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상실감
"뭐야... ㅇㅇ? 니가 어째서 여기 있는거야!"
널 보자마자 놀람과 반가움의 표정을 동시에 얼굴에 띄우고는 에렌이 말에서 내려 달려옴.
에렌의 눈 밑엔 거인화 흔적이 있었음.
아마도 거인화 실험을 해보고 오는 길이겠지.
"잠시 너랑 할 얘기가 있어서. 시간 좀 내어줄 수 있을까?"
"할 얘기라는게 뭐지?"
뒤이어 말에서 내린 리바이가 너와 에렌에게 다가와 못마땅하다는 듯 물음.
너는 이 와중에 드로스트 구 공방전에서 조차 먼 발치에서 밖에 못봤던 리바이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게 되자 긴장이 됐음.
"아... 안녕하십니까, 리바이 병장님. 저는 에렌과 같은 104기 동료인 조사병단 신병 ㅇㅇ라고 합니다. 잠시... 에렌과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그 나누고 싶은 얘기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네...?"
너는 난감했음.
사실 머릿속이 아직 다 정리 되지 않은 상태로 무작정 에렌을 찾아 온거였고, 사실 에렌에게 최대한 이상해 보이지 않게 무슨 질문과 이야기를 해야할지도 제대로 생각을 안해왔었기 때문임.
자칫 이야기를 잘못 했다간 포르코가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될지도 모르는데... 넌 최대한 에렌과 단 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음.
병단 내부에서는 거인화 할 수 있는 에렌을 인류의 편이라고 완전히는 믿지 못해서 리바이 병장에게 감시를 맡긴거라는 건 들려오는 얘기로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저 104기 동료일 뿐인 너까지 이렇게 경계의 눈빛으로 쳐다볼 줄은 몰랐었음.
"...병장님. ㅇㅇ는 저랑 친한 동료에요. 제가 걱정되서 찾아 온 걸 겁니다. 잠시 이야기 나누게 해주세요."
"...좋다. 단 내가 보는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해라."
"...그게 저기..."
리바이는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를 나누자는 듯 발걸음을 옮기려 했지만 니가 우물쭈물 대며 우두커니 서 있자 리바이의 눈빛은 더욱 더 날카로워 졌음.
오르오 역시 의심의 눈초리로 너의 눈 앞에 험상궂은 얼굴을 들이밈.
"어이... 이 봐. 지금 리바이 병장님의 명령을 거역하는 거냐? 지금 너의 행동 아주 의심스럽다고. 도대체 할 얘기라는게 뭐길래 그런 반응인거지...? 어이..? 빌어먹을 애송이...? 뭐라고 말 좀 해보란 말이다... 이 쿠소야롱..."
".....오르오. 너의 얼굴을 그렇게 가까이 들이대면 신병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말 문이 막혀버릴거야... 그리고 리바이 병장님을 흉내내는 짓 따윈 그만 둬... 뭐 그래봤자 공통점따윈 전혀 찾아 볼 수 없지만. 먼저 들어가 있자."
넌 오르오를 잡아끌고 가는 페트라의 말을 듣고는 '.......저 사람 지금까지 리바이 병장님을 흉내낸거였어....?! 전혀 비슷하지 않아서 전혀 눈치채지 못 하고 있었어...!' 하고 생각하며 잠시 적지않은 충격에 빠졌지만 이내 들려오는 리바이의 목소리로 인해 다시 정신을 차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그렇게까지 난감해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군. 넌 도대체 왜 여기까지 찾아와 이 녀석을 찾은거지?"
"사...사실 제가 에렌을 좋아합니다...!!"
"......."
"ㅇㅇ.... 그게 무..무슨...!"
이미 이상한 의심을 받고 있는 이상 너도 어쩔 수 없는 초강수를 둘 수 밖에 없었음.
"걱정이 돼서 찾아 왔는데 남들이 듣는 자리에서는 이야기 나누기가 조금 부끄러워서... 죄송합니다. 그냥 다시 돌아가 보도록 할게요...!"
"...딱 10분만 내어주도록 하지."
*
우역곡절 끝에 에렌과 단 둘이 얘기할 수 있는 자리를 가진 너는 구 조사병단 본부 내부 방에 들어오자마자 깊은 한숨을 쉬며 의자에 앉음. 에렌도 여전히 당황스러운 얼굴로 너의 맞은편에 앉았음.
"ㅇㅇ... 아까 그건 무슨 소리야? 넌 포르코가...."
"미안해. 그냥 너랑 얘기하고 싶었을 뿐인데 날 너무 경계하는 분위기길래... 나도 모르게."
"....그보다 하고 싶은 얘기라는게 뭔데?"
"...그냥. 니가 정말 걱정이 됐기도 했고 또..."
"또?"
"에렌... 너는 정말 니가 어떻게 하다가 거인이 될 수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거야?"
"....어, 전혀. 다만 한가지 기억 나는건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본 기억이였어. 나에게 주사를 놓으며 열쇠를 가지고 지하실에 가면 모든 비밀이 있다고 했고 난 그게 단순히 꿈인줄로만 알았는데..."
"....너도 많이 혼란스럽겠다. 그럼... 역시 초대형 거인과 갑옷 거인도 거인의 탈을 쓴 인간이겠지."
"...그렇겠지."
"....그러면 그들의 목적이 대체 뭘까? 또... 초대형 거인과 갑옷 거인 말고도 다른 거인화를 할 수 있는 인간들이 우리들 틈에 섞여서 살아가고 있을 가능성은? 그리고... 너같은 인류의 편인 거인이 또 있을 가능성은? 에렌 너는 정말로 인류의 편인 거인이 맞는거지? 응?"
".....ㅇㅇ... 왜 그래. 너 설마 뭔가 알고 있는게 있는거냐?"
정리 되지 않은 말들을 횡설수설 늘어놓는 너를 에렌은 걱정된다는 듯 바라봤음.
너는 순간 아차-싶었고 속으로 너의 마음을 몇번이고 바로 잡아 진정시킴.
"....그럴 리가 없잖아. 그냥 너무 답답해서. 너도 알다시피 며칠 사이에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났잖아. 너는 무언가 더 알고 있는게 있지 않을까 싶었어."
"답답한건 나도 마찬가지야... 다만 확실한건 난 누구보다 거인을 이 세상에서 모조리 없애버리고 싶어하는 인류의 편이라는 거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마, ㅇㅇ."
"........그래."
*
한편 포르코는
드로스트 구 공방전으로 인해 부상을 입고도 며칠동안 쉬지 못해 병사들에게 주어진 휴식 시간동안 니가 보이지 않자 하루 종일 병단을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녔고, 결국 너를 봤다던 동료 병사가 '에렌이 있는 곳을 상관에게 물어보고 있던걸 들었어.' 라고 말해주는 걸 듣고는 너를 찾는 걸 멈추고 알 수 없는 상실감에 빠진 채로 멍하니 밤 하늘을 보며 병단 내부 벤치에 누워있었음.
숙소에 들어가 억지로 잠을 청할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니가 들어오는건 보고 봐야 마음이 조금이라도 진정될거 같았기 때문임.
'대체 왜 나한테 말도 없이 에렌 그 새끼한테 간거냐,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