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리바이가 사랑하는 드림주가 시한부 판정받고 자는 사이에 죽어서 미쳐버리는 찌통드림 매우 긺 주의... 만 자 넘어가는 듯 새드 처음 써봐서 망한 것 같지만 올려볼게 빛삭파티 끝나고 감상해줘! 진짜 흔하디 흔한 클리셰라 너무 기대는 하지마ㅜ
브금 꼭 틀고 봤으면 하는 작은 바람도 있다...
링크 댓글에도 올려 놓을게 봐줘서 고마워!
https://youtu.be/mfSQ3Yhi0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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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언제나, 한결같이 그 자리에.
리바이의 곁에는 늘 그녀가 존재했다.
처음 조사병단에 들어왔을 때, 리바이는 (-)을 처음 만났다. 건조하게 리바이다, 라며 자신을 소개할 때 그녀는 모블릿 바로 뒤에 무표정으로 서 있었다. 리바이는 (-)을 흔히 보이는 병사들 중 한 명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상할 만큼 다른 병사들은 그녀를 정말 좋아했다.
딱히 친화력이 높은 성격도 아니고, 주목받을 만한 외모를 가진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조사병단 내에서 특출나게 실력이 좋아 선두에 서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그녀는 묵묵히 자신이 할 일을 해낼 뿐이었다. 알 수 없는 미소를 입에 머금은 채로.
(-)은 신입 교육과 간부조 회의 서기를 담당하고 있었다. 리바이는 간부조에 들어가기 전에도, 그녀가 간부조 인원들 사이에서 미소를 지으며 식사를 하러 가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 지하도시의 찌든 얼룩 따위 단 한 점도 없을 것 같은 저 무해함은, 지하도시에서 평생을 살아왔던 그가 처음 마주한 표정이었기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개인 시험이 있어요. 리바이는 4번 구역으로 배정받으셨네요. 저 따라오세요.”
“리바이, 난 3번 구역이야. 먼저 갈게.”
리바이는 (-)의 뒤를 따라가면서 자연스레 시선을 위에서 아래로 훑었다. 깔끔하게 묶여 있는 머리칼, 곧은 어깨선과 단정한 옷 매무새. 그리고 차분한 걸음걸이에서 나오는 저 우아함은 오직 (-)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알면 알수록,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말을 튼 사람은 (-)이었다. 병단의 분위기는 어떠한지, 오늘 컨디션은 나쁘지 않은지 등의 말을 뒤도 돌아보지 않고 툭툭 건넸다. 리바이는 귀찮은 듯 건성으로 대답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몇 개월이 지속되니 조금은 말문이 트였는지 교관 욕을 하거나 되려 (-)의 안부를 묻기도 했다.
하루에 고작 몇 분이지만 지하도시 친구들을 제외하고 그렇게 편하게 대화하는 사람은 (-)밖에 없었다. 그녀는 부드럽지만 올곧았고 자신만의 뚜렷한 신념이 있었다. 출신 지역과 첫인상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여느 병사들과는 달랐다.
“오늘은 입체기동장치 점검 맡기고 신체능력 측정할 거에요. 일단 보급소로 가죠.”
리바이는 그 날따라 (-)의 뒷모습이 아닌 옆모습을 보고 싶었다. 자신도 모르게 앞서가는 (-)의 어깨를 잡았고, (-)은 뒤돌면서 그와 이마를 살짝 부딪쳤다. (-)은 리바이보다 5센치 정도 컸기에, 이마를 부딪치면서 그의 콧잔등이 (-)의 입술에 살짝 닿았다.
“아! 리바이, 괜찮아요?”
리바이는 대뜸 사과하는 (-)이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잘못은 내가 했는데 왜 너가 괜찮냐고 묻는 거지? 오늘은 그... 뒤에 있기가 싫어서. 이마는 미안하다.”
“아, 그럼 옆에서 같이 걸어요. 제가 항상 앞서가는 게 싫었으면 말씀하시지... 불쾌하셨다면 죄송해요.”
“쳇, 미안할 건 없어. 그냥 오늘따라 그러고 싶을 뿐이야.”
