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날 설렜던 일을 추억하기 위해 처음으로 판에 글을 쓴다.
나는 27살 아직 취준생이다.
바로 저번주 일요일에 기사 실기시험을 봤는데 그날에 있었던 일을 적어보려한다.
나에겐 다소 어려웠던 기사 필기시험은 세네번에 걸쳐 올해초에 합격을 했다 ㅎㅎ
이제 실기 시험만 잘 보면 되는데. 그다지 준비를 많이 못해서 자신은 없었다.
실기시험은 일요일. 시험장은 타지였고 우리집에서 거리가 멀어서 가는데만 3시간 40분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시험 당일날 늦을수도 있을거같아서 혼자 전날에 도착해서 숙소를 잡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모텔에서 공부를해봤다 ㅋㅋㅋ
집중이 안되더라...벼락치기 느낌도들고 모텔 곽티슈에 적혀있는 광고글도 신경쓰이고..무튼 그날 공부는 12시까지 하고 자버렸다.
자고 일어난 시험 당일날. 부랴부랴 시험장소인 모 대학교로 시내버스타고 갔다. 날씨하나는 끝내주더라.
자신없는 맘에 시험포기하고 혼자 여행좀 즐기다가
집에가고싶었지만 여기까지 온것도 아쉽고,첫 시험 경험해보는게 중요하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험장에 도착해서 시험을 봤는데 일단. 봐 보길 잘했다 붙을 자신은 없는데 진짜 한번씩 본 문제들인데 공식이 기억안나서 못푼 문제들이 너무아쉬웠고 내 스스로 반성해보는 계기가 됐다.
시험 시간동안 내가 풀수있는만큼 최선을 다해서 본 뒤.
착잡한 마음으로 시험장에서 나와서 근처 흡연장 벤치에서 담배하나를 물었다. 아무래도 다음시험을 준비해야겠다...
버스정류장 쪽을 바라보며 멍하니 흡연하고 있었는데 내 앞으로진짜 예쁘신분이 지나갔다.
전자담배를 피시면서 천천히 걸어가시는데 잠깐 눈이 마주쳤다.
저분도 오늘 기사 시험 보시고 나랑 비슷한 기분 이실까..하는 생각에 괜히 반갑기도하고 잠깐 눈이 마주친 그 순간 뒤로 자꾸 눈길이 갔다.검은 생머리에 입으신 옷도 잘 어울리셨고 나이는 나랑 비슷한거 같았고 각설하고 진짜 이쁘셨다.
나도 버스를 타고 역으로 가야했기에, 그분이 서 계시는 버스정류장으로 천천히 걸어가며 말을 걸어볼까 초면에 실례일까 계속 고민했다. 쌩판 모르는 남인데 너무 부담스럽겠다 싶으면서도 용기한번 내고싶었다. 그렇게 고민만하다가 그분 옆에까지 와버렸다.생각보다 거리가 짧더라.
우선 주변을 한번 봤다.그분 하고 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아마도 주변에 한분이라도 더 있으셨더라면 창피하고 눈치보여서 말도 못걸었을것 같다. 조심스럽게 "혹시 그쪽도 오늘 시험 보셨나요?" 라고 먼저 말을 걸어봤다. 이때부터 긴장했다.
다행이도 그분이 밝은 목소리로 대답해 주셨다 ㅋㅋ
나는 최대한 말을 이어가보려고 무슨 시험 보셨는지 시험은 잘 보신거 같으시냐.. 등등 물어봤고, 눈부신 햇살 때문인지 그분의 목소리가 나에겐 더 밝게 들렸다.
그분도 타지에서 시험보러 오셨고, 나와 비슷하게도 기차 출발전 남은 시간이 꽤나 많이 남았다고 했다.
그런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뒤에서 버스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서로 같은 버스를 타더라도 같은 곳에서 내리지 않을수도 있기에 나누는 대화가 이게 마지막일거란 생각에 조바심이났다.그래서 번호를 물어봤다.
나름 무난한 대화를 이어가는 도중.갑자기 번호를 여쭤보니 분위기가 바뀌었다. 확실히 불편해 하신다는걸 느꼈다..
그래도 애써 웃으시며 거절하시는 모습에 괜히 미안했고 민망했다. 그렇게 서로 말이 없어졌고. 애매한 적막과 민망한 분위기 속에 같이 버스에 올라탔다.
역으로 가는 동안 버스안에서 최대한 핸드폰에만 집중했다 ㅋㅋ
괜히 오늘 날씨한번 검색해보고 코로나 상황도 검색해보고..
얼른 버스에서 내리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
버스에서 내린뒤 기차역에서 기차표를 끊고 남은 한시간 동안
주변을 방황했다 ㅋㅋㅋ이 먼데 까지와서 시험도 만족스럽게 보지 못한놈이 처음본 여성분한테 주접떤것같은 자괴감에 기분이 진짜 오묘했다.ㅋㅋㅋ
기분전환좀 하고싶어서 근처 편의점에 가서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사고 한적한 길만 찾아 걸어다녔다.
전~혀 도움이 안되더라 ㅋㅋ
왜 거절당했을까,난 못생겼나,내가 너무 부담스러웠나 등등 시험본 당일인데도 시험보다는 방금의 상황과 스쳐간 그분 생각이 더 많았다.
요상하고 민망한 그때의 내 기분 과는 다른 화창한 날씨가
나를 더 싱숭생숭 하게 했다.
그렇게 1시간을 보낸뒤 기차를 타러 갔다.
