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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그리며 또 후회를 한다

지나가던사람 |2021.05.16 05:00
조회 1,932 |추천 2
안녕 거의 일년만에 다시 너에게 편지를 쓴다
작년 5월은 우리가 가장 행복했던 때였고,
작년 6월은 너에게 가장 미안했던 때였고,
작년 7월은 너가 가장 힘들었던 때였겠지
그 모든 순간이 다 나 때문이였다는게 너에게 너무나 미안해

자그만치 5년, 아무것도 모르는 대학 신입생때 너를 만나 풋풋한 연인처럼 때로는 티격태격 친구처럼..
어느덧 1학년 찔찔이들이 선배가 되고 졸업생이 되고 군인이 되고 직장인이 되었네
여행때 가져갔던 널 기다리겠다고 잘 다녀오라고 했던
내 제작 케이크 속 다짐은 맛있다며 허겁지겁 먹었던
그 케이크마냥 사라져버렸어

그땐 정말 널 기다려줄수있다고 굳게 믿고있었거든.
너가 군대에 가고 기댈 수 있는 대상이 오롯이 내가 되었을때,
다른 아이들은 스무살 스물한살에 가는
그 군대를 대학 졸업하고나서야 느지막히 가는 너였기에
더 힘들거라는걸 더 기댈 곳이 필요하다는걸 알고있었지만
그만한 그릇이 되지 못해 내가 너무 미안했다.

둘다 막내에 형제들 손에 자라와서
기댈 줄만 알고 보듬어주는것에는 소질이 없어서였을까
‘보듬어 줄수 있다 너는 지금 많이 힘드니까
내가 받아줘야한다’라는 생각에 노력하고 또 노력했지만
나도 너와 같이 기댈 줄만 알아서 의지할 곳이 필요했어.
자꾸 재보게 되고 내가 기대려 했을때
너가 어떻게 했는지를 돌이켜보게 되고
그것에 혼자 상처받고 힘들어하고..

남들 휴학하고 여행가는 시기에 칼입학 칼졸업 칼취업
너무나 벅차고 학생이 아닌 직장인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된지 얼마 되지않아 모든게 낯설 때,
가장 위로 받고싶고 가장 기대고싶은 존재의 부재라는게
나한테는 너무나 힘들게 다가왔어

첫 면접을 보고 지쳐 집에 돌아오는길에 받았던
훈련소 전화에는 그간 힘들었던 너의 일상뿐.
사람 앞에서 말하는걸 병적으로 무서워했던 나였다는걸
알고있는 유일한 사람인 너가,
내 첫 도전에 같이 기뻐하고 수고했다고 잘햇다고
웃으며 박수쳐줄 미래를 그렸던건 나의 잘못이였을까

혹여나 여자친구가 있는데도 편지가 적다고 외로워할까
동정 받을까싶어 매일매일 하루에 몇통씩 보내던 인터넷 편지,
취업학원 쉬는시간에 눈치보고 후다닥 보내고 왔던 등기,
기 살려준답시고 하루 생활비 아끼고 아껴서 보내준 택배들,
내 얼굴보면 힘이 날까 싶어서
매일매일 찍고 추려서 보내주던 사진들.
이 노력들이 다 댓가를 바래서 한 것들은 아니지만
돌아오는건 항상 똑같은 통화, 같은 일상, 쌓여가는 부담감
날이 갈수록 내가 뭘 하고 있는걸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그런걸까 어느순간 술자리가 늘고
항상 같은 일상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맛있는 밥을 먹고. 너무 재밋고
내 인생의 주체는 나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
내가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내가 너무 너만 바라보고 살았구나…
너만 가득한 세상에 살고있구나….
난 그게 맞는 줄 알았어. 5년간 너무 행복했고 즐거웠으니까. 그동안 너도 나에게 한결같은 사랑을 줬으니
이렇게 힘든 시기에 너에게 모든 시간을 쏟고 노력하는게
맞는거라고 생각했거든.
그 과정도 너무 행복하다고 생각햇어.