그는 당장 그녀의 얼굴을 보기가 민망해져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린 채 코를 만지작거렸다. 리바이는 키가 조금만 더 컸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을 하며 (-)와 나란히 걸어갔다. 그런 리바이를 보며 (-)은 풋, 하고 웃었다. 그녀도 자신의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키가 조금만 더 작았다면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 때 리바이는 (-)이 소리내어 웃는 걸 처음 보았다. 부딪쳤던 이마와 콧잔등이 화끈거리는 게 느껴졌다. 고작 웃어주는 것 하나로 착각한 가벼운 감정은 절대 아니었다. 리바이는 몸 상태가 이상하다는 생각과 함께 빨라진 호흡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가슴이 붕 뜨는 느낌에 싱숭생숭한 기분인 건 (-)도 마찬가지였다.
리바이는 몇 개월을 (-)와 더 붙어 다니면서 깨달았다.
그녀가 묘하게 사람을 이끄는 힘이 있다는 걸.
그리고 자신도, 그 이끌림에 자연스레 빠져버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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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가 병사장이 되었을 때,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지하의 경멸에서 지상의 선망으로 탈바꿈했다. 같은 조사병들 중에서도 그런 식으로, 자신을 대할 때의 태도가 바뀐 사람들이 꽤 있었다. 리바이는 그들을 어쩔 수 없이 이해했지만 조금은 역겹다고 생각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은 늘 한결같이 그 자리에서 같은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고, 같은 말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이제는 방 위치도 그렇고 이런저런 명분이 겹쳐 간부조 회의에 매번 같이 가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리바이, 아... 이젠 병장님이라고 불러야겠군요. 20분 뒤 회의 시작입니다. 지금 천천히 출발하면 될 것 같아요.”
“...넌 언제까지 존댓말을 할 생각이지?”
“아마 죽을 때까지...겠죠? 전 모두에게 존댓말을 쓰는걸요.”
리바이에겐 예의를 갖춘다고 뱉는 저 존댓말이 오히려 거리를 두는 것처럼 느껴졌다. 같이 지낸 기간이 벌써 1년을 넘어가니 이젠 남들보다 가깝게 지낼 만하다고 생각했다. 리바이는 이 관계의 선을 넘어보고 싶었다. 이자벨과 팔런을 보낸 뒤론 감정을 숨기며 지내고 있지만, (-) 앞에서는 저주에 걸린 듯 감정이 있는 그대로 자꾸 튀어나왔다.
그런데, (-)은.
이자벨과 팔런이 죽었을 때도, 예전에 그녀에게 고백했던 한 조사병이 모두의 눈 앞에서 거인의 손에 갈기갈기 찢어졌던 그 때마저 표정에 한치의 변화도 없었다. 누군가와 대화할 때의 올라간 입꼬리를 제외하고 보면 (-)은 항상 무표정이었다. 그녀는 울지도, 웃지도 않았다.
그리고 (-)와 가장 가까이 있었던 리바이만이 이 점을 눈치챘다. 그녀가 감정을 철저히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참다 못한 리바이는 결국 그 말을 꺼냈다.
“넌 꼭... 가면을 쓰고 있는 것 같다. 처음엔 마냥 행복한 표정인가 싶었는데... 여태껏 울지도, 웃지도 않은 걸 보면. 너도 감정을 숨기고 절제하는 거냐?”
(-)은 눈을 크게 뜬 채 리바이를 바라보았다. 처음 듣는 질문인 모양이었다. (-)은 뭔가 불안한 듯 코를 오른손으로 만지작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약간 소름 돋는데, 맞아요. 제 감정은 절대 안 드러내려고 하고, 남에게 의지하거나 피해주는 것도 정말 싫어서... 이유는 별 거 없어요. 가족이 전부 저 때문에 죽었거든요.”
“지금까지 이런 얘기는 누구에게도 안 했겠군.”
“네, 병장님이 처음이죠. 애초에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고...”
“그야 당연하지. 다른 인간들은 너가 감정을 숨기든 뭘 하든 보이는 부분에만 신경쓸 테니까.”
리바이는 그녀가 자신과의 공통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한 뒤 그 감정이 더 커졌다. 말을 할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긴장한 듯 목에 핏대가 섰다.
“그래도 내 앞에서는... 굳이 그러지 마라. 2년이나 참았으면 이제 내려놓을 법도 하잖아.”
