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금 들으면서 봐주면 좋을 것 같은데 판에는 동영상 어떻게 올리는지 모르겠어서 유튜브 링크만 두고 갈게ㅠㅠ 미안...! 댓글에도 링크 남길게 오늘 화력 오진다ㄷㄷ 음슴체 말고 ~다체로 쓴 점 양해 부탁해! 무튼 재미있게 봐주면 고마워
https://youtu.be/G38HtDckz4k
+)한지 멘트 이해 못 할 것 같아서 예전 글 이어쓰기로 가져옴...이어지는 건데 깜빡했다ㅈ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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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슬비가 오는, 조금은 쌀쌀한 날.
(-)은 그 날따라 유난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선배가 갈궜다거나, 사고를 쳐서 심하게 혼이 났다던가 하는 특별한 일도 전혀 없었다. 심지어 벽 외 조사가 끝나고 처음 맞는 주말이고, 비도 와서 훈련조차 없는 날이었다.
굳이 이유를 만들어 보겠다고 머리를 쥐어짜면 늘 같은 생각만 맴돌았다. 조사병단에 들어온 지 10년이 넘었는데 벽 안의 인류는 늘 제자리인 것 같아서. 동료들이 갈기갈기 찢겨 죽어도 나만큼은 아직 멀쩡히 살아있어서. 내가 이 병단에 있을 자격이 없는 것 같아서, 뭐 그런 것들.
‘늘 있는 일인데도 오늘따라 심란하네... 이게 다 비 때문이야. 날씨는 왜 이런담.’
(-)은 눈을 감고 밖에서 불어오는 차분한 흙냄새를 들이켰다. (-)의 방 안에는 오래된 나무 냄새가 났다. 열린 창문 틈으로 부슬비가 조금씩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표정이 죽상이군.”
“아, 병장님.”
사색에 잠겨 있느라 옆에 누군가가 온 지도 몰랐네. 리바이는 노크소리에 문 여는 소리, 거기다 똥머리라고 부른 소리까지 듣지 못하고 멍하니 창밖만 내다보는 (-)이 오늘따라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입으로 쯧, 하는 소리를 내더니 반대편 의자를 끌어와 (-)의 옆에 털썩 앉았다.
“무슨 일 있나?”
“아니에요. 그냥... 오늘 날씨도 흐리고, 너무 조용하니까 좀 낯설어서요.”
“난 하루도 안 쉬고 시끄럽게 뛰어다니다가 방에 처박혀서 이러고 있는 네놈이 더 낯설다.”
“그런가요... 하하...”
리바이는 평소 같았으면 열 마디씩 덧붙이며 반박을 했을 텐데, 오히려 빠르게 수긍하고 더 늘어져 있는 (-)을 보곤 조금 머쓱해졌다. 그는 목덜미를 만지작거리다가 화제를 돌렸다.
“아침은.”
“안 먹었어요, 입맛이 없어서.”
“그럼 홍차나 한잔하지.”
“네? 제가 할게요, 왜 병장님이...”
“됐고, 앉아 있기나 해. 오늘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리바이는 (-)이 멍한 채로 차를 끓이다가 물을 쏟아 화상이라도 입을까 염려되어 (-)을 억지로 자리에 앉히고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직접 차를 타는 리바이의 뒷모습을 처음 본 (-)의 심장은 쿵, 쿵 소리를 내며 조금 격하게 뛰기 시작했다. 가슴팍에 통증이 느껴질 정도였다.
‘...가슴이 왜 이러지, 부정맥이라도 도졌나.’
리바이는 홍차를 두 잔 가져와 (-)의 앞에 내려 놓았다. 다시 앉기 위해 의자를 빼낸 그때, 복도가 살짝 소란스럽더니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 나 들어가도 돼?”
“네, 들어오세요.”
목소리를 듣고 (-)와 리바이는 저 시끄러운 인간이 한지라는 것을 진작에 눈치챘다. 문이 열리고, 서류 더미를 들고 있는 한지가 빠른 걸음으로 들어와 (-)의 책상에 서류를 대충 내려놓았다. 책상에 아주 약간의 먼지바람이 날렸다.
“어휴, 무거워서 죽는 줄 알았... 어! 리바이 여기 있었네? 오늘 회의 저녁으로 연기한다고 엘빈이 전해달래.”
