다 트라움입니다. 리바이 병장님이 망토가 있는 칸을 청소하라고 하셔서요!”
“아, 안녕? 너가 그 병사구나! 나는 페트라 라르야. 머리묶은 애가 에르드 진, 갈색머리가 군타 슈르츠, 저 모자라보이는 놈은 오르오 보자드야. 우리는 특별작전반인데 그냥 다들 편하게 리바이반이라고 불러.”
“페트라, 나에 대한 마음을 숨길 필요없..”
“닥쳐. 아! 망토는 2번째줄, 가운데칸이야. 망토는 먼지를 털고 햇볕에 잠깐 걸어두면 되고 그동안 걸 레로 선반을 닦으면 돼. 문 오른쪽에있어.”
“네! 감사합니다!”
“에이 존댓말 쓰지마! 나말고도 다른병사들한테도. 상관이 아닌이상 굳이 존댓말 쓸 필요없어. 아마 다들 반말써주는게 더 편할걸?”
“아아 그래! 잘부탁해 다들.”
“그래 이다. 나도 잘부탁해.”
“반갑다 이다!”
“어이 앞으로 잘하라고.”
리바이 반은 다들 자기나름대로 날 따뜻하게 맞이해주었다. 첫 날부터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것 같아 다행이다.
뽀득뽀득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첫 날, 첫 일과인 만큼 완벽하게 해내고 싶어 쉬지않고 청소했다.
[끼익-]
“어이, 페트라. 너희 청소는 다 끝냈나.”
“병장님! 안그래도 지금 방으로 가려던 참이었어요. 어때요? 이만하면 잘하지않았나요?”
“..선반이랑 기둥사이에 먼지가 그대로다. 다시 청소해. 신병환영식까지 한시간 남았으니 서둘러라.”
“병장님! 망토보관 선반 청소도 끝냈어요. 선반은 다 닦았고 망토는 아직 밖에 걸어놨어요.”
“밖에 걸어놓은 망토를 다시 넣어놔라. 그리고 내 방으로 와.”
병장님은 간단명료하게 검사만 하시고 다시 방으로 가셨다.
“얘들아! 나 먼저 가볼게. 이따 환영식에서 봐!”
“그래 이다, 환영식에서 봐!”
나는 서둘러 병장실로갔다.
[똑똑-]
“이다 트라움입니다, 병장님.”
“들어와라.”
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순간, 또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바이, 병사를 불렀나? 무슨일로?”
아까 모블릿과 함께 들어본 목소리다. 분명 단장님의 목소리다.
“안녕하십니까 단장님. ..이다 트라움입니다.”
“..그래.. 여긴 무슨일로 왔나.”
단장님의 동공이 살짝 커졌다. 나의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조금 산만해지셨다.
“보급품창고에 있는 망토들이랑 선반 청소를 다 끝내서요.”
“됐다 엘빈, 내가 부른것 맞다. 이다, 지금 몇시지?”
“4시 50분입니다.”
“쳇 애매모호하군.. 이다, 넌 오늘 더 이상 일정이 없는 걸로 알고있는데 맞나?”
“네 맞습니다.”
“그럼 나와 잠깐 한지에게 가도록 하지. 모블릿도 거기 있을거다. 망할 안경이 실험보고서를 엘빈 방에 두고갔다.”
아, 그래서 엘빈 단장님이 병장실에 계셨구나.
“네. 보고서는 단장실에 있나요?”
“그래, 어짜피 바로 옆방이니 들렸다 가도록 하지.
..엘빈 왜 말이 없나.”
“아, 미안 리바이. 잠깐 다른생각을 좀 했어.”
“갈 때 특별작전반도 데리고가도록하지. 이쯤이면 청소도 끝냈을거다. 먼저 가있을테니 늦지않게
와라.”
[끼익- 철컥]
문이 굳세게 닫혔다. 병장실에 남은 단장님과 나 사이에는 몇 초 동안 적막이 흘렀다.
“이제 그만 가도록하지, 이다.”
“네 단장님.”
머지않아 단장님과 나도 병장실을 나왔다. 밖은 조금 추웠지만 찬 공기의 상쾌함과 노을이 지고있는 깊은 하늘은 어딘가 모르게 조금 아련하고 몽롱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잠깐 들어와라. 보고서를 찾으려면 조금 걸릴거다.”
“네, 실례하겠습니다.”
아까 모블릿과 왔을때보다 더 많은 서류들이 단장님의 책상에있었다. 모든 서류들은 정갈하게 정리되어있었지만 그 양이 엄청났기때문에 산만해 보일 정도였다.
단장님이 보고서를 찾으시는 동안 나는 단장실을 둘러보았다. 대체로 짙은 갈색의 가구들이 많았고 방은 그들의 향으로 가득 차 있었다. 벽 한 쪽은 책이 가득한 책장들로 채워져있었고 그 앞, 방 한가운데에 둥근 탁자가 있었다.
탁자 위의 화병에는 장미 한송이가 꽂혀있었다. 책상 뒤의 또다른 탁자를 달그락 거리는 단장님의 위에는 하얀 커튼이 달려있는 창문이 하나 있었다. 살짝 열려있었는데, 그 사이로 들어오는 노을빛과 달콤한 바람, 바깥의 소음들이 또 다시 몽롱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보고서를 찾았다. 이제 한지에게 가도록하지.”
그 순간 책상에서 날 바라보는 단장님의 얼굴이 첫 만남과 오버랩되었다. 그리고 어디서 나온건지 모를 자신감이 입을 움직였다.
“..단장님, 왜 저를 보고 마리라고 부르셨었나요.”
+얘들아 1편에서 내가 배경을 847년이라고했는데 850년으로 바꿀게ㅠ 이것저것 쓰러면 바꿔야될것같아서! 미안ㅠ
이번화는 격거 캐릭터들이 두루두루 나왔고 다음화부터는 본격적으로 엘빈이랑 1:1 들어갈것같아! 봐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