“...고마워요, 병장님.”
그제서야 (-)은 쓴웃음을 짓고 어깨에 들어간 힘을 풀었다.
그 순간, (-)은 알 수 없는 복통에 배를 움켜쥐고 주저앉았다. 눈 앞이 컴컴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리바이의 목소리만이 그녀의 귀에 맴돌았다.
“왜 이러냐, (-)! 정신 좀 차려 봐, 빨리 의무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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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대에 있던 진단 전문 의사는 기다란 철사를 목 안에 집어넣고 헤집더니, 이내 무거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위암...이야.”
“네...? 제가요?”
옆에 서있던 한지는 왼손으로 머리를 싸매고 소리쳤다.
“도대체 지금까지 검진 한 번 안 받고 뭐한 거야, 너! 일단 짐 챙겨. 빨리 병원으로 가야 해.”
어리둥절한 얼굴로 눈만 깜빡이는 (-)을 보고 리바이는 순간 화가 났다. 치료할 방법도, 살아남을확률도 거의 없다는 암 진단을 받고도 미간에 주름 하나 잡히지 않는 저 표정이, 답답함을 넘어 이제는 터져 죽어버릴 것 같았다.
“네놈은 머리에 문제라도 있냐? 아니면 삶에 미련 따위는 없다는 거냐? 어떻게 위암이라는데... 그렇게 태연할 수 있지?”
“...이거 가족력이에요. 제 부모님도 다 위암을 앓으셨는데, 저도 태생부터 위가 약해서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
“그럼 진작에 검진이라도 받았으면 더 빨리 치료했을 거 아니냐! 왜... 왜 검사를 미룬 거지?”
사실 (-)은 오래 살고 싶지 않았다. 조사병단에 들어온 것도, 거인에게 한 번에 먹히면 덜 괴롭게 죽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 때문이었다.
위암을 오랫동안 앓고 있던 그녀의 부모님은 약은 커녕 끼니를 때울 돈도 없어 매번 딱딱한 빵을 물에 불려서 섭취했다. 고작 열 살이었던 (-)은 따뜻한 음식을 드리고 싶은 마음에 불을 피우고 스프를 끓였다. 미처 끄지 못한 불은 순식간에 켜져 집안을 불태웠고, 너무 놀란 나머지 (-)은 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다.
엄마는 창문을 깨고 나가라고 소리쳤고, (-)은 혼자 창문을 넘어 뒷마당으로 뛰어나갔다. 부모님은 거동이 불편해 움직이지 못해서 결국 전소한 집의 잔해에 깔려 죽고 말았다. 하루아침에 집과 가족을 몽땅 잃은 그녀는 그 상황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자신 때문에 모두가 죽었으니 살아갈 자격 따위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겨우 열 살의 나이에 자살할 용기도 없었기에, 개척지에서 고된 일을 하다가 훈련병단에 들어갔다.
위암을 판정 받았을 때는 슬프거나 괴롭거나 하는 감정보다, 거인에게 잡아 먹히긴 글렀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검진을 미룬 이유도 병원에 갇혀 있다가 죽는 게 싫어서였다.
“...무서워서 그랬어요, 죄송해요.”
(-)은 얼굴색 하나 바뀌지 않고 시선을 아래쪽으로 두며 차분히 말했다. 리바이는 저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병원에 가는 게 더 급했기에 따로 추궁하지는 않았다.
그 날부터 리바이는 매일 저녁에 말없이 병원에 찾아와 밤새 (-)을 간호했고, 다음날 새벽이 되면 조용히 병단에 돌아갔다. 애초에 수면시간이 적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그에겐 다른 업무보다 병원에 찾아가는 게 훨씬 중요했다.
(-)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저 사람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그렇지만, 그녀는 항상 모든 이들에게 벽을 치고 살아왔고 리바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냥 붙어있는 시간이 조금 더 많은 정도로 머물러 있고 싶어했다. 대인관계를 만드는 것 자체를 피곤하고 힘든 일이라 생각했다. 더군다나 곧 죽을 처지라면 더더욱. 관계는 언젠가 날카로운 가시로 돌변해 깊은 상처를 낼 테니.
