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둘러보면 아미들은 일코 많이 하는 것 같아서...
작년에 우리 학교에 전학 온 애 A가 있었는데
난 전학온 첫날부터 치마가 짧길래 쫌 겁먹었거든...
A가 원래 이 학교 학생이라도 되는 것처럼, 선생님들이 전학생임을 못 알아봐도 맹하니 있음...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떻고 식으로. 심지어 쉬는시간이면 어김없이 책상 위에 엎드려서 잤다가 종 치면 일어남. 진짜 잘 자... 경이로울 정도임.
별로 앞에 안 나서고 싶은 것 같고, 의욕도 없어보이길래 양아치가 사고쳐서 전학온 줄 알앗음ㅠ
근데 A 배려심이 되게 깊더라.. 문도 자신이 먼저 지나가면 될 걸 비켜주느라 계속 뒤쳐지고, 어쩌다 남이 먼저 부딪혀도 입이 닳도록 사과하고, 무리 중에 햇빛 때문에 눈 찡그리는 애 보더니 자리 바꿔주고. 근데 얘 알고 보니 햇빛 알러지에 콜린성? 알러지까지 있음..
생각보다 좋은 앤가? 싶었음. 나중에 들어보니, 치마길이는 전학을 애매한 시기에 와서 새로 교복 맞추기 귀찮아갖고 기증된 교복을 입은 거였음... 근데 사이즈가 그나마 비슷한 걸 입어도 골반에 겨우겨우 걸치니까 접느라 그랬대.
A가 나를 비롯한 무리들에게 일코 들킨 건 전학오고 일주일도 안 돼서였음 ㅋㅋㅋ
과제 중에 공책에 써서 내야 되는 게 있었는데, A가 쓸 공책이 없어서 어쩌지 고민을 하다가 그 캐릭터 있잖아 갈색 돌멩이 같은 거. 그 공책에다가 써서 교과부장한테 안 내고 혼자 몰래 선생님께 내려 했나봐. 스프링이니까 겉표지 안 보이게 펴서. 나는 예전에 방탄팬인 친구가 그 캐릭터 담요 들고다니는 거 보고 알고 있어서, A 너 방탄 좋아하냐고 물었음.
평소엔 말 조곤조곤 잘하던 A가 버벅거리면서 봤냐고.. 정말 봤냐고 묻길래 그렇다 했지. 그랬더니 A가 두 손으로 얼굴 가리고 자긴 이제 망했다, 학교생활 쫑났다 등등 비관하길래 일코 들킨게 그렇게까지 큰일인가? 싶었음. 사회적 체면을 신경쓸 필요도 없잖아.
나는 오히려 A가 무리에서 나오는 연예인 얘기에 무관심하다 못해 모르길래 생머글인 줄 알았어.. 선생님들이 가끔 가다 k-00 얘기하면서 방탄 얘기도 빠짐없이 나오고, 점심시간에 뮤비 트는데도 그때마다 별 반응 없길래 찐 머글인 줄 알고 있었다고..
점심시간에 밥도 안 먹고 다같이 모여서 일코를 한 이유가 뭐냐? 다른 사람은 그렇다 쳐도 우리한테까지 말 안 한 게 서운하다 ~ 면서 서로 장난식으로 막 물었음.
그랫더니 A가 한 말이 뭔 줄 아냐? 난 생전 그런 말은 첨 들어봤음.
자기가 방탄팬이라고 하면 애들이 이상하게 본다고.. 전엔 안 그러던 애들도 은근히 시비걸고, 팬인 거 알면서 본인 앞에서 인신공격이며 조롱이며 대놓고 하고, 수련회나 수학여행에서도 같은 방탄팬이랑 주접떨며 이어폰으로 노래듣고 놀고 있으면 생판 처음 본 애들마저 온갖 지랄발작을 해댄다고... 초등학생 때는 타팬 친구들에게 왕따당하기도 했대.
이 글 보는 너희도 그런 경험 있냐? 나는 그닥 그런 적이 없음... 남들이 내 돌에 관심없어하면 모를까 대놓고 욕한 적도 없음... 물론 사바사겠지만.
나랑 무리를 더 기함하게 한 건 그 다음 말임. A는 심지어 가족 사이에서도 일코한 전적이 있었음... 아이돌 좋아한단 이유로 가족들이 자길 그냥 빠순이로 보고 유난 떤다고 할까 봐, 팬심이 그런 식으로 매도당할까 무서워서 굿즈를 사지도 못하고, 그때 당시 본인만의 스마트폰도 없어서 틈 날 때마다 컴퓨터로만 노래 들었대. 근데 아무래도 이것만으로 떡밥 다 먹기 힘들잖아ㅠ 그게 아직도 아쉽다고 함.
나중에 떳떳하게 누구누구 팬임을 밝히고 싶고 빠순이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어서 말썽도 안 피우고 학업에만 정진했다더라. 나중에 굿즈도 사려고 차곡차곡 통장에 돈 모아두고.(근데 이 돈은 동생 수술비에 사용됐다 함)
그래서 언제 가족들한테 밝혔냐고 물으니까 그 있잖어 방탄이 컴백무대 빌보드에서 한 거. 그때 밝혔다 하더라고! 나도 모르게 속이 시원했음.
그 뒤로는 무리들끼리만 알고 다른 애들한텐 서로 조심해 주면서 지냈음. 선생님이 방탄 얘기하거나 뮤비 보거나 뭐 관련된 거 있으면 우리 모두 A 쳐다봐서 눈 마주침 ㅋㅋ 그때마다 마스크 써서 안 보이지만.. 눈 사르르 접어서 웃고 괜히 기침하고.. 근데 이런 게 A 입장에서는 티내는 걸로 느껴질까 걱정되기도 함.
나는 뭐 눈에 띄게 방탄 욕하거나 조롱하는 애 있으면 가만히 지켜보다가 A한테 따로 귀띔해줌. 조심하라고. 괜히 상처받지 말라고.
근데 난 아직까지도 고민이 있음. A는 방탄에만 관심 있고 타돌은 신경 안 쓰고 까글이나 찌라시 같은 것도 일절 찾아보지도 않음. 근데 A처럼 교내 다른 방탄팬들도 죄다 일코하는 건지.. 주변에서 자기 방탄팬이라는 애가 없음. 팬덤 크기가 작은 것도 아니고 ㅋㅋ A를 보니까 일코하는 애들이 더러 있다는 확신이 있단 말임. A한테 같이 맘 터놓고 덕질하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ㅠ 나와 무리들이야 방탄을 나쁘게 보지 않지만, 그렇다고 A처럼 좋아하진 않으니까. 아무래도 덕질은 같팬끼리 하는 게 더 편하잖아
일코하는 아미들끼리 찾는 방법 없니?ㅠ A는 관심없는데도 내 덕질하는 거에 군말없이 따라와줘서.. 같은 아미 좀 찾아주고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