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이질감 II
너와 포르코 그리고 몇몇 104기 훈련병생들은
원래의 다짐대로 혹은 장렬하게 싸우다 전사한 동료들을 기리며 조사병단에 입단하게 됨.
너를 포함한 동기들은 지옥을 바로 코 앞에서 보고 온 직후라 다들 조사 병단에 입단을 결정하면서도 공포에 질려있었지만 이미 다짐을 한 이상 그저 심장을 받쳐 싸우겠단 각오를 하고 공포를 삼켜낼 수 밖에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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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조사병단에 입단한 다음 날 아침 악몽을 꾸고 식은땀을 흘리며 눈을 뜸.
설산 훈련때의 꿈이였음. 의식을 잃어가던 순간 눈 앞에 희미하게 보인 네발로 뛰어오던 거인...
그 거인과 포르코가 겹쳐보이는 꿈.
어째서 이런 꿈을 꾼거지? 그럴 리가 없잖아. 말도 안돼.
라고 생각했지만 전에 다른 104기 동기들이 했던 말들이 새삼스레 떠올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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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갤리어드씨. 눈보라가 심해서 앞도 잘 안 보일 정도였는데 그 날 어떻게 조난된 ㅇㅇ를 찾은거에요? 그런걸 바로 사랑의 힘이라고 하는 건가요?!"사샤
'.....'
'나도 조금 신기하긴 했어. 산장으로 오는 길엔 높은 절벽이 있어서 눈보라가 심하면 길을 찾긴 꽤 어려운 구조긴 했거든."코니
'원래 너무 간절하면 초인적인 힘이 나기도 하는 법이지. 포르코 저 녀석 겉보기와는 달리 어마어마한 사랑꾼이더라고~"쟝
'헤에... 그럼 쟝은 그런 갤리어드씨에게 감명 받아 에렌과 성별을 뛰어넘는 초인적인 첫 키스를 나눈건가요?!?!'사샤
'ㅁ...뭐?! 누구냐, 그런 헛 소리를 한게!!! 코니 네 녀석이지?!!!!'쟝
'ㅋㅋㅋㅋㅋㅋㅋㅋ왜~ 사실이잖아. 뭘 그렇게 부끄러워하는거냐? 메롱-'코니
'이 자식이...!!!!'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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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지금껏 포르코가 했던 말을 하나 하나 되새겨 봤음.
'인간은 절대로 거인을 이길 수 없다.'
'....오늘 어쩐지 예감이 안 좋아. 5년 전 그날에도 예고도 없이 초대형 거인이 나타났고.'
'나의 고향에 가서 함께 살자. 넌... 가족이 없잖아.'
'난 니가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비겁하고 최악인 인간이다.'
그 동안은 의미를 몰라 포르코에게 묘한 이질감을 느꼈던 말들.
어째서... 대체 어째서 인간이 거인이 될 수 있다는걸 알아버린 시점에 포르코도 거인이라는 가정을 하자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일까.
너는 혼란스러움에 양손으로 머리를 쥐어뜯다가 거인화 할 수 있는 에렌을 만나 뭐라도 물어봐야 겠다는 생각으로 급히 채비를 하고는 에렌이 임시로 특별 작전반에 배정 받아 있는 구 조사병단 본부로 향함.
*
그 시각 포르코는 병단 뒤 외진 곳에서 라이너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음.
"또 누군가 듣게되면 곤란해지니 최대한 간략하게 얘기하지. 너도 어제 조사병단 입단식 밤 엘빈 단장에게 들어서 알다시피 조사병단의 제일 가까운 목표는 에렌 생가의 지하실이다. 에렌이 기억하는 바에 의하면 그 곳에 모든 비밀이 있다고 하더군. 어떻게 에렌이 거인의 힘을 얻은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곳에 벽 밖의 비밀이 있다는건 확실하겠지. 우린 어떻게 해서든 그걸 막아야 한다."