병원에서 남은 여생을 이어가는 것은 정말 외롭고 지옥같았다. 초반에는 간부조 인원들이 병문안을 자주 와줬지만 이내 발길이 뜸해졌다. 특히 조사병단은 벽 외 조사와 빼앗긴 월 마리아를 되찾기 위한 여러 업무들로 인해 다른 병단보다 더 바빴으니, (-)은 애초에 그리 친한 사람들도 아니었다고 합리화하며 자리를 지켰다.
음식을 갖다주고 링거를 살펴주는 간호사 외에 (-)이 만나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는 리바이 밖에 없었다. 그는 어쩔 때는 서류더미를 들고 병원에 와 (-)의 옆에서 서류 작업을 하기도 했다. (-)은 사각사각거리는 펜 소리를 좋아했고, 그런 날은 평소보다는 편하게 잠들 수 있었다.
그녀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찾아오는 리바이에게, 그녀답지 않게 병원에 찾아올 시간에 잠이나 자라며 버럭 화를 낸 적도 있었다. 악을 쓰다가 스프가 들은 접시를 엎어도, 상태를 보자며 가까이 오는 그가 좋았지만 싫어서 가슴팍을 세게 치고 밀어내도 그는 한 번도 화를 내거나 싫은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남에게 피해주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은 결국 울먹이며 소리쳤다. 이렇게 계속 다가오면 내가... 당신에게 의지하게 되잖아, 라면서.
그는 슬픈 눈으로 말을 조금씩 이어갔지만, 마지막 한 마디 때문에 (-)은 앞에 들었던 말들을 전부 까먹어 버렸다. 리바이는 눈물은 고이지 않았지만 곧 울기라도 할 것 같은 표정이었다.
“네놈이... 날 필요로 해 줬으면 좋겠어.”
그 말을 들은 순간부터 (-)은 그를 받아들였다.
겉보기에 달라진 건 없었지만 (-)은 전적으로 리바이를 믿고 의지했다. 리바이는, 그녀의 입에 묻은 우유를 자신의 크라바트로 닦아주고 부어오른 손을 밤새 주물러 주기도 했다. 인류 최강의 병사라도 죽음을 피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으니, 벽 외 조사에 나가기 전날에는 늘 마지막 인사를 하듯 서로를 세게 끌어안았다. 그에게선 은은한 비누향이 났고, (-)은 이를 악물고 그 비누향을 머릿속에 각인했다.
(-)은 이기적이지만, 자신이 죽는 순간까지 그가 곁에 있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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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이 지나고 850년, 초대형 거인이 트로스트 구에 나타났던 그 날. 항암치료라는 기술 덕분에 몸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다시 상태가 악화되어서 급하게 검진을 받았다. (-)은 예전에 비해 살이 많이 빠졌고, 머리카락도 항암치료 때문에 많이 빠져서 짧게 잘라버렸다.
의료반에 있던 (-)의 훈련병단 동기는 반쪽이 된 그녀의 얼굴을 보고 사색이 되어 달려왔다.
“뭐, 뭐야. 너가 위암 환자였어? 세상에...”
“네, 오랜만이에요. 검사 결과는 나왔나요?”
“...상태가 심각해. 전이가 너무 많이 돼서 치료나 수술을 하기엔 이미 늦었어. 이대로면 오래 가야 6개월이야.”
“...아. 결국 그렇게 됐군요.”
“상태가 더 나빠지면 당장 죽어도 안 이상해. 애초에 암을 완벽하게 치료할 방법이 없기도 하지만... 주변에는 말 안 할 거야? 네 애인은 아직도 모르는 눈치던데.”
“괜히 걱정하게 만들고 민폐 끼치기 싫어요. 그리고 애인도 아니고요.”
“그럼 조용히 있다가 죽어서 병단이 발칵 뒤집혀도 좋다는 거야? 인력이 중요한 게 아니라, 동료들이 있잖아. 빠른 시일 내로 말해야 돼, 안 그러면 너 진짜...!”
“제가 알아서 할게요, 그만 나가주세요.”
“...알았어. 내가 너무 참견했네, 미안. 그래도 말은 꼭 해... 나 갈게.”
의료병 동기는 콜록거리며 기침하는 (-)을 보다가 자리를 떴고, 문을 닫고 나오면서 한숨을 푹 쉬었다.
