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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지기 절친과 절교해야 할까요

메리 |2021.05.10 14:48
조회 1,062 |추천 4

28살 여성 직장인입니다. 고등학교때부터 절친으로 지내온 친구가 있는데 요즘들어 절교를 고민중입니다. 친구와 친해진 이유는 집안사정이나 성장기를 공유하면서 공감대가 많아 친해졌어요

 

저는 아주 어렸을때부터 부모님이 별거를 반복하시다가 초등학교 저학년때 이혼하셨어요. 부부끼리 다정한 모습이나 집안의 화목한 분위기 같은건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하고 자랐습니다. 이혼 이유중에 아버지가 실직 후 다단계 사업에 빠지고 나서 급속도로 사이가 안좋아지셨는데 어머니는 경제력이 전혀 없으셔서 그나마 사정이 조금이나마 나은 아버지 밑에서 자랐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도 다단계 사업이며 여러가지 사업실패가 이어지면서 찢어지는 가난까지는 아니어도 늘 부족한 성장기를 보냈습니다. 저는 세자매 중 둘째인데, 성장기에 있는 여자 세명이 사는 집에는 쌀과 김, 계란, 참치캔 그리고 시골에서 가끔 얻어오는 잡탕찌개가 다였어요. 흔히 외식하며 먹는 삼겹살, 치킨 같은 음식들 먹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였어요. 아버지께 세자매 모두 용돈한 번 제데로 받아본 적 없었고 가끔 다른 친척어른들이 만원씩 주시면 분식집 4,500원짜리 돈까스 사먹는게 별식이었네요. 관리비 공과금 밀리는게 일상이었고, 실제로 전기가 끊겨 하루동안 촛불키고 지낸적도 있어요. 그러다 고3때는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셨고, 당시 21살이던 언니는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자기보다 몸무게가 더 많이 나가는 엄마의 대소변을 받아가며 몇개월동안 병수발을 했습니다. 그나마 외가가 유복하셔서 어머니 병원비를 내주셨었는데 저 21살때 집이 날아갈만큼 큰 사기를 당하셔서 언니와 제가 어머니 병원비를 감당해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2년전 학업을 포기하고 엄마의 병수발이며 성장기동안 엄마역할 하면서 동생들 뒷바라지 해준 언니에게 또다시 희생을 요구할 수 없어 제가 휴학계를 내고 취직하여 어머니의 병원비를 대부분 감당했습니다. 그 기간이 길어지면서 어쩔수 없이 학교를 자퇴하고 지금은 언니와 저 모두 부모님 도움 한 푼없이 취직후 독립하여 살고있습니다.

 

친구는 공무원 집안으로 넉넉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가족들에게 신체적, 정서적, 언어적 학대를 받으며 컸다고 해요. 저와 친구 둘다 마른체질에 뼈대도 얇아 마른 사람의 고충이나 이런것들도 저희 공감대중에 하나일 만큼 가녀린 체구인 친구에게 5살 위의 키도 180이 넘는 오빠는 항상 친구에게 폭력을 휘둘렀고 오빠가 이성을 잃고 날뛸때마다 친구는 방문을 잠가 숨어서 화장실도 못가고 하루종일 방에서 울다 잠들기 일쑤였다고 해요. 부모님 누구도 오빠의 폭력에서 친구를 지켜주시지 않으셨고 오히려 차별과 구박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특히 어머니는 욕을 달고 사시며 온갖 히스테리와 짜증을 친구에게 푸셨고 동시에 친구를 엄하게 통제했습니다. 고3때 친구가 원하는 학과 대학에는 원서 한장 낼 수 없었고, 모두 어머니가 정해준대로만 지원했습니다. 어렸을때부터 세뇌당한 친구는 어머니께 반항한번 해볼 생각조차 못하고 자기가 하고싶은 건 그냥 하고싶은거고 자기가 가야할 길은 어머니가 정해준 진로라고 여겼습니다. 금전적으로는 많이 지원해주셨지만 모두 어머니가 원하는 방식에 한해서였습니다. 머리스타일부터 화장품, 옷까지 어머니가 원하는 브랜드, 어머니가 원하는 스타일대로만 할 수 있었고 아르바이트도 못하게 하셔서 친구가 마음놓고 쓸 수있는 돈은 천원한장도 없었습니다. 연애도 26살때까지 금지였는데, 20대 초반에 몰래한 연애에서 남자친구 생일에 작은 조각케익하나 사 줄 수없어 하소연했던 기억이 나네요. 다른 일례로 21살때쯤 시간이 늦어(밤 9시쯤) 멀리 나올수 없다는 친구의 말에 친구집 앞 피자집에서 만나고 있었는데, 친구의 핸드폰 배터리가 꺼지는 바람에 친구와 잠시 연락이 닿질 않자, 어머니가 피자집에 전화를 하였고 직원분께 내 딸이 거기있으니 바꿔달라고 하여 어머니의 전화를 받은 친구는 피자도 다 못먹고 귀가를 해야 했습니다.

