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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병단 포르코 드림 17편


17.반격전야 II (광기)
*BGM ON ( https://youtu.be/GfSFKimZxoQ )








"알아듣게 말해."

넌 알수없는 공포감이 물 밀듯이 몰려 왔지만 최대한 동요하지 않는 척 담담하게 말함.

"그 전에 한가지 물어보지. 언제부터 눈치채고 있었던거냐."

"...인간이 거인이 될 수 있다는걸 에렌을 통해 알아버린 시점부터. 아니 어쩌면 그 이전 부터. 설산 훈련때 의식을 잃기 전에 네발로 뛰어오는 거인을 봤어. 정신을 차렸을땐 니가 날 업고 있었고. 그때까진 그게 단순히 꿈인 줄 알았어. 설마.... 상상이나 했겠냐고. 날 항상 구해주던 니가....."

"...."




여전히 포르코는 표정에는 그 어떤 변화도 없었음.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어쩌면 포르코는 자신의 정체를 알아차린 널 여차하면 이 자리에서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음.
하지만 넌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 감.




"초대형 거인이 다시 나타나기 전... 넌 이미 모든걸 알고 대비하고 있었어. 맞지?"

"맞아."

"하아... 머리가 아파. 대체 어디서 부터 어디까지 너에게 물어야 할지. 일단 단 한가지 분명한건 넌 크게 실수했다는 거야. 몇번이나 죽을뻔 한 날 굳이 살려내서 넌 지금 곤란한 상황이라는건 확실할 테니까 말이야."

"그것도 맞아. 근데 후회는 안 한다. 내 정체를 눈치 챈 널 지금 당장 죽이지 않고 있다는것 또한 후회 할 일은 없을 거다."

".......진짜 최악이잖아... 괴물 자식."

감정을 배제하고 차갑게 말하던 너의 목소리가 이윽고 분노로 떨림.

"......."

"초대형 거인과 갑옷 거인의 정체는 누구지? 어째서 벽을 파괴하고 우리 언니를 죽게 한거냐고...!! 그리고 대체 너는... 무슨 염치로 나에게 좋아한다고 말한거야...? 무슨 생각으로 날 몇번이나 살려낸거냐고!"

"넌 무슨 생각으로 여태까지 날 병단에 고발 안한거냐?"

".....뭐?"

"지금이라도 가서 당장 날 병단에 고발해."

".......너... 무슨 꿍꿍이야."

"꿍꿍이는 없어. 다만 너는 날 병단에 고발하지 못 할거란걸 알고 있다. 내 말이 틀리냐?"

"비겁한 괴물 주제에...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포르코의 당당한 태도에 너는 이성의 끈이 픽-하고 끊어지는 느낌을 받았음.
이성을 잃은 너는 포르코와 처음 만난 그 날 처럼 멱살을 잡으려 몸을 일으켜 앉아있던 포르코에게 손을 갖다 댔지만 역시나 포르코는 너의 손목을 가뿐히 잡아 제압하고 일어남.




"내가 섬의 악마인 널 사랑하고 몇번이나 살려 낸거 처럼!! 너도 벽의 파괴에 일조한 괴물인 나를 차마 고발할 수 없는겠지. 우린 서로 사랑하니까. 안 그래?"


포르코의 눈에 비친건 광기였음.
아무런 감정없이 말하는 듯 했지만 전사의 사명과 드림주를 향한 마음의 대립적인 운명 속에서 포르코는 미쳐버린게 틀림없었음.


".......섬의 악마라니... 무슨 개같은 소리를 하는거야 너..."

"이 섬은 머지 않아 멸망하게 된다. 미래 따윈 없어. 선과 악도 명확하게 구분 지을 수 없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얘기는 여기까지야."

"...지금 무슨...."

"자 이제 선택해. 니가 택한 지옥은 어디지?"

"........."

"너의 동료들과 함께 개죽임을 당할 미래가 없는 벽 안의 지옥이냐, 아니면 동료들을 버리고 떠날 벽 밖 세상의 지옥이냐."

"잠시만... 나는 지금 니가 무슨 얘기를 하는건지 하나도..!!!"

"물론 벽 밖 세상엔 미래가 있다. 다만 너의 마음만은 지옥이겠지."

"........"

"내가 널 사랑하게 된 이상 너의 선택은 뭐가 됐든 나에게도 지옥이다. 너의 지옥까지 함께 할게."


포르코는 이성을 조금 되찾은듯 광기가 어려있던 눈빛에 슬픔이 언뜻 비췄고 너의 손목을 쎄게 부여잡고 있던 손에도 조금 힘이 풀렸음.


"............"

"선택해."




포르코에게 잡혀있는 너의 손목이 부들부들 떨렸음.
대체 포르코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건지 의미를 찾느라 머리가 터져버릴것만 같았음.

잠시 멍청하게 넋을 잃고 있던 너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너의 손목을 쥐어잡고 있는 포르코의 손을 떨쳐냄.




"...선택할게. 널 당장 병단에 고발하겠어. 니가 대체 무슨 소리를 짖거리는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널 고발하고 니 동료들을 하나 둘 생포하면 뭐든 알 수 있겠지. 미래가 없다고? 헛소리 하지마. 우린 여태껏 싸워 왔고 앞으로도 싸워 나갈거야.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 나간다."

"...그래. 니가 이렇게 까지 나온다면 나도 어쩔 수 없군."

"하하... 왜? 날 죽이기라도 할 셈이야?"

"......."

"그것도 나쁘진 않네. 어차피 몇번이고 이미 죽었을 목숨!! 우리 언니를 죽게 만든 괴물 따위한테 도움 받아 연명하고 있었던거라면 살아 숨쉬고 있는것 조차 역겹다고 난...!! 차라리 그냥 이 자리에서 날 죽여."