‘쟤는 이상한 데서 고집불통이야. 저렇게 안 알리다가 후회한 경우를 내가 좀 봤겠냐고. 걱정되는데...’
리바이는 늘 그랬던 것처럼 벽 외 조사를 마치고 병원에 찾아갔다. (-)은 평소보다 더 수척해 보였다. 따뜻한 홍차를 우려내 그녀에게 건네며 그는 물었다.
“오늘 상태는 어떠냐.”
“나쁘지 않아요... 조사에서 특별한 일은 있었어요? 아까 저쪽에서 천둥소리 나고 장난 아니던데.”
“거인으로 변하는 녀석을 발견했다. 내일 녀석의 심의가 있어. 지금으로선 유일한 인류의 희망이다.”
“인류의 희망이라, 그럼 거인의 정체도 이제 밝혀낼 수 있겠네요. 가령 인간이라던가, 뭐...”
“...설마, 그럴 리가.”
“혹시 모르잖아요? 알고 보니 우리끼리 싸우고 있었다면, 좀 끔찍하겠지만.”
“어쨌든, 다음 벽 외 조사는 한 달 뒤로 결정났어. 그리고 구 조사병단 본부에 가서 대기하라는 명령 때문에 당분간은 못 올 것 같다.”
“괜찮아요. 요즘은 직원분들도 다 잘해 주셔서 별로 안 심심해요.”
“...치료는 계속 하고 있는 거겠지. 너무 수척한데.”
“많이 좋아졌어요. 제 걱정은 하지 말고 업무에 집중해요. 그래야 저랑 더 오래 보죠.”
“...손이 많이 차군.”
“그럼 잡고 있어줘요, 가기 전까지.”
(-)은 싱긋 미소지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리바이는 예전엔 그렇게 밀쳐내더니, 라며 피식 웃은 뒤 그녀의 손을 감쌌다. 뼈밖에 남지 않은 앙상한 손의 감촉을 느낀 리바이는 조금 속이 쓰렸다.
그 이후, 여성형 거인이 나타난 제 57회 벽 외 조사에서 발목이 골절된 리바이는 병원에 가게 되었고 (-)와 같은 입원실에 배정받았다. 그는 썩은 표정을 하고 엘빈...이 똥 같은 자식. 이라 중얼거리며 문을 열였다.
“어? 어디 다치셨어요?”
“...발목이 조금. 근데, 여기 원래 2인실이었나?”
“네. 침대만 없었지 2인실이에요. 그럼 병장님, 저랑 같은 병실 쓰는 거에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불편하겠지만 참아.”
“난 좋은데. 오랜만에 대화나 해요, 우리.”
대화는 밤새 이어졌다. 에렌이 경질화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배신자를 찾아낸 뒤 바로 월 마리아탈환 작전에 착수할 것이라 했다. 월 마리아 탈환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희망은 (-)와 리바이를 조금 들뜨게 했다. 2주쯤 뒤, 뼈가 붙어서 걸어다닐 수 있게 되자 리바이는 즉시 병원을 떠났다. 그 전에 (-)와의 포옹도 잊지 않았다.
“병장님, 죽지 마세요. 잘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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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개월 뒤, 월 마리아 탈환에 성공하고 돌아온 리바이는 많이 피곤해 보였다. 그들은 누가 죽었니 살았니 하는 말은 절대 꺼내지 않았다. 처음부터 누가 정해준 것처럼 그것만큼은 서로에게 암묵적인 규칙이었다. 엘빈을 비롯한 수많은 동료를 잃고 슬픔에 잠겨 있었지만 웃으며 자신을 맞아주는 (-)을 보고는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이제 남은 거인을 정리하고 조사병단은 60회 벽 외 조사를 간다. 월 마리아 벽 밖으로 나가게 될 거야. 바다라는 걸 너도 꼭 보았으면 좋겠는데, 몸 상태를 보니 걷지도 못 할 것 같군.”
“괜찮아요, 눈에만 담아와요. 그리고 어떻게 생겼는지, 무슨 색인지 등등 자세하게 알려주세요. 난 얘기만 들어도 좋으니까. 병장님은... 죽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그래... 이제 매일 볼 수 있으니 한 시름 놨어. 내일도 오지. 푹 자라.”
