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상실감 II
에렌과 짧은 이야기를 나누고 오르오에게 붙잡혀 구 조사병단 본부의 청소를 도와주고 저녁 밥과 차까지 얻어 마신 너는 어느새 어둑 어둑해진 밤하늘을 보며 병단으로 돌아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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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애송이... 아까 일은 내가 사과하지. 병사지만 한참 수줍음이 많을 숙녀에게 내가 큰 실수를 범했군.'
'예?'
'하기사... 한참 소녀인 나이에 나의 얼굴을 그렇게 가까이 마주하면 심장이 남아나질 않겠지... 내 생각이 짧았다, 애송이.'
'예? 그게 무슨..;'
'미안하지만... 오늘 일은 잊고... 날 좋아하는 일 따윈 없도록 해라.'
'그게 뭔데요.'
'이 오르오님을 좋아하지 말란 말이다.'
'아니 오르오가 뭐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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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리바이반의 정예라고 들었는데... 참 이상한 사람이 였음. 그래도 뭐 에렌이 심심할 틈은 없어보여 다행이라고 넌 생각함.
무엇보다 복잡한 포르코의 문제가 전혀 머릿속에서 풀리지 않았는데... 넌 제발 오늘만큼은 포르코를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 했음.
포르코가 혹시 거인은 아닐까하고 의심하는 상태에서 포르코의 얼굴을 마주 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임.
직접 물어보기에도 아직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은 없었고 무엇보다 포르코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오게 될지 무서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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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니 바램과는 달리 병단에 도착하자 마자 니 눈 앞엔 보인건 벤치에 팔짱을 끼고 누워 밤하늘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포르코였음.
넌 급히 벽 뒤로 몸을 숨김.
'하... 미치겠네 정말...! 포르코가 저기 있으면 눈에 안 띄이고 숙소로 들어 갈 수가 없잖아...!'
"거기서 뭐하는 거냐?"
넌 화들짝 놀라며 어깨를 움츠렸고 어느 새 눈 앞엔 언제 다가왔는지도 모를 포르코가 화가 난 표정으로 널 내려다 보고 있었음.
"....포...포르코..."
".....대체 어딜 갔다가 이제 와."
포르코는 이미 드림주가 어딜 다녀 오는건지 알고 있음에도 일부러 모르는 척 물어봤음. 니가 아무렇지도 않게 사실대로 말해주길 바라면서.
"아... 저기... 그게."
바램과는 달리 드림주가 눈도 잘 못 마주치고 말을 더듬거리며 쉽사리 대답을 못 하자 포르코의 미간이 더욱 더 찌푸려짐.
"그게 뭐."
"응...?"
"아. 저기. 그게. 그리고 뭐. 왜 말을 하다 마냐?"
"...모처럼 쥐어진 휴식 시간이였잖아. 잠시 머리 좀 식히고 왔어...! 말도 없이 사라진건 미안."‘
"어디서 누구랑."
사실 그 누구보다 감정을 잘 주체하지 못하는 돌격형의 성격이였던 포르코는 금방이라도 화가 폭발해버릴 것만 같았지만 드림주한테 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아서 부득 부득 참는 중이였음.
".....구 조사병단 본부. 공기 좋은 숲속에 있더라고... 산책하다 어쩌다 보니.."
넌 니가 거인이 될 수 있는 에렌을 난데없이 만나러 갔다는걸 포르코가알면 니가 포르코를 거인이라고 의심하는게 들킬까봐 핑계를 댐.
포르코는 깊은 한숨을 한번 몰아 쉬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 문을 염.
"에렌을 만나러 간거겠지. 내가 모르고 있을 줄 알았냐?"
"...포르코... 그게 아니라.."
"대체 왜 나한테 거짓말을 하는거지? 애초에 니가 사실대로 말했으면 난 널 믿어 줬을텐데. 대체 왜? 설마 나 몰래 에렌이랑 바람이라도 피우다 오는 길인 거냐?"
넌 아차- 싶었음. 더 큰 비밀을 숨기고 있는 너로써는 포르코가 그런 쪽으로 의심할 줄은 몰랐기 때문임.
"포르코...! 내 말 들어 봐. 난 진짜 그런게 아니라... 사실 에렌을 만나러 간 건 맞는데 니가 생각하는 그런 건 정말로 아니야!"
