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력 60분❗) 마지막 꿈은 너와 함께
"엘빈, 넌 만약 조사병단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살았을 것 같아?"
"... 글쎄.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평범하게 가정을 꾸리고 살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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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 엘빈을.. 조사병단 단장을, 죽게 두라고 하는 건데?"
"에렌, 사적 감정을 버려라"
"아르민은 싸우기만 하는 게 아니예요. 꿈을 꾸고 있어요!"
지붕 위에 놓인 채 간신히 숨만 붙어 있던 엘빈은, 모든 감각이 점점 기능을 잃어가는 것이 느껴졌고, 마지막으로 느껴지는 소리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었음. 대충 들리는 바에 의하면, 자신과 아르민을 두고 누구를 살릴 지에 대해 논쟁을 하는 것 같았음. 지금까지 정말 죽을 뻔 한 적은 많았어도, 실제로 죽는다는 것은 느껴본 적이 없었음. 평소 생각한 자신의 죽음은 잔인할 것이며, 엄청난 고통을 수반할 것 같았음. 하지만, 지금 자신은 왜인지 모르게 무척이나 편안했고, 그저 주위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만 꺼지길 바라며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음.
그런 엘빈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았음. 역시 제일 처음 생각난 건 아버지였음.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길에 가설에 대한 증명을 가지고 가지 못 한다는 것이 죄송하게 느껴졌음.
그 다음은 조사병단이었음. 무리하게 추진해 나아간 자신을 믿고 따라준 병사들에게 고마움이 느껴졌음. 특히, 자신을 무한으로 지지해준 리바이에게.
마지막으로 떠오른 건 꽃으로 가득한 곳에서 모자를 쓰고 있는 어떤 여성의 뒷모습이었음. 익숙한 모습이었지만 도저히 누구였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았음.
그리고 그 여성이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음. 바람에 흔들리는 자신의 밀짚 모자를 잡고는 생긋 웃어보이며.
아, 마리였음.
'이상하지. 왜 지금 네가 생각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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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주문 안 하실 거예요..?"
"엘빈, 답지 않게 왜 멍을 때리고 있어?"
눈을 뜬 엘빈의 앞에 익숙한 풍경이 보였음. 이곳은 자신이 수 년 전 훈련병 동기인 나일과 다니던 낡은 술집이었음. 그리고 바로 앞에는 자신을 툭툭치며 말을 하는 그 시절의 나일과, 메뉴판을 꼭 안고, 곤란해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는 마리가 있었음.
잠깐, 마리?
"마리..!"
엘빈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쳤음.
"어? 제 이름은 어떻게 아셨어요?"
잠시 상황 파악을 한 엘빈은 흥분을 진정시키며 말했음.
"아.. 죄송합니다. 주문은 조금 이따 하겠습니다."
마리를 돌려 보내고 나서, 엘빈은 잠깐 밖으로 나왔음.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니, 정말 마리와 처음 만난 그날의 모습을 한 엘빈 스미스가 있었음.
'정리해 보자면.. 난 지금 마리와 처음 만난 그날로 돌아온 것인가? 이게 가능한 일인가? 죽을 때가 되어 주마등이라도 보는 건가..'
"엘빈, 괜찮아? 안색이 많이 안 좋던데.."
엘빈이 걱정되었는지, 나일도 엘빈을 따라 나와 엘빈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음.
"아, 괜찮아. 아까는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느라.."
"그래? 그럼 다행이고. 그나저나, 아까 그 종업원 진짜 예쁘지 않았어? 아~ 저런 여자랑 결혼하고 싶다."
"걱정마. 그렇게 될 거니까."
"뭐? 네가 어떻게 아냐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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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빈은 다시 술집에 들어와서 여기저기서 바쁘게 주문을 받고 있는 마리를 바라보았음. 정말 마리였음. 한 때 엘빈 스미스가 열렬히 사랑했던, 그러나 자신의 꿈 때문에 포기했던. 그런 그녀를 마지막으로 떠올린 자신에게, 신이 마지막 선물이라도 준 것만 같았음. 엘빈은 마지막 선물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로 하고, 마리를 자신의 두 눈에 마지막으로 가득 담았음.