“잘 가요, 리바이.”
본인이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은 리바이의 얼굴을 다시 보게 되어서 너무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며칠째 음식을 입에 대지 못해 너무 힘들었고, 죽는 게 편하겠다는 생각은 늘 자주 했지만 리바이와는 조금 더 보고 싶어, 라고 중얼거린 뒤 잠에 들었다.
다음날 리바이는 어김없이 병실에 들어왔는데, (-)은 평소와 다르게 아직도 잠을 자고 있었다.
“...(-)?”
“으음... 아, 오셨어요?”
“왠일로 지금 자고 있냐.”
“그러게요. 오늘따라 잠이 밀려와서...”
(-)은 시력이 저하되어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손을 뻗어 흐릿한 리바이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얼굴에 있는 손에 자신의 손을 포갠 리바이는 그녀의 손이 얼음장 같다고 느꼈다.
“오늘 달빛이 너무 이쁘죠? 자면 안 되는데 자꾸 졸음이 밀려와서 혼났어요.”
“자도 괜찮다. 원래 잘 시간이잖아.”
“아뇨, 오늘은 안 잘래요. 낮에도 계속 자서 안 졸려요.”
하루 종일 업무 때문에 바빴던 리바이는 침대 옆에 앉은 지 10분도 되지 않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책상에 엎드려 자는 습관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은 그의 어깨를 살짝 끌어와 침대 부근에 걸치게 했다. 머리를 침대에 대고 잠든 그의 표정은 평온해 보였다.
“...많이 피곤했나 보네.”
달빛에 비쳐 반짝이는 그의 머리칼을 만지작거렸다. 오늘은 이상하리만큼 몸 상태가 평온했고, 복통이 그리 심하지도 않았다. 입술이 말라갔지만 물을 마실 힘은 없었다.
...그리고.
두 시간쯤 뒤, (-)은 불안정한 호흡과 흐려지는 시야를 느끼며 자신의 죽음이 코 앞이라는 게 느껴졌다.
호흡은 빠르고 거칠었지만 너무나 얕았다. 평소에 비해 팔다리가 너무 차가워 동상에 걸린 것 같았다. 입술은 말라 비틀어져 쩍쩍 갈라졌고 입 안이 찐득했다. 다리 근육에는 경련이 일어나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죽으면 편안해지고 모든 게 끝날 줄 알았는데. 눈 앞에 자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인사 한번 하지 못하고 죽는다는 게 너무 슬펐다. 그러나 남에게 민폐 끼치는 걸 싫어하는 (-)은, 자신 때문에 리바이가 잠에서 깨어나는 게 더 싫어서 새어 나오는 신음을 손으로 꾹꾹 틀어막았다.
그러나 눈물만큼은 틀어막을 수가 없었다.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았지만 말할 힘조차 남지 않은 이 상황에서, (-)은 침대에 얹어져 있는 리바이의 오른손을 조금씩 더듬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죽기 전에 편지라도 한 장 써 놓을 걸. 모든 사람들이 죽는 순간에 후회를 하듯, (-)도 그랬다.
머릿속에 첫 만남부터 오늘 달빛 아래에서 본 모습까지의 기억이 촤라락 지나갔다. 입을 조금씩 움직이면서 한 마지막 말은, 고맙다는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요. 였다. 다리의 경련이 점차 멎었고, 까딱까딱하던 손가락마저 움직임을 멈췄다. 입을 틀어막던 손은 가슴팍에 툭, 하고 떨어졌다.
달빛이 사라지고 어둠만이 남은 새벽에 리바이는 잠에서 깼다. 이렇게 푹 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오른손에는 (-)의 차가운 손이 얹어져 있었다. 평소에도 손은 차가웠기에 그냥 자나 보다, 하며 옆에 있는 촛불을 켰고 그녀의 얼굴에 묻은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쓸어내렸다. 뭔가 이상함을 눈치챈 그는 (-)을 불렀다.
“...(-)?”
아무리 불러도 대답은 없었다.
“(-), (-), (-)!!”
상체를 들쳐올려 얼굴을 두드리고 귀에 소리를 질러도 그녀는 평온한 얼굴로 눈을 감고 있을 뿐이었다. 손이 아닌 몸 전체가 차가웠다. 리바이는 당연히 믿기지 않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그녀가, 본인이 자는 사이에 죽었다는 사실은 그에게 너무나 큰 죄책감을 안겼다.