"그럼 뭔데."
"어...?"
"이유를 말해보라고, 내가 충분히 납득할 수 있게끔. 대체 어째서 나한테 말도 없이 에렌을 만나러 가서는 거짓말 까지 해가며 숨겼던 거냐."
"....에렌은 동료잖아. 잘 있는건지 걱정 되어서 한번 다녀온거일 뿐이야. 이상한 오해는 하지 말아 줘."
"....그럼 나는."
포르코가 작은 목소리로 낮게 읊조렸음.
포르코는 드림주가 자신 말고도 다른 동료들도 소중하게 여길수록 점점 불안해졌음.
"니가 갑자기 그렇게 말도 없이 사라지면 걱정 할 나는 전혀 신경쓰이지 않았던 거냐."
"....그럼 포르코 너는 나한테 거짓말 한 적이 단 한번도 없어? 나한테 무언가 숨겼던 적이 단 한번도 없냐고!"
지금껏 항상 의미심장한 말을 해왔던 포르코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너는 너도 모르게 포르코에게 버럭 화를 냈음.
너도 포르코를 의심하는 짓 따윈 하고 싶지 않았는데...
모처럼의 휴식 시간를 포르코와 함께 보내고 싶었던건 너도 마찬가지 였는데.
"...있어. 그럼 너는 내가 전부 사실대로 말하면 날 믿어 줄래? ...아니, 안 믿어줘도 좋아. 일단 내 얘기를 끝까지 들어 줄래."
드림주가 이미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는 거 조차 모르는 포르코가 슬픔에 가득 잠긴 얼굴로 정말 모든걸 실토 할것 마냥 너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음.
넌 그때 포르코의 표정을 보며 확신했음. 너의 말도 안되는 의심이 사실이라는것을.
너는 너무 두려워짐. 포르코에게 그런 얘기를 직접 듣게 된다면 넌 포르코를 믿어줄 수 없을거 같았기 때문임.
드로스트 구 공방전 때도 예감이 안좋다는 둥 핑계를 댔지만 분명 벽을 파괴한 초대형 거인과 한 패이기 때문에 미리 알고 있었던거 겠지.
포르코는 절대 에렌과 같은 인류의 편인 거인이 아니였음.
5년 전에도 마찬가지였을거임. 포르코는 벽을 파괴한 거인들과 동료 사이일거고, 벽을 파괴한 이유는 전혀 짐작 조차 가지 않지만 포르코는 그걸 방관하고 도와줬을 거임.
그로 인해 언니가 죽었고 동료들이 죽었음.
하지만 이미 포르코에게 마음을 줘버린 너는
벽을 직접적으로 파괴한건 포르코가 아니였고, 포르코가 너를 여러번 목숨 걸고 살려내주고 너를 향한 마음은 진심이였다라는 너 혼자만의 정신 승리를 하며
어떤 연유일지 모르는 포르코를 병단에 고발 할 수 없었음.
그게 설령 인류에 대한 배신이 될지 라도. 5년 전 죽어버린 언니에 대한 배신이 될지 라도...
하지만 포르코에게 모든 진실을 듣는다면 넌 포르코를 절대 용서할 수 없을거 같단 확신이 들었고 그냥 외면해버리고 싶었음.
"......포르코. 넌 니가 비겁하고 최악인 인간이라고 그랬지."
"............"
".....미안. 난 니가 그런 인간이라면 널 절대로 용서 할 수 없을거 같아."
"......ㅇㅇ."
"근데.... 내가 널 너무 사랑하게 되어 버려서.... 니가 얼마나 비겁하고 최악인 인간인지 절대로 알고 싶지 않아. 그냥 외면하고 싶어."
"........"
"꼭 너의 고향에 무사히 돌아가길 바랄게. 하지만 내가 함께 가는 일 따윈... 없을거야."
그렇게 말하고 너는 돌아 섬. 포르코가 차갑게 식은 표정을 하고는 너의 팔목을 쎄게 붙잡음.
"....가지마."
"이제 날 지켜주는 일 따윈 그만 둬."
그렇게 말한 뒤 너는 거칠게 포르코의 손을 뿌리치고는 돌아서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