"계산해 드릴게요, 술 2병과.. 안주로는 이거 시키셨죠?"
"네. 여기 돈이요."
"네. 안녕히 가세요~"
자신을 향해 싱긋 웃어보이며 인사를 하는 마리에, 엘빈은 그런 마리를 따뜻하게 바라보고는 조용히 속삭였음.
"안녕, 나의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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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잠깐만요!"
가게를 나온 엘빈과 나일을 누군가 뒤에서 다급하게 불렀음.
"마리?"
"저, 이만큼 돈을 더 주셨어요. 도로 가져가세요."
역시. 엘빈이 좋아한 마리는 이런 사람이었음. 자신도 형편이 좋지는 않았지만, 정의에 위배되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는. 이런 마리의 모습이 엘빈으로 하여금, 그녀에게 빠져들게 한 것이였음. 마리로부터 돈을 받아 든 엘빈이, 마리의 손에 그 돈을 다시 쥐어주었음.
"제가 방금 소중한 걸 받았거든요. 그것을 산 대가이니 받아주세요."
말을 마친 엘빈은 나일과 도망치듯 사라졌고, 얼떨결에 돈을 받은 마리는 어쩔 줄 몰라하며 다시 가게로 들어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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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마등은 생각보다 길었음. 벌써 과거로 돌아온 지 한 달이 넘었고, 그 시간동안 나일과 엘빈은 거의 매일같이 마리를 보러 술집으로 향했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마리와는 점점 가까워졌고, 어느새 셋이서 밖에서 따로 만날 정도로 친해지게 되었음.
오늘은 모처럼의 쉬는 날이라, 셋이서 시내에 가기로 한 날이였음. 하지만, 어젯밤 너무 기대를 한 나머지 새벽까지 밖에서 바람을 쐬던 나일은, 그만 감기에 걸려 몸져 누워버려서, 엘빈은 아쉬워하는 나일을 뒤로 한 채 마리와 둘이서만 만나게 되었음.
"어? 엘빈, 나일은요?"
"아, 나일은 지금 아파서 쉬고 있어."
"헉.. 아픈 나일 빼고 우리끼리 놀아도 괜찮을까요?"
"하하. 마리 넌 너무 착해서 탈이야."
시내를 가기 위해 천천히 거리로 향하던 마리의 눈에 저멀리 꽃 한송이가 보였음.
"어? 엘빈, 이것 봐요. 이런 길거리에도 꽃이 피네요."
"마리, 꽃을 좋아해?"
"네. 꽃은 예쁘기도 하지만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 좋아요. 꼭 사람 같잖아요. 어쩌면 우리 이야기도 듣고 있을지도 몰라요."
마리의 순수한 생각에 웃음이 터진 엘빈은 마리를 더욱 기쁘게 해주고 싶었음.
"마리, 오늘 꽃 보러 갈까?"
"그렇지만 엘빈, 시내에 가고 싶었던 거 아니었어요?"
"장소는 상관없어. 너와 함께라면."
"네..?"
"곧 해가 지겠다. 서둘러야겠어."
엘빈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고 있는 마리의 손을 깍지를 껴서 잡고는, 마리가 버거워 하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꽃밭을 향해 뛰어 갔음. 마리와 맞닿은 손에서는, 죽어가던 자신과는 달리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음. 뒤에서 즐겁게 웃는 마리의 웃음 소리가 들렸고, 모든 것이 평화롭게 느껴졌음.
도착한 꽃밭은 정말 아름다웠음. 노을이 잔잔히 깔린 하늘을 배경으로 광활하게 펼쳐진 꽃밭은, 가지각각의 색들로 빛나고 있었고, 산뜻하면서도 달큰한 꽃내음이 느껴졌음.