사람들없는 시골 기차역 분위기가 썩 나쁘지 않았다.
승강장도 고즈넉했다. 내가 타고갈 기차 칸에도 두세분 있을뿐
자리가 널널했다.
천천히 걸어서 내 좌석을 찾아갔는데 누가 내자리에 앉아있었다.
내가 좌석번호를 잘못봤나 하고 다시 표를 확인해봤는데도 아니다. 여긴 내자리가 맞다. 그래서 '혹시 자리여기 맞으시나요' 하고 여쭤봤는데, 진짜 깜짝놀랬다 ㅋㅋㅋ시험장 앞 버스정류장에서 본 그분이셨다ㅋㅋㅋㅋㅋㅋㅋㅋ
왠지모르게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하고 그냥 웃겼다 ㅋㅋㅋ
아니 진짜 반가웠다 ㅋㅋㅋ그분도 진짜 신기해 하셨다 ㅋㅋ
그분 자리는 내 옆자리 이시더라.
내가 창가쪽이고 그분이 통로쪽이셨는데 자리 많이 남아보여서 옆에 앉았던거같다 ㅋㅋ
'자리 비켜드릴께요' 라고 하시는 말에 그 많은자리중에 바로 옆에 앉기가 멋쩍어서 나는 괜찮다고 그냥 뒤에 앉는다 했다.
막상 뒷자석에 앉아보니 그림이 더 이상했다 ㅋㅋ본의아니게 스토킹하는거같고 찜찜해서 다른자리 로 이동할까 했는데,
기차 출발전에 사람들이 몰려 오더라. 다들 자기자리 찾아 앉으셨고 신기하게도 자리가 꽉찼다.나도 내자리로 가서 앉아야 할 것 같아서 나는 다시한번 더 그분한테 가서 같이 좀 앉아야할거같다고 말했더니 알겠다고 웃으시면서 짐을 치워주셨다.
결국 같이 앉았다 ㅋㅋㅋㅋ그분은 종착역까지 가신다 하셨다. 나는 중간쯤에서 내리긴하지만 도착하기까지는 1시간정도 걸렸다.
그 1시간동안 서로 작게 대화하면서 갔다.
나눈 대화 내용을 여기다 전부 적지는 못하겠다.
얘기를 나누며 새롭게 알게된건 일단, 그분은 나보다 네살정도 어리셨다. 처음 봤을때 되게 성숙해 보이셔서 나랑 동갑아니면 연상이실줄알았는데 내가 잘못봤다 ㅎㅎ 똑같이 그분도 나를 본인 또래로 봤다고 했다.
이야기를 나누며, 나는 그분에게 점점 더 호감이생겼다.
준비하시는 것들이 정말 많았고,고민 걱정 또한 많아 보였는데 본인이 해야 할것들을 성실하게 해나가시는 모습이 정말 멋져보였고 응원하고 싶어졌다. 정작 하루를 만족스럽지 못하게 보내고있는 요즘의 나에겐 좀더 분발해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자극이 됐다.
어느새 기차는 내가 내려야할 역에 도착했고
서로 오늘 시험보느라 고생많았다고 인사했다.
왠지모를 아쉬움에 씁쓸했다.
내리기전에 다시한번 그분 모습을 봤는데 진짜 이뻤다.
이대로 내리면 후회할게 뻔했다.
질척거리기는 싫었는데
나는 가기전에 번호를 다시한번 여쭤봤다.
그분은 고민하시더니 조심스레 내 핸드폰에 번호를 찍어주셨다.
그분 번호를 저장하면서, 그때 이름을 알게됐다.
내이름도 물어보셔서 알려드리고 기차에서 급하게 내렸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ㅋㅋ정말 기쁜 감정을 숨길수가 없었다.
기차역을 빠져나와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분과
연락을 나눴다. 원래라면 지루했을 30분이 행복감에
기분좋게 느껴졌다.
집에 도착한뒤 씻고 침대에 누워서 끝나가는 주말을 돌이켜봤다.
정말 많~~은걸 한 것 같은 주말이란 생각이 들었다 ㅋㅋ
몸은 무거운데도 마음은 정말 가벼웠다.
당장 내일부터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생활에 활력이 생기는 기분 이었다.
기분좋게 자고 일어났다.
다음날 새로운 마음으로 미용실에서 더벅했던 머리도 다듬고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하다 잠깐씩 쉴 때마다 그분과 연락을 했다.
역시- 맘이 딴데가있다. 어쩔수가 없다 공부가 안된다.
용기내서 그분과 다음만남을 잡아보려는 카톡을 보내고난후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집중안되는 책을 보며 답답해하는중에
그분한테 답장이 왔다.
마음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계속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미안하다는 내용 이었다. 해야할 것도 준비 하셔야 할것도 많으실거다. 그만큼 걱정도 많고 불안도 하실거다. 다시 못보는게 아쉽지만 충분히 그 마음이 이해가 됐다.
나한테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될 일이다.
이렇게 연락은 끝이났다.
아무사이 아닌데도 내 오지랖 이 넓은 탓일까, 진심으로 지금 준비하시는 일들이 잘되시길 바라게 된다.
그리고, 나중에 내가 기차를 또 탈일이 있을때,
아마 나는 그분이 생각 날 것 같다.
여기까지가 내가 하고싶었던 이야기의 끝이다. ㅎㅎ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마 맞춤법 틀린것도 많을텐데
다들 모른척 하고 읽어주셨길...ㅎㅎ
다음시험은 무조건 합격해볼게요
제글 읽어주신 모든 취준생 분들 다같이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