“...넌 왜 매번 온갖 먼지를 다 끌고 다니는 거냐.”
리바이는 눈썹을 찡그리며 손수건을 꺼내 책상에 앉은 먼지를 닦아냈다.
“조용한 분위기는 너가 다 초쳤다, 망할 안경.”
“왜? 내가 뭘 어쨌다고.”
“근데 그 서류는 누구 거예요?”
“이거? 리바이랑 미케건데... 사실 혼자 들고 못 가겠어서, 너랑 같이 반 나눠서 들고 가려 했거든. 근데 리바이가 여기 있으니까 반은 리바이가 가져가면 되겠다.”
“쳇, 그냥 지금 놓고 온다, 안경. 넌 나머지 들고 미케반 가라.”
리바이는 서류 더미가 꽤나 성가신지 서류를 들고 빠르게 방을 나갔다. 한지도 슬슬 나갈까 하다가 (-)의 얼굴을 보고 놀라 물었다.
“넌 얼굴이 왜 그래? 엄청 피곤해 보여!”
“그냥 오늘따라 좀 우울해서 그래요. 좀 쉬면 괜찮겠죠.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음, 별 이유는 없는데 우울하다면... 기상병 아닐까?”
“기상병? 그게 뭐예요?”
“날씨에 따라 기분이 좌우된다는, 뭐 그런 단어야. 날이 맑으면 기분이 좋고 활기도 막 돌잖아? 근데 흐리거나 비가 오면 너처럼 우울해지고. 햇빛이 줄어들면 신체적 활력이 감소하고, 세로토닌이 저하된대. 사실 빛의 양은 별로 안 중요하지만, 무튼 그래.”
“음... 확실히 기운이 없기는 해요.”
“직사광과 천공광의 대비가 사람을 활력 있게 만들어 주는 건데, 흐린 날에는 직사광이 없잖아? 빛이 균일하게 퍼져 있어서 차분한 느낌을 준다고. 근데 그게 지속되면 이제 우울해지는 거지. 왜, 차분한 음악을 크게 듣는다고 해서 신나는 음악이 되지는 않으니까.”
“그렇죠...”
“그래서 난 촛불이나 횃불 같이 빛에는 신경 많이 써. 빛은 사람의 감정을 만지는 물질이거든.”
“오... 꽤 설득력 있는 멘트였어요.”
“그래? 나중에 휴가라도 나가면 내가 괜찮은 캔들 추천해 줄게. 같이 가자.”
“정말요? 나중에 휴가 신청할 때 시기 꼭 알려주세요.”
한지는 갑자기 누구 눈치라도 보듯 문 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낮추고 다가와서 (-)에게 작게 물었다.
“저기, (-). 근데... 너 리바이랑 아직도 안 사귀는 거야?”
“아뇨, 그런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얘 좀 봐라. 저번에 마취약 먹은 다음날에 고백에 가까운 독설도 들었잖아! 죽고 싶냐는 말이 포함되어 있어서 조금 그렇긴 한데, 그건 누가 봐도 고백이었...”
“어이, 아직도 안 갔나?”
“아, 깜짝이야! 알았어, 간다 가!”
한지는 게 눈 감추듯 서류를 챙겨서 (-)을 보며 고개를 까딱거리고 얼른 나갔다. 리바이는 그런 한지를 째려보고는 다 식은 홍차를 가져가 다시 데우기 시작했다.
“차가 식어서 다시 데워야겠어, 날이 쌀쌀하니.”
“아, 네...”
이미 한지의 말에 춥기는커녕 조금 더워진 (-)은 리바이를 다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한지가 했던 말들이 다시금 머릿속을 맴돌았다. 빛은 사람의 감정을 만지는 물질...
“다 됐어, 마셔.”
“감사합니다...”
리바이는 이제 살겠다는 듯 의자에 등을 기대 앉아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리바이를 따라 차를 한 모금 들이키니, 진한 얼그레이 향이 올라와 상체를 감싸 안는 것 같았다.
“아까보다 좀 더 진해서 그런가, 향이 좋네요. 기분이 좀 나아졌어요.”
“...네 우울함에 위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면 됐어.”
“병장님, 저 위로하려고 차 끓여주신 거에요?”
“난 원래 말로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위로하는 일은 서툴러.”