"우와.."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반짝반짝한 눈으로 꽃밭을 바라보고 있는 마리가 있었음. 마리는 곧, 꽃밭의 중앙에 나 있는 길로 달려갔고, 그녀가 뛰어갈 때마다 그녀의 원피스는 나풀나풀 흩날렸음. 꽃밭 한가운데, 한 송이의 꽃같은 그녀가 서 있었음.
"엘빈!"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엘빈은 성큼성큼 그녀를 향해 다가갔음. 엘빈은, 기쁨으로 가득 차서 주위의 꽃들을 하나씩 살펴보고 있는 마리의 앞에 앉았음.
꽃을 보느라 뒤돌아 있던 마리의 뒷모습이 보였음.
'어..?'
분명 그 모습이었음. 자신이 마지막으로 떠올린 마리의 뒷모습.
곧, 마리가 천천히 뒤를 돌아 보았고, 엘빈과 눈을 마주치며 생긋 웃어보였음.
바람이 살짝 불자, 마리의 머리카락이 흩날렸고, 그런 그녀의 모습은 정말, 정말로 사랑스러웠음.
"마리."
"엘빈, 왜요?"
"있잖아, 마리."
"네."
"내가 훈련병만 아니었다면 너와 결혼해서 이렇게 꽃밭이 가득한 집에서 둘이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까?"
"... 네?"
얼굴을 붉힌 마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음.
"훈련병이 어때서요.."
부끄러웠는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마리는 괜히 틱틱거렸음.
"그, 그리고 전 아직 엘빈과 결혼한다고 말 안했거든요?!"
"하하.. 알았어, 마리. 네 말이 맞아.."
엘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마리를 안아 주었음. 또다시 붉어진 얼굴로 슬쩍 엘빈을 바라본 마리는, 엘빈의 표정을 보자 걱정스레 그를 바라보았음.
"엘빈, 무슨 일 있어요..?"
"... 아니."
"엘빈 표정이.. 지금 꼭 울 것만 같아요."
"... 마리, 그럼 나 좀 안아줄래?"
엘빈의 말이 끝나자, 마리는 두 팔을 활짝 벌려, 마치 엄마처럼 조용히 엘빈을 안아 주었음. 지금 이 순간이 영원하길 바라며, 엘빈은 마리의 품에서 비로소 그동안 자신이 짊어져 왔던 짐들을 내려 놓을 수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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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빈, 오늘 마리랑 둘이서 재밌었냐?"
이불을 뒤집어 쓴 나일이 물었음.
"응."
"엘빈.. 내일이 그날인 건 알지?"
"무슨 날?"
"병단 선택하는 날.."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이었음. 아, 이제서야 엘빈에게도 잠시나마 자유가 주어졌는데. 또다시, 또다시 자신을 옥죄어 올 시간이 온 거였음.
"엘빈.. 난, 난 말이야.."
"응, 나일."
"헌병단에 지원할 생각이다. 마리와 안정된 가정을 꾸려 나가고 싶어."
"......"
"놀라진 않는군."
"네가 이제야 진정으로 이해가 되네, 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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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 도크, 넌 어디를 선택했지?"
모든 병단의 설명을 다 듣고, 정말 마지막으로 자신의 병단을 정하는 단계가 찾아왔음.
"헌병단 선택하겠습니다!"
"좋아, 엘빈 스미스. 넌 어디를 선택했지?"
"전.. 저는.."
아, 아버지와의 꿈인가. 아님,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도 두렵지 않을 마리인가.
"엘빈 스미스. 아직 시간이 필요한가?"
"아닙니다. 저는.."
고개를 숙인 엘빈이 말했음.
"... 조사병단 선택하겠습니다."
이상하지, 정말. 과연 그것을 '꿈'이라 칭할 수 있는가? 엘빈에게 있어, 평생을 '꿈'이라는 달콤한 말로 자신을 가두게 한 그것이 과연 정말로 꿈일까?
엘빈은 또다시 선택의 순간에서 자신의 꿈을 선택하였음. 정확히는, 자신만의 꿈이 아니었음. 그건 아버지와 자신의 꿈이었고, 어쩌면 인류를 위한 꿈이기도 하였음.