"내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니 동료들과 병사들을 전부 죽이고 고향으로 간다. 물론 너는 저항 한번 못하고 날 따라올 수 밖에 없을거다."




포르코는 예상치도 못하게 드림주가 자신의 정체를 먼저 알아채 버린 이상 어쩔 수가 없었음. 에렌과 이야기를 나눈뒤 숲 속에서 한참을 홀로 울며 드림주에게 미안하단 말을 되뇌이기만 했고
그러다가 깨달은건 전사의 사명을 이루고 드림주를 살려내기 위해선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한다는거였음.




".....너.... 지금 날 협박하는거야?"

"협박이 아니라 경고다. 그러게... 날 믿어주겠다는 약속과 떠나지 않겠다는 약속 순순히 지켰으면 좋았잖아. 안 그래?"

".......너 내가 알던 포르코가 맞긴 맞아....?"

"난 처음부터 이런 모습이였다. 잘 생각해봐. 그저 너 하나만은 지키고 싶었을 뿐이지."




입단식 날 밤 포르코가 너의 양 손을 결박하고 벽으로 몰아세웠던 때의 일이 생각났음.
그때도 포르코의 가득 찬 분노가 대체 어디서 나온 분노인지 의아했었지.
그때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원래 진짜 포르코였음.

넌 온 몸을 부들 부들 떨며 공포에 질린 눈으로 포르코를 올려다봤고
포르코는 그런 너의 표정을 보기 힘겹다는 듯 너를 와락 안아버림.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마. 나의 고향으로 함께 돌아가 모든 진실을 마주하면 분명 너도 날 이해할 수 있을거야. 아직은... 모든걸 말 해줄 수 없어. 날 믿어줄거지? 넌 날 사랑하잖아."

"........."


너는 저항을 할 수도 없을 정도로 깊은 패닉에 빠져 있었음.
온 몸이 차갑게 식으면서 몸의 떨림이 점차 심해져갔음.
그런 너의 떨림을 멈추게 해주려는 듯 포르코는 더욱 니 품을 쎄게 껴안음.





"이런 나라도 사랑하잖아. 그렇지?"

"........"

".....여전히 날 사랑한다고 말해줘."


넌 끝내 아무런 대답도 할 수가 없었음.




*




다음 날 제 57회 벽 외 조사 작전의 진형을 숙지하는 교육이 있었음.

에르빈 단장이 고안한 작전은 대충 이랬음.
장거리 수색 진형을 유지하며 신호탄으로 거인의 출현을 알려 최대한 거인과의 전투를 피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너와 병사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에렌을 무사히 시간시나 구로 인도하는 거 였음.
하지만 그 치밀한 진형 속 에렌의 위치는 표기되지 않아 있었음.


"...ㅇㅇ, 표정이 너무 안 좋아. 어디 아픈거야?"

"....아니야, 아무것도."




옆에서 같이 작전을 교육 받던 아르민이 걱정스러운 듯 물었지만 넌 여전히 어둡게 사색이 되어 있는 얼굴로 나지막히 말 할 뿐이였음.

분명 에르빈 단장은 무언가 알고 있는거 같았음.
병사들의 입체기동의 마모를 조사한것도... 수색 진형에 에렌의 위치를 표기하지 않은 것도 병사들 사이에 벽을 파괴하고 들어 온 거인이 숨어있는 걸 어림짐작하고 있는거겠지.

이번 작전도 시간시나 구에 있는 에렌의 생가를 목표로 한 작전이라는거 치고는... 뭔가 이상했음.
애초에 병사들 사이에 숨어든 거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고안한 작전일지도 모르겠다는 불길한 생각이 듦.





'그럼 난 지금 뭘 해야하는 거지. 당장 내가 할 수 있는건 뭐지.'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너는 안색이 점점 더 안좋아졌음.

'혹시 이번 작전에서 포르코는 정체를 드러낼 셈인가. 그럼 포르코는 어떻게 되는거지...?'

이 와중에 포르코를 걱정하는 너의 이중적인 마음을 깨닫고는
너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음.

'그 녀석은 내가 알던 포르코가 아니야. 벽을 파괴하고 숨어든 괴물이라고.. 내가 이 사실을 섵불리 병단에 고발했다간 포르코와 그의 동료들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 정말 모든 병사들을 죽여버리고 도망가는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어. 병단 내부에서도 어느 정도 갈피를 잡은 상황인거 같으니 난 그냥 때가 올때까지 가만히 있으면 돼... 이건 절대 포르코를 위해서도 아니고 인류에 대한 배신도 아니야.'

그렇게 너는 애써 생각하고는 두 눈을 질끈 감았음.

포르코도 너와 마찬가지로 어둡게 그늘 진 얼굴로 그런 너를 흘깃 쳐다봤음.




*




교육이 끝나고 모두가 나가버린 작전실에서 너는 홀로 남아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며 멍때리고 앉아있었음.


"자네의 이름은 뭐지."


들려오는 위엄있는 목소리에 너는 살짝 놀라며 뒤 돌아서 언제 다가왔는지도 모를 엘빈 단장을 바라 봄.


"...104기 조사병단 신병 ㅇㅇ라고 합니다."

"줄곧 표정이 좋지 않군."

".........."

"자네의 눈엔 뭐가 보이지?"




엘빈 단장이 너의 양 어깨를 손으로 잡고는 작전실 앞쪽의 수색 진형을 보게끔 몸을 돌려놓음.




"적이 뭐라고 생각하나?"

"......네...?"

"....미안하다. 이상한 소리를 했군."





엘빈 단장이 나가버린 후에도 너는 한동안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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