“에이, 지금껏 다른 일은 말로 잘 하셨으면서.”
“업무랑 타인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걸 같은 선상에 놓으면 어떡하냐. 그러고 보니 넌... 항상 모든 일에 굳이 이유를 찾으려 들었었지.”
“헐. 어떻게 아셨어요?”
“사소한 행동에 다 묻어난다. 안경이나 덩치 큰 놈도 알겠지, 내가 알 정도면.”
“어... 근데 그게 왜요?”
“그럼 오늘 기분이 우울한 데에도 이유를 찾고 있었을 거 아니냐. 이유를 찾다 보면 더 우울해져서 땅굴까지 파고 들어갈 텐데, 넌 그런 멍청한 짓을 계속하고 있는 것 같더군.”
(-)은 현재 한지의 말을 곱씹는 중이었는데도 아침 한정으로 리바이가 말한 그 생각을 두 시간 정도 하고 있었기에, 반박은 하지 못했다. 충분히 쓸데없는 행위임에도 계속 그 생각을 했던 것은, 그것조차 하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가 지나가는 벌레만도 못한 것 같아서. 그렇게라도 머리를 쓰면 그나마 속이 편했다.
리바이는 (-)이 하는 그 행위에 내재한 진짜 염원이 뭔지 꿰뚫고 있었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확인과 안정감을 누군가에게 받는 것이 (-)이 진짜 바라는 것이었다... 본인은 아직 자각하지 못 한 것 같지만.
“우울에는 이유를 찾을 필요가 없어. 아까 안경이 말했던 것처럼, 단순히 날씨 때문에 처져서 그런 거니까. 그리고 네놈 상상이 너무 방대해 지길래 하는 말인데, 지금껏 조사병단에서 일어난 모든 일은 네 잘못이 아니다. 괜히 본인 탓 하지 마라. 우울하면, 우울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아.”
(-)은 답답한 기운이 쓸려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조곤조곤한 저 말투에서 묻어나오는 애정은, 아침부터 (-)을 감싸고 있던 우울 따위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고마워요, 병장님. 음, 그게...”
(-)은 조금 주저하다가 낯간지러운 말을 꺼냈다.
“병장님은, 저한테... 직사광 같은 존재에요. 천공광에 묻혀서 좀 우울하다가도... 병장님만 보면 그런 기운이 싹 날아가거든요.”
리바이는 살짝 당황한 얼굴로 (-)을 쳐다보았다. 표정을 보니... 고백에 가까운 멘트로 들렸나 보다. 그는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리고 난 뒤 살짝 투덜거렸다.
“...안경이 이상한 말을 가르쳐 준 모양이군.”
조금 붉어진 그의 귀를 보고 (-)은 웃음이 터졌다.
“아무튼, 병장님은 저한테 빛이라고요. 제 감정을 매만져 주시잖아요. 말 못한다 해놓고 잘 하시네, 뭘... 오늘은 위로 성공하셨어요.”
리바이는 다시 고개를 돌려 (-)을 바라보았고, 그 순간 바깥에 바람이 세차게 불어 창문으로 비가 들이쳤다. 눈치 없는 비는, 테이블을 넘어 우리의 영역까지 침범했다.
“앗, 차거! 병장님, 옷 안 젖으셨어요?”
“난 괜찮은데, 넌...”
흰 와이셔츠에 비가 좀 많이 튀어서 속옷이 살짝 비쳤다. 리바이가 다급하게 자신의 코트를 벗어 (-)에게 덮어준다고 왼쪽 어깨를 자신의 방향으로 끌어당긴 탓에, (-)은 리바이의 왼쪽 어깨에 머리를 기댄 꼴이 되어버렸다.
“덮고 있어라, 창문 닫고 올 테니.”
“지금은 바람도 잠잠한데, 그냥 열고 있으면 안 될까요?”
“아, 그러지.”
“저 그리고... 계속 이렇게 기대고 있어도 돼요?”
“...어.”
그렇게 (-)은 리바이의 어깨에 한참을 기대서 바깥 풍경을 구경했다. 자신에게 애정을 가진 사람과 붙어서 시간을 보내는 것과 더불어 그 간질간질한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리바이도 (-)의 편안한 표정을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창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날은.
부슬비가 오는, 그들에게는 조금은 따뜻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