근데 나로 살아보니까 그때로 못 돌아가겠는거야
자꾸 주변을 돌아보게 되고
너만 보는 내가 너무 처량한거야.. 한심한 거야..
회사에 입사하자마자 사원들이 물어본 남자친구의 유무에
군인이라고 답하니
굳은 얼굴로 뭣하러 만나냐 헤어져라.
군인이 헤어지자 하기전에 먼저 차버리라는
그 말에 상처받고 또 상처받아도
아니에요. 그럴사람 아니에요
기다릴수있어요 기다려볼래요 라고 자신있게 답했던 내가,
그 답에 확신이 없어지고 불안함이 점점 커져갔을때
난 모든걸 포기했어.

그만하자
사랑한다는 말이 전만큼 진심인지 모르겠어
힘들어 헤어지자

모든 말이 너한테는 너무 갑작스럽고
비수에 꽂히는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수화기 건너편에 참고 참으려는 울먹임이 느껴지는걸
알면서도 너에게 헤어짐을 고햇어
사실 너무 힘들어서 다른 사람이 눈이 들어왔어
불안함을 채워주고 날 위로해주는 사람이 생겼어 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한채
그만하자는 말로 5년의 시간이 멈춰버렸어
그뒤로 1년쯤 되니 너가 눈에 선하다
너에게 그동안 최선을 다했던 나였기에,
너의 사랑에 단 하나의 의심도 없었던 나엿기에
힘들어도 탈탈 털고 일어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언제나 내 발목을 잡고 늘어진다.
다른 연애를 숫하게 해봐도 너만한 사람은 없었구나라는
생각에 너와의 지난 연애를 돌이켜보고,
다 지나가니 좋았던 추억만 새록새록 기억에 남는다.

전에 너가 난 과거를 그리워하는 편인것 같다고 했잖아.
맞아 그런것 같다.
그래서 널 그리워하고 있어.
염치 없게도 내 잘못이면서,
내가 헤어지자고, 내가 너의 손을 먼저 놓은거면서.
내가 먼저 널 그리워 하고 있다.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면?
내가 끝까지 기다려줬다면?
내가 나로 살지않았다면?
이 후회는 하지않았겠지.
이렇게 널 그리워하지않았겠지..
모든게 후회의 후회로 남아 널 그리게 된다

마지막에 자기가 놔줄테니
자기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났으면 좋겠다고.
너가 예전에 말했던 이상형.. 연상에 직장인.
키도 크고 덩치도 좋은 남자 만나서
좋은 연애 했으면 좋겠다고 했던 너의 말.. 지키지 못했어.
키 큰 사람, 덩치 큰 사람 다 좋지만
너 말고 다른 사람과 5년을 만날 수는 없겠더라.
다른 사람과 두달, 반년을 만나봐도 5년은 까마득 하더라.
너랑은 너무 빨리 지나갔던 5년이
지금 나한테는 죽을 때까지 넘을 수 있을까 싶은
시간이라는 게 날 옥죄이더라
벌 받은거겠지. 그래 이게 벌이라면,
평생 널 그리워하고 아쉬워하고 후회하는게 벌이라면
달게 받을게
난 벌 받을테니
넌, 적어도 넌 나보다 좋은 사람, 좋은 연애 했으면 좋겠다

후회하고 있는 나한테 넌, 5년간
나쁜 기억보다 좋은 기억만 남겨준 사람이야.
행복했으면 좋겠어. 정말..

편지 쓰는 걸 좋아했던 널 만나
글쓰는걸 너무 싫어햇던 내가
이렇게 구구절절 글로 너를 말한다는건
아직 너를 못 잊어서겠지.
나한테는 너가 너무 많이 남아있어서
모든 행동에 너가 있어서 너무나도 힘이 든다
잘자 잘지내 행복해야해 사랑했어 진심으로.
안녕.
추천수2
반대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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