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남친에게 이별을 고했습니다...
아,, 사실 이별을 고했다기보다.. 우리의 상황에 대한 제 생각을 말하고 따라주길 바란거죠..
저희는 만 4년 조금 넘게 사귄 커플입니다..
둘 다 스물 넷.. CC 로 스무살부터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1500일 가량을 지냈더랍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학교에 간 순간부터.. 매 끼 밥을 함께 먹고, 잠자기 전 마지막 전화를 할때까지 모든 생활을 공유하고 살았어요..
결국 이것이 오히려 지금의 화를 불러온것 같네요.. 너무 숨쉴 틈 없이 4년을 함께 달려와버린 것이..
제겐 이미 가족과 같은 존재였어요.
열 아홉에, 아버지를 여의고 진지하게 사랑한 첫 남자라 정말 너무도 많이 정을 줘버렸거든요.
4년이란 시간을 함께 하면서,, 자연스레 결혼 얘기도 오가고.. (저희 둘 다 직장이 보장되어있어서 일찍 자리잡아도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양가 부모님도 저희를 이뻐라 하시고.. 내 후년쯤 결혼을 생각하고 계셨어요.
이 사람은 현재 ROTC 라.. 지난 8월부터 소위로 군생활 중이구요..
저는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혼자 고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말 사랑했습니다.
아니 지금도 너무나 사랑합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요즈음 많이 변했습니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어요. 나는 사랑만 주려고 하는데.. 왜 이렇게 나에게 모질게 구는걸까.. 시내 한 복판에서 울고 있는 저를 버리고 뒤돌아가버리고. 다 귀찮다며.. 제게 상처가되는 모진말만 골라서 내뱉는 그 사람을..
근 한 두달. 그런 모습을 보는 저도 너무 힘들었습니다.
가슴이 찢어지고 하늘이 노래진다는 말을 실감하게됐지만, 뭔가 내가 잘못한 것이 있으리라 이유를 찾아가며.. 자기 합리화를 해가며... 참고 또 참고.. 내가 이렇게 참고 인내하고 좋은 감정을 보내주면 변하리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 사람은 점점 사소한 일에도 너무나 쉽게 상처를 주고, 차갑고 냉정하게 변해버렸어요
이유를 알 수 없어 더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오랜만에 휴가를 나온 그 사람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깨닫게 됐어요..
그 사람에게는 아픈 누나가 하나 있어요.
그래서 그 누나를 위해서 어릴때부터 희생을 강요받았던거죠..
'참 착하네.. 그래 니가 누나를 위해 좀 참아라....어른스럽구나.. 대견하구나..'
그치만, 마음 속으로는 원망과 불만이 쌓여가고 있었나봐요..
이제는 '누구를 위해' 사는것이 힘들다 합니다..
하고 싶은것도 맘껏 하고 싶고, 그것이 연인의 최소한의 예의라 하더라도 지금은 너무 힘들어,
의무감에서 해야하는 연락을 하기 싫고....
4년간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사랑했지만, 제게도 문제가 있었어요..
아빠의 빈 자리를 그 사람이 채워주리라 기대하면서.... 항상 내 곁에 있기를 바래왔던거죠..
크게 외형적으로 구속하고 그런 것은 없었지만, 이 사람이 내 마음을 알았겠죠..
그래서 '저를 위해' 많이 양보하고, 시간을 할애하고.. 그렇게 살았었나봅니다..
많이 지쳤나봐요. 군생활 하나도 벅찰텐데.... 고시공부를 한다고 힘들어하는 여자친구를
알게 모르게 챙겨야하고.... 외로울까봐 연락도 자주해줘야 한다는 강박감에도 시달리고....
미안합니다.
모질게 내게 상처를 주던 그 사람이라, 원망스럽고 미워서
'너무한다.. 왜그러냐.. 내가 대체 뭘 잘못했느냐... 왜 이리 모질게 변했느냐 ' 고 말했었는데..
이제와 곰곰히 생각해보니 많이 힘들었겠구나....
지금은 이 사람을 자유롭게 놓아줘야할 때구나.. 싶어요.
머리로는. 그게 맞는것 같은데.....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익숙함.. 편안함, 단지 그것이 아니라.... 아직도 많이 사랑합니다. ㅠㅠ
제가 이런저런 제 생각을 정리해서.....
'지금은 우리가 각자의 길에 최선을 다 해야할 때 인것 같다.... 나도 너무 무섭다. 당장 니가 없는 하루를 상상할 수조차 없지만... 니가 너무 지친것 같다.. 그간 나 때문에 참고.. 하지 못했던것. 사지 못했던것.. 다 누려보길 바래.. ' 라며 말을 하고 그의 생각을 묻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는지 나중에 얘기하자고 합니다.
너무나 담담하고 조용히 들어주더라구요. 제가 긴 이야기를 하는 동안..
그 사람도, 제게 매몰차게 대하면서 많이 생각하고.. 아파했을것 같습니다.
자기도 제게 모진말과 행동을 해놓고는 그 이유를 모르겠다 했었습니다...그냥 짜증났다고..
자제하고, 참는게 너무 힘들다고 요즘은..
그리고, 미안해했습니다.
제 눈을 바라보지도 못하고 등돌려 말하더라구요.
"솔직히 나만큼 못해주는 사람이 어딨냐.. 너 나한테 이런 대접받고 살 사람 아니다... " 라며..
그 사람 등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당신 때문에 내가 얼마나 행복하게 지내왔는데... 그런 말 까지 하는 가엾은 사람..
심적으로 완전히 탈진한 상태라.... 저를 돌보아주지도...... 자신을 돌보기에도 벅찬 사람.
사랑하지만,,,, 지금은 연락을 끊고 훨훨 날아가기를 바래야겠죠?
그런데...... 정말 자신이 없네요.....
그 사람의 그림자가 너무 깊숙히 들어와있어요...... 독합니다. ㅠ
자꾸 전화기를 보게 됩니다...
그 사람 번호를 누르는데 너무나 익숙한 내 손가락..
어떻게 참아야하나요.... 연락이 오겠죠.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했으니.....
그 사람도 자기 생각을 정리해서 연락하겠죠.....
그 연락이 마지막일거라 생각하니 또 마음이 저려옵니다.......
사랑하는데 이렇게 단칼에 잘라내기가 너무 아픕니다... 이렇게 헤어지는건가요.....
인연이라면 돌고 돌아 다시 만나지겠지.....생각하며 몸을 추스려도.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쿵쾅거리는 제 심장이 밉습니다. 가슴이 천갈래 만갈래 찢어지는 것 같아요.
많이 지친 사람. 지금은 놔 주는게 옳은걸까요....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건지.... ㅠ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