 

어둡다면 어두운 성장기를 털어놓고 성격도 부정적이고 내성적인 서로를 위로하고 공감하며 최근까지도 가장 친한 친구였습니다. 문제는 제가 현재 다니는 회사에 이직을 하면서 일어났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디자인관련 일인데 직업 특성상 열정페이가 심하고 학력문제도 있어 그동안 박봉에 안좋은 환경에서 일했어야 했는데, 지금 직장에 이직하면서 많진 않지만 연봉 3,400 정도로 계약할 수 있었습니다. 회사도 준관공서에 해당되는 곳이라 대출도 좋게나와 곰팡이 피는 원룸에서 탈출해 투베이 전세로 이사도 할 수 있어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어요. 친구도 처음에는 너무 축하한다고 그동안 고생한거 보상받는거 아니냐며 이사한 집에 초대해달라 했습니다. 친구는 어머니가 운영하는 학원의 강사로 있는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교육청 제재로 수업을 맘대로 할 수 없어 강제 백수가 된 상황입니다. 제가 고민하는것은 친구가 다른친구들도 함께있는 단톡에서 하는 말 때문입니다.

 

친구 : (내이름)야 너 면접볼때 다른사람 3명도 같이 봤다고 하지 않았어?

나 : 웅 나 포함 4명이서 면접봄

친구 : 다른 사람들도 다 너처럼 고졸이야?

나 : 그건 모르지

친구 : 신기하다 코로나 때 고졸이 연봉 삼천넘게 받는 회사도 있고, 나는 죽어라 공부해서 대학원까지 왔는데 강제 백수되고.. 아빠랑 오빠가 나보고 밥만먹는 식충이라 하는데 학원일까지 못하니까 더 무시해.

 

친구는 부모님이 지원해주셔서 대학원 재학중입니다. 또 얼마 후 단톡에서는

 

친구 : (내이름)야 일하는거 어때? 많이 어려워?

나 : 원래 하던일이라 어려운 건 없어

친구 : 나 아는 사람도 유튜브 채널에서 단순편집 하는데 월 300은 받는다더라, 단순작업이라 돈을 많이 받나봐 생산직 같은 개념인듯

나 : 그래?

친구 : 난 대학원 다니면서 돈은 못벌어도 나중에 학원에서 운영할 프로그램이랑 사업구상에 진짜 도움되서 뭔가 꿈에 가까워지는 기분이야. 한분야만 10년이상 연구한 교수님들 수업이 솔직히 벅찰때도 있는데 나는 돈이랑 꿈 중에 택하라면 꿈이 맞는거 같아

 

이런 대화 전에도 제가 자격증 취득때문에 노트북이 필요한데 돈이 없어 다른사람걸 빌려쓴다고 얘기했는데, 친구가 이틀 뒤에 어머니가 학원에서 쓰라고 200만원짜리 노트북을 사주셨다고 하거나 제가  당근마켓에서 5만원짜리 소파베드를 샀다고 하면 얼마 후에 친구가 부모님이 해외여행에서 몇백짜리 매트리스를 사오셨다거나 하는 얘기가 오갔습니다. 솔직히 그때마다 서운한 감정이 들었지만, 친구가 의도를 가지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티내지 않고 넘겼습니다.

 

이 일을 다른친구에게 말했더니 본인은 그 친구가 고등학교때부터 저를 무시하는것을 알고있었다며 제가 이제야 그걸 느꼈다는게 더 이상하다고 합니다. 제 생각에도 친구가 저의 직업을 후려치고 저의 학력을 무시한다고 느껴집니다. 그저 저의 자격지심일까요.

 

친구가 힘들게 공부하며 대학원 다니는 것을 알고있지만, 저도 그동안 발소리도 시끄럽다며 트집잡는 상사 밑에서도 일해봤고 월급을 주지않아 소송으로 3개월치 월급을 겨우 받아낸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친구는 이 모든것을 알고있고 항상 위로해주고 응원해주는 친구였어요. 진정으로 나를 이해해주는 유일한 사람이라 여겼는데 이제는 친구를 정리하는 것이 맞는건지 혼란스럽습니다.

추천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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