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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조사병단 포르코 드림 8편

8.해산식 밤 III (동상이몽)




"포르코... 괜찮냐?"

"..."

"난 니가 애니의 말처럼 전사의 사명을 잊었다고 생각 안 한다. 마르셸이 그토록 지키고 싶어했던 가족들을 동생인 니가 잊었다는것도 말도 안되고. 애니도 사실은 그렇게 생각 안하는데 화가 나서 말이 막 나온걸거다."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 거냐. 위로같은게 하고 싶은거라면 그냥 가라. 그다지 듣고싶지 않으니까."

"마르셸이 그렇게 죽고 그 누구한테도 마음을 열지 않던 니가 파라디섬에 와서 ㅇㅇ한테 보이던 태도는 솔직히 나도 조금 놀랐다. 넌 같은 운명을 함께 하는 우리한테도 곁을 안 줬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그 모습이 나는 좋았어."

"하... 뭐냐? 토나올거 같군."

"마르셸은 어려서부터 나한테도 든든한 형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난 그 보답을 너에게 하고 싶어. 마르셸은 니가 거인을 계승 받지 않고 평범한 인생을 살길 바랬지. 지금의 우리보다 한참 어렸던 마르셸은 동생만은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서 아이도 낳고 꼬부랑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살았으면 좋겠다고 항상 나에게 말했었다. "

차갑게 식어있던 포르코의 눈에 점점 생기가 돌아오며 눈시울이 붉어졌음. 형이 자신을 아끼는건 알았지만 이런 얘기는 몰랐었어서 마음이 아파왔음.

"마르셸은 그때부터 지금의 우리보다 훨씬 더 어른스럽고 강한 사람이였다. 그렇지, 포르코?"

".....그래."

"너도 그때의 마르셸처럼 ㅇㅇ를 지켜주고 싶은거지?"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다. 마레를 배신하겠다는건 아니야."

"방법은 아주 간단해."

"뭐?"

"시조를 탈환해서 ㅇㅇ를 데리고 우리의 고향으로 간다. 시조만 탈환하면 우리는 명예 마레인을 넘어서 마레의 영웅이다. 마레의 법은 너도 잘 알고 있잖아. 명예 마레인의 가족은 물론이고 처까지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다. 마레의 영웅이 악마의 섬에서 에르디아인 여자 한명 쯤 데려왔다고 설마 그것도 품어주지 못할거란 생각인거냐?"

"하지만... 5년 전 우리가 벽을 파괴하고 들어오는 바람에 ㅇㅇ의 유일한 가족이였던 언니가 죽고, ㅇㅇ이는 벽 밖에 인류가 있다고 상상도 못하는 상황에서 과연 ㅇㅇ가 우리를 용서하고 납득할 수 있을지가 문제인거다..."

"그건 어디까지나 니가 풀어야 할 문제인거야, 포르코. 우린 예정대로 다시 한번 벽을 파괴한다."



"...."

"ㅇㅇ를 지키고 설득 시켜라. 시조를 탈환할 때까지."



*


한편 드림주는 심란한 마음으로 홀로 병단 옥상에서 밤하늘을 보고 있었음.
너는 뭔가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음. 분명히 포르코와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같은 일이 생기면 또 아닌거같고...
분명히 같은 얘기를 서로 하고 있는거 같은데 같은듯 의미는 다른 느낌이였음.
이 세상처럼 알 수 없는 벽이 있는 느낌이랄까.
이 알 수 없는 묘한 이질감은 뭘까 너는 한참을 생각했음.

와락-
한참을 생각하던 중 갑자기 누군가 너를 뒤에서 강하게 끌어안았고 익숙한 포근한 향기와 익숙한 단단한 품에 포르코라는걸 알게 됨.


"...뭐하는거야, 포르코. 이거 놔."

"...잠시만. 잠시만 이러고 있자."


아까 그렇게 싸우듯 얘기해놓고 난데없이 와서 끌어안는 포르코가 너는 이해되지 않았음.


"...한참 찾았어. 여기 있었네."

"...놔줘. 너랑 이러고 있을 기분 아니야."