해가 조금씩 뜨면서 창 사이로 빛이 새어나왔고, 바람이 조금씩 불어왔다. 핏기 없는 그녀의 얼굴은 죽음이 무색하게 너무나 아름다웠다. 평온한 그녀의 얼굴에도 눈물자국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는 그녀를 끌어안고 한참동안 눈물을 쏟았다.
“아, 아아... 으윽, 흐으, 흐...”
우는 그의 어깨가 들썩이면서 안겨있던 (-)의 몸도 흔들렸다.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그는 말을 이어갔다.
“...널 사랑해, (-). 아니, 사랑했다. 사랑해, 사랑해...”
여태껏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그 한 마디, 사랑.
리바이는 여태껏 (-)와 사랑을 해왔지만 한 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해준 적이 없었다. 마지막 선 만큼은 건들고 싶지 않아서 담아두었던 말이지만, 잔인하게도 지금은 아무리 그 말을 해도 들어줄 그녀는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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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한지는 월 마리아 탈환 성공에 대해 한 신문기자와 아침부터 인터뷰를 하던 도중 어떤 의료병이 (-)의 동기라 주장하며 단장실에 난데없이 들어와 어리둥절한 상태였다.
“뭐야, (-)의 동기라고? 무슨 일이지?”
“...죄송합니다. 더는 미룰 수 없어서요. (-)은 4개월 전에 이미 말기 시한부 판정을 받았습니다. 아마 지금쯤 위독할 거에요. 병원에 가 보셔야...”
“뭐? 그걸 이제 말하면 어떡해, 모블릿! 아... 이제 없구나. 거기 신병, 미안한데 내 말 좀 끌고 와줄래?”
한지가 말을 타고 병원에 도착해 병실 문을 열었을 땐, 이미 죽은 (-)을 끌어안고 울부짖는 리바이만이 있을 뿐이었다. 같이 온 신문기자와 의료병도 그 모습을 보고 말았다.
의료병은 나오는 눈물을 참아가며 조용히 들어가 (-)의 짐을 정리했고, 신문기자는 수첩에 무언가를 끄적이다가 한지에게 제대로 붙잡혔다.
“뭘 적으시는 겁니까. 하, 뭐? 동료에 애인마저 잃고 결국 미쳐버린 인류 최강? 당신. 이딴 기사 한 줄이라도 실었다가는, 조사병단 단장으로서 기자단에 공식적으로 고발할 테니 그런 줄 알아. 당장 나가.”
기자를 내보내고 한지는 리바이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이미 정신줄을 놓은 그는 누구도 말릴 수 없었다.
그는 병원 직원 대여섯명이 달려들어 (-)와 자신을 떼어 놓을 때까지,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을 껴안고 있었고 떨어지고 나서도 계속 바라보고 다가갔다. 보다 못한 한지가 이를 악물고 그의 얼굴을 주먹으로 세게 내리쳤고, 바닥을 한 번 구르고 나서야 그는 정신이 들었다.
“이런다고 (-)은 안 돌아와. 슬픈 건 알겠는데 그만해.”
“맞아요, 지금은 병장님답지 않아요.”
리바이는 생각했다.
...나다운 게 뭐지?
감정을 절제하고 이성적으로 움직이는 것?
(-)은 모든 행동과 생각을 절제하는 내가 유일하게 감정을 표출할 수 있게 해준 사람인데.
지금까지 병사장으로써 보였던 모습은 자신이 아니었다. 항상 미소를 띤 채 모두의 환심을 샀던 그녀도 화를 내고 울부짖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더 이상 병사장으로서의 모습을 유지하며 살고 싶지 않았던 리바이는,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걸어갔다. 그의 왼손에는, 미처 열어보지도 못한 반지 케이스가 있었다.
그 이후로, 누구도 리바이를 보지 못했다.
또한 자연스럽게 병사장이라는 자리는 사라졌다. 병사장이 미쳐버려 벽 밖으로 나가버렸다는 소문만이 벽 안에 잔잔히 맴돌았다.
그는 그렇게 종적을 감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