엘빈은 마리의 술집으로 터덜터덜 걸어가, 무진장 술을 퍼마셨음. 자신이 또다시 조사병단을 선택하게 만든 현실도 싫었지만, 결국 수 년 전과 같은 선택을 하여 마리 대신 꿈을 선택한 자신이 더욱 싫었음. 더욱 참을 수 없는 건,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선택이 밉긴 해도, 후회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었음.
곧, 엘빈은 잔뜩 취하게 되었고, 퇴근을 하던 마리는 그런 엘빈을 발견하였음.
"엘빈? 혼자서 왜 이렇게 술을 많이 마셨어요.."
"아아.. 마리.. 나의 마리.."
"네, 저 마리예요. 잠깐 기댈래요?"
"응.."
엘빈은 마리의 어깨에 살짝 기대었음. 마리는 그런 엘빈의 머리칼을 만져주며, 조용히 엘빈을 위로해 주었음.
"마리.."
"네."
"나 오늘 조사병단을 선택했어."
"......"
"마리, 너와 정말 결혼하고 싶었어. 이건 진심이야.."
"그만. 그만해요, 엘빈. 전 병단은 상관없다 했잖아요.."
마리의 목소리에 울음이 조금씩 섞여 들어갔음.
"마리. 널 위해 모든 걸 버릴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해. 그게.. 네게는 가장 행복할 거야. 난.. 난 내 꿈만은 버리지 못 했어.. 기회가 다시 주어졌는데도 말이야."
"흑.. 흐윽.. 전 괜찮다니까요.."
"마리, 처음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게 입을 맞추고 싶어. 그래도 될까?"
"네.. 남겨 주세요. 제가 엘빈을, 그리고 엘빈이 절 사랑했다는 증거를요.."
마리의 품에 기대있던 엘빈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마리와 마주보았음. 그리고는 마리의 눈에서 흐르는, 자신의 가슴을 찌르는 듯한 눈물들을 손으로 닦아주고는, 마리의 입술에 자신의 입을 맞추었음. 혀를 섞지 않고, 입술만 맞대고 있는 둘은 느낄 수 있었음. 지금 이 순간, 서로에게 있어 누구보다 진심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들의 끝은 결코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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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이 깜깜해져 왔음. 그리고 다시는 밝아지지 않았음. 마리와의 입맞춤의 촉감이 아직도 자신의 입에 남아있는 것만 같은 엘빈은 마지막으로 생각했음.
'꿈이었나. 꿈이었다면, 처음으로 날 기쁘게 해준 꿈이었군.'
엘빈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죽음을 맞이했음. 그저, 자신의 죽음을 알고 마리가 슬퍼하지 않길 바라며.
「Best wishes, from Erwin Smith.」
(너의 행복을 빌며, 엘빈 스미스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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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엘빈의 대사 해석!
: 꿈이었나. 꿈이었다면, (방금 과거로 돌아갔던 게 진짜 잘 때 꾸는 꿈이었나)
처음으로 날 기쁘게 해준 꿈이었군. (자신에게 꿈이란, 아버지와의 가설을 증명해 내야 하는 것. 그 때문에 평생을 무언가에 쫓기듯 살아와서, 아버지와의 꿈에 대해 긍정적이진 않았음. 그러나, 방금 꾼 마리와의 꿈은 '꿈' 이라는 글자로 자신에게 이때까지의 압박감과는 달리, 처음 느껴보는 기쁨을 주었다는 뜻!)
☆ 쓰니의 말: 개인적으로 마리엘빈 서사에 진심이라.. 사실 엘빈에게 또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마리를 선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둘이 결혼 엔딩을 생각하다가 그래도 엘빈은 자신의 꿈을 택하겠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결국엔 과거로 돌아가서도 엘빈은 마리를 포기했고, 마리는 엘빈의 말대로 자신을 위해 모든 걸 버릴 수 있는 사람인 나일과 결혼을 하겠지? 마리한테 있어 엘빈은 가슴 아픈 열렬히 사랑했던 첫사랑 정도면 좋겠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