"....돌아 가자, 마레로."
"그게 무슨 뜻이지, 포르코?"
"에렌 그 녀석이 시조 거인의 힘을 가진 거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마레가 잃어버린 거인 중 한명이다. 그 녀석을 데리고 돌아가면 5년간의 결과물로 충분하진 않아도 부족하지도 않겠지. 이제... 그만 하고 싶다."
"우리가 지금 그걸 모르고 있다는게 문제인거다. 만약 에렌이 시조의 거인이라면? 부전의 맹세에 묶여있는 왕가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손.... 그것도 에렌같은 녀석의 손에 들어간거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고!"
"....목소리 줄여라, 라이너. 죽여버리기 전에. 또 누군가에게 들켜 죽임으로 입막음 하고 싶은거냐?"
"...하아- 미안하다. 잠시 흥분했군."
라이너는 흥분을 가라앉히고는 다시 차분한 목소리로 속삭이듯이 말함.
"나도 이 섬에 들어 온 이후로는 모든게 예상과는 전혀 반대로 돌아가고 있어서 판단이 잘 서지 않고 혼란스럽군...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아직은 섵불리 나설 수 없다는 거다. 조금 더 상황을 지켜 봐야 돼. 그리고 포르코 너는... ㅇㅇ데리고 고향에 가고싶다고 하지 않았었나? 벌써 ㅇㅇ를 설득한것도 아닐테고 말이야."
"....설득은 불가능해."
"뭐?"
"내가 아는 ㅇㅇ는 자신의 언니를 죽게하고 동료들을 죽게 한 우리를 절대 용서 할 수 없을거다."
"그럼 ㅇㅇ를 포기하겠다는 소리냐?"
"...그게 가능했다면 적어도 지금 내가 이렇게까지 괴롭진 않았겠지. 예정대로 여차하면 ㅇㅇ를 데리고 함께 고향으로 간다. 설득은 그 뒤에 해도 늦지 않겠지."
"....제 정신이냐, 포르코? ㅇㅇ가 순순히 따라와 줄리가 없잖아."
"그럼 어설프게 설득했다가 ㅇㅇ가 나에게 척을 지게하고 이 미래가 없는 섬에 내버려두고 가란 소리냐? 나도 이게 나름의 최선이란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방법이 없다고."
".......그래. 오늘은 이쯤 해두지. 쉬어라."
*
한편 구 조사병단 본부를 어찌 저찌 찾아 온 너는 에렌을 찾아서 주위를 둘러봤지만 다들 이미 특별 작전 훈련을 하러간건지 기척 하나 들리지 않았음.
한참 주위를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오르오가 말을 타고 너에게 다가옴.
"어이, 거기 애송이! 넌 누구지?"
"아... 안녕하십니까! 104기 조사병단 신병 ㅇㅇ라고 합니다. 친구를 만나러 왔는데 혹시 리바ㅇ..."
"이봐, 애송이. 안타깝게도 난 리바이 병장님이 아니다. 다들 간혹 나와 리바이 병장님을 헷갈려 하고는 하지."
"예? 저... 그게 아니라 리바ㅇ..."
"이런 이런. 난 리바이 병장님이 아니래도. 언제나 새로 들어오는 애송이들은 거 참 성가시게 구는 군...."
"예...?"
"리바이 병장님은 그 104기 거인 애송이와 함께 훈련을 하러 가셨다. 곧 돌아오실거다."
"아... 예."
'리바이 병장님과 전혀 헷갈린적 없었는데 대체 무슨 소리를 하시는거지? 그저 리바이 병장님께 에렌과 잠시 둘이 이야기하는걸 허락 받으려고 했을 뿐인데...' 하고 너는 어리둥절 했지만 원하던 답을 듣고는 그냥 입을 다물었음.
얼마 뒤 멀리서 오전 훈련을 끝낸 다른 리바이 반 병사들과 리바이, 에렌이 말을 타고 돌아오는게 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