"차갑게 말하지 말아주라. 니가 그러면 난 너무 두렵단 말이야..."

"하- 뭐? 먼저 차갑게 말한건 ㄴ..."

어이가 없었던 너는 몸을 돌려 포르코와 마주보려는데
포르코가 더욱 힘을 주어 꽉 끌어 안는 바람에 그대로 포르코의 품에 갇혀있을 수 밖에 없었음.

"그냥 이러고 있어주라. 얼굴 보여주기... 쪽팔리니까."

아무런 틈도없이 밀착된 포르코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는걸 느끼며 넌 포르코가 울고 있다는걸 눈치 챔.

"....설마 우는거야? 어째서...?"

"미안해, ㅇㅇ.... 미안해... 진짜 미안하다."

다시 한번 벽을 파괴해야 한다는 걸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포르코는 슬프게 되뇌임.
하지만 너한테 느껴지는 의미는 아까 했던 말을 사과하는 의미로 들렸음.

"...미안해할 필요 없어. 난 무조건 조사병단에 들어갈거니까. 니가 이런다고 해도 내 마음 안 변해."

"...나도 조사병단에 들어간다. 니 곁에 항상 있을게."

절대 자신의 뜻을 굽힐거같지 않던 포르코가 순순히 받아들이자 넌 조금 놀랐음.

"나 때문에 조사병단에 들어가는거라면 그만 둬... 생각이 다른 널 끌어들이고 싶진 않아. 부탁이야."

"아니, 날 위해서야. 그러니까 너도 날 밀어내지 말아줘. 부탁이다."

"........"


너는 잠시동안 아무런 말 없이 포르코에게 안겨 밤하늘을 바라봄.
포르코는 니 어깨부근에 얼굴을 묻고 꼭 끌어안고 있다가 잠시 뒤 입을 열었음.


"ㅇㅇ, 넌 날 얼마만큼 믿고 좋아하지?"

"...니가 상상하는거 그 이상으로."

"......설산 훈련때 무슨 일이 있어도 내 말을 들어주고 날 믿어주겠다는 약속 기억나냐."

"항상 기억하고 있는 걸. 벌써 잊을리가 없잖아, 바보야..."

".......나중에 모든게 끝나면 나랑 결혼할래?"

그동안은 드림주를 이 미래가 없는 파라디 섬에서 꺼내준다는게 너무 허황된 꿈이였지만 라이너에게 방법을 제시받은 포르코는 어쩌면 정말 드림주와 헤어지지 않고 함께할 수 있지않을까 하는 희망에 드림주를 향한 간절함과 집착이란 감정이 물밀듯 밀려왔음.

"ㄱ...겨겨결혼이라니. 너무 ㄴ..나나중 얘기 아니야...?! 우린 아직 15살이라고, 포르코...!"

너는 포르코의 난데없는 청혼 아닌 청혼에 몸을 움찔거리며 말을 더듬거림.
정작 포르코는 아무렇지도 않게 담담하면서도 어쩐지 슬퍼보이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 감.

"나의 고향에 가서 함께 살자. 넌... 가족이 없잖아."

"....ㅍ...포르코, 너 오늘 조금 이상해..."

"분명 여기에서 있었던 일 보단 행복한 일만 있을거야."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모든게 끝난다는게 뭔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대에 끝나기나 할런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너랑 함께라면 행복하긴 할거 같아 포코."

".......내가 널 만날 수있게 살아 있어줘서 고마워. 사랑해, ㅇㅇ."

"ㅇ...오늘은 조금 미웠으니까 난 사랑한다고 안 할래...!"

표현도 이렇게 까지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고, 오히려 너보다 부끄러움이 많고 항상 좋아한다고만 말하던 포르코가 갑자기 사랑한다고 하자 부끄러웠던 너는 괜히 틱틱거리는 척을 함.

"말이 그다지 중요한건 아니야."

포르코는 등을 돌린 채 안겨있던 드림주의 턱을 손가락으로 살짝 옆으로 돌려 입을 맞춰왔음.





그 날의 밤하늘은 달빛이 참 밝았고 무수한 별들이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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