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로 1번부터 4번까지 누군지 맞혀봐❗
어릴적 펄럭이던 초록색 망토가 멋있어 보여서. 단지 그 이유만으로 이곳 조사병단에 입단한 지 벌써 1년이 지났어.
뽕 찬다는 말 알아? 처음 몇 달 동안은 딱 그 기분이었어. 인류를 위해 심장을 바친다니. 너무 멋있었고 자랑스러웠지.
마냥 빛나던 내 생각들이 바스라진 건 그날부터였어. 훈련병 시절부터 같은 방을 쓰던, 가장 친했던 동기가 벽외조사에서 죽은 날이었지.
그리고 슬퍼하던 내게 누군가가 이런 말을 해주었어. 조사병단은 죽음이 곧 퇴소라고.
그때서야 현실이 느껴졌지. 주변만 보아도, 간부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나같은 병아리들이었어. 기껏 살아남은 게 간부들 6명 뿐이라니.
하루하루가 우울해졌지만 티내지 않고 열심히 살아왔어. 다른 병사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는 않았거든.
그런데, 오늘 밤은 너무 힘든 것 같아.
똑똑
불 꺼진 어두운 방에서 홀로 울고 있는 내게, 누군가가 찾아왔어. 들어오라고는 했지만 방 안의 모든 불이 꺼져 있어서 얼굴이 안 보여.
누굴까?
1.
"에? ㅇㅇ, 우는 거야?"
대답은 하지 않았어. 말을 하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거든.
"아니.. 나는 너한테 종이 빌리러 온 거였는데.. 으, 어떡해야 하지? 괜찮아?"
누군지는 몰라도 누군갈 달래주는 일에 익숙하지 않아 보였어. 울고 있는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안절부절하고 있는 게 느껴졌지. 혼자 있고 싶은데 눈치가 없는 건지..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어.
2.
벌컥
"ㅇㅇ, 밥 먹으러 가ㅈ.. 잠깐만, 너 울어?"
난 급히 뒤돌아 앉았어. 누군지는 몰라도 이런 모습은 들키고 싶지 않았거든.
"뭐야, 어떤 자식이야? 누가 너 또 놀렸냐? 말만 해, 이 오빠가 - "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고 말았어. 그 소리를 들었는지 내가 앉은 의자 옆, 바닥에 털썩 주저 앉으며 말하더라고.
"많이 힘드냐?"
순간 정적이 흘렀지.
"그래도 내가 웃게 해줄게. 그러니까 혼자만 힘들어하지 말라고 -"
진지해진 줄 알았는데 또 날 툭툭 찌르면서 장난을 걸어오고 있어. 감동받을 뻔 했는데, 뭐 덕분에 웃었으니까.
3.
"ㅇㅇ.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누군가가 들어오는 소리에 놀라서 우는 것도 멈추어 버렸어. 신기하게도 내 방에 들어온 그는 방에 불이 꺼진 건 신경도 쓰지 않았어.
내 옆에 털썩 주저앉은 그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작게 중얼거리고 있었어.
"너 괜찮은 거야?"
도리어 내가 그를 위로해주고 있었지.
"아, 응. 조금 이러다 말 거야."
그는 훈련병 때부터 나와 유독 친했어. 그런 내가 보기에 그는 가끔 무리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노력할 때가 있었지.
그런 날 밤은, 이렇게 내 방에 찾아와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곤 했어.
서로 모든 걸 털어놓는 사이지만, 왠지 그는 나에게 말하지 않은 게 있는 것 같아.
그게 뭘까?
4.
쨍한 아침 햇살에 눈이 부셔서 잠에서 깨어났어. 뭐지? 어제 울다가 잠들었나?
아, 조금씩 기억이 나기 시작했어. 분명 누군가가 내 방으로 들어왔었어. 늘 강인한 모습만 보여주던 나의 우는 모습을 처음 본 그는 놀랬나봐.
"너.."
탄식처럼 한 마디를 내뱉은 그는, 무슨 말을 더 하려다가 그냥 입을 다물어 버렸어.
그리고는 내가 앉아있는 의자의 맞은 편에 앉아서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기다려 주었어.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진정이 되었고 그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어. 그는 나의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었고, 나도 그런 그에게 내 마음을 모두 털어놓았어.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내가 지금 네게 해줄 수 있는 말은.. 네 말대로 조사병단은 죽음이 곧 퇴소지."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어.
"그러니, 죽는 순간까지도 후회 없는 선택을 하도록 해."
현실적인 답변이었지. 물론 앞으로 내게 도움이 될 거야. 하지만 그 말을 들으니 죽음이 코앞에 다가온 듯, 기분이 이상해졌어. 그도 이런 내 기분을 눈치챘는지, 한 마디 더 덧붙였어.
"... 약속할게. 네가 죽을 때 까지는 나도 죽지 않는다."
그제서야 미소가 지어졌어. 도움이 되는 조언도 좋지만, 나에겐 그저 죽음으로 떠나지 않겠다는 동료의 말이 필요했나 봐.
분명 기분은 나아졌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어. 이번엔 그가 아무리 기다려 주어도 내 눈물은 한참이나 쏟아졌지.
그는 앉아있던 내 앞에 서서, 내 눈물을 닦아주었어. 안아주길 바랬지만 우리가 그런 관계는 아니니 뭐, 어쩔 수 없지.
난 그의 행동에 더욱 설움이 북받쳐 그의 크라바트를 끌어당기며 펑펑 울었어.
기억은 여기까지야.
아, 저기 쪽지가 있다.
「 어젯밤 일은 기억할까 모르겠다만, 이 또한 너의 선택이었으니 후회하지는 않아도 된다. 난 괜찮으니, 일어나면 따뜻한 홍차를 마시러 오도록. 」
응? 잠깐.
편지를 들고 있던 반대편 손에 무언가가 느껴졌어. 손을 천천히 펴보니, 내 눈물자국이 가득한 그의 크라바트가 쥐어져 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