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시나 함락 후 인류의 재기III
포르코는 아주 긴 악몽을 꿨음.
파라디섬에 잠입하기 전 마레 전사대가 되기 위해 형과 훈련받던 시절의 꿈을.
악마의 핏줄이라며 어린 포르코와 형, 그리고 나머지 전사대 후보생들은 전장에 뛰쳐들었던 장면
포르코의 형인 마르셸은 적군에게 총을 맞을 위기에 처했던 포르코를 온 몸으로 감싸막고 대신 총을 맞아 죽었던 장면
형이 눈 앞에서 죽자 충격받은 포르코가 죽을 생각으로 적군에게 뛰쳐들었던 장면
드림주가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나타나 '너의 형이 목숨을 걸어 지켜준 너의 목숨은 소중해.'라고 손 내밀어주는 꿈.
그리고는 꿈 속 시야가 어둡게 변하더니 분노로 얼룩진 얼굴로 울고있는 드림주가 '우리 언니가 죽은건 다 니 탓이야.'라고 하는 꿈.
*
"하아..!!!"
포르코는 식은땀을 흘리며 벌떡 잠에서 깼음.
주위를 둘러보니 숙소에는 에렌 라이너 베르톨트 코니 쟝이 있었고, 쟝이 얼음주머니를 들고 포르코에게 다가감
"깼냐, 갤리어드? 오늘은 오후 훈련밖에 없으니까 좀 더 자도 돼. 너 몸이 엄청 뜨겁다고."
쟝이 포르코의 손에 얼음주머니를 쥐어주며 말했고, 포르코는 그제서야 자신의 몸에 열이 펄펄 끓고 있다는걸 느낌.
"혼자 온갖 폼은 다 잡더니 감기라니... 푸흐- 갤리어드 너 은근히 인간적이잖아?"코니
"비가 그렇게 오는데 쓰러진 ㅇㅇ랑 ㅇㅇ의 짐까지 짊어지고 목표 지점까지 뛰었으니 그럴만도 하지 뭐."쟝
"쓰러진 ㅇㅇ를 저 녀석이?"에렌
"꽤 놀라운 이야기긴 하지? 서로 죽일듯이 싸울땐 언제고 말이야."쟝
"어이 포르코~ 우리끼리만 있으니 사실대로 말해봐. 너 사실 ㅇㅇ를 좋아했던거지~? 응? 그런거지~?"코니
"감기같은 소리 하고 있네. 바보 자식들이 아침부터 시끄럽게."포르코
포르코는 쟝이 건넨 얼음주머니를 침대에 내팽겨치고 방에서 나왔음. 라이너와 베르톨트는 그런 포르코를 보면서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받음.
포르코는 몸이 뜨겁고 살짝 어지럽긴 했지만 이정도의 아픔은 거인의 힘으로 금방 나을 수 있었음.
그리고 뭣보다 거인의 능력이 있는 본인도 지금 몸이 뜨거울 정도인데 드림주는 어떤 상태인지 걱정이 됐음.
포르코는 병단 식당에도 가보고, 응접실에도 가보고, 괜히 여자 숙소 근처를 어슬렁 거림.
한참을 배회하다가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하고 병단 내부 밖에 자리잡은 벤치에 털썩 앉아 멍때리는데
언제 다가왔는지도 모를 드림주가 포르코의 옆에 털썩 앉음.
"깜짝이야! 뭐...뭐야."
"왜 그렇게 놀래?"
안색이 조금 창백한 니가 미세하게 웃으며 말하자 포르코의 머리속에 꿈에서 봤던 니 모습이 스쳐 지나감.
파라디섬에 와서 생전 느낀 적 없는 죄책감에 포르코는 너의 눈을 피하고 땅만 쳐다 봄.
"...귀신이냐?"
"아... 내가 너무 소리도 안 내고 다가왔나."
"그거 말고 니 얼굴."
"응?"
"귀신처럼 창백하다고. 어디... 아프냐?"
아프냐는 말을 묻는게 뭐가 그렇게 부끄러운지 힘겹게 말을 잇는 포르코의 모습이 넌 어쩐지 좀 귀엽게 보였음.
분명 어제 그런 일이 있기전까진 죽일듯이 미웠는데 이런걸 전우애라고 하는건가 싶었음.
"나는 괜찮아. 오히려 니가 어디 다친건 아닐까하고 걱정돼서 한참 찾아 다녔어."
"...니가 나를 왜 걱정해."
"날 도와주다 니가 혹시나 다치기라도 했다면 나 자신한테 너무 실망할거 같았거든."
"쓸데 없는 걱정을 했네. 딱히 위험을 무릎쓰고 널 도와준 상황도 아니였잖아. 그럴만큼 너랑 내가 그닥 좋은 사이도 아니고. 그냥 성적욕심에 도와준거다. 너무 의미부여하지마."
"아니. 생각해보니 니가 했던 말들이 다 맞더라. 내가 괜한 오기를 부렸어. 멈춰야 할땐 스스로 멈추는 법도 알아야 하는건데."
"..."
"고마워, 알려줘서."
너는 화해의 의미로 포르코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음.
포르코는 니가 내민 손을 잠시 빤히 보다가 멍든 팔목 부근을 큰 손으로 살짝 감싸잡음. 너는 찌릿한 통증에 작게 신음을 냄.
"...넌 나 때문에 다쳤지만 난 너 때문에 다치진 않았으니까 뭐 고마워할 필요 없어."
"그럼 이제 서로 미안할 것도 없고 고마울것도 없는거네! 이제 우리 동료인거네? 맞지?!"
여태까지 보여준 적대심 가득한 표정과는 다르게 눈을 반짝이며 해맑게 말하는 널 보고 포르코는 이상한 감정을 느꼈음.
"대답하지 않는다는건 너한테는 긍정의 표시인거지?"
"..."
"그리고 궁금한게 있어. 어젠 니가 나한테 왜 진거야? 난 너한테 도움받아서 겨우 목표지점까지 갈 수 있었는데..."
"넌 너의 언니가 목숨 걸어 살려 준 니 목숨이 소중하다 했지. 나 역시 그런 형이 있었지만 난 그러질 못했어. 그런 주제에 널 약하다고 단정지은 내가 바보같이 느껴졌다."
담담한 목소리로 말하는 포르코의 표정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 그리움이 묻어있었음. 너는 더이상 묻지 않고 포르코의 손을 잡아 악수를 하듯 위아래로 흔듦.
"그럼 너도 나한테 하나 배운거네! 우리 이제 쌤쌤이다!"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너의 얼굴에 포르코는 한동안 눈을 뗄수없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