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를 다녔던 나.
고등학교 친구들 중
나보다 더 예뻐보이고
나보다 더 매력있어보이고
나보다 더 재밌고
나보다 더 솔직하고
나보다 잘나보이던 친구
그런 친구가 있었다.
나는 그 친구의 솔직함을 감당하기 어려웠고 불편했다.
솔직한 말들, 솔직한 장난, 솔직한 감정표현
기분 나쁜 솔직함보다는 재치있고 당당했다.
아예 결이 다르면 모를까
나와 비슷한 취향, 비슷한 관심사가 있었던지라 스스로 더욱 비교하게 되었다.
비교할 때마다 그 친구의 매력은 커지고 내 부족함도 커져갔다.
한편으론 친해지고 싶었다.
무척이나 가깝게 지내고 싶었다.
같이 있으면 재밌고 그 친구가 가진 여러 장점들이 좋게 보였고 부러웠다.
근데 이 부러움을 스스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부러움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내 부족함을 인정하는 거였거든.
그렇게 난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기 싫었고 그 친구와 가깝게 지내지 못했다.
내 안에 올라오는 느낌도 외면하고 친구도 외면했다.
같이 노는 무리 중 한명이라 같이 놀 땐 놀았는데 개인적인 연락은 감당이 안되서 못하겠더라.
마음 속 거리가 있어서 속얘기를 안하니 학창시절에 같이 놀면서도 우린 서로에 대해 참 몰랐다.
티비 속 연예인들을 봐도 그렇다.
나보다 예쁘고
나보다 매력있고
내가 가지고 싶지만 갖지 못한 걸 그 연예인은 가지고 있을 때
마냥 부러운 연예인도 있지만
내 안의 자격지심이 너무 커져서 보기 싫어지는 연예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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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글쓰기를 하고 지내던 중
다 큰 성인이 되고나서 이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일이 생겼고
가까이 지내고 싶은 용기가 생겼다.
몇 날 며칠을 고민했다.
마음 속으로 왔다갔다 오락가락.
'내 부족함을 인정해야하잖아!'
'아 인정하기 싫어'
'근데 이제 여기서 벗어나고 싶어!'
'나아지고 싶어!'
며칠 후,
마음을 먹고 문자로 솔직히 말했다.
[너의 이런 부분을 볼 때마다 자격지심이 느껴졌다.
근데 한편으론 인정하고 너랑 친해지고 싶고
지금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 등등]
문자를 보낼까말까 5분사이에 또 수십번을 고민했다.
'기분나빠하지 않을까. 괜히 말하는가. 연락을 거의 안하다가 몇 년만에 이런 얘기한다고 싫어하면 어떡하지?'
'아 이런 내 모습이 싫다. 내가 이렇게 부족한 사람이야? '
받아들이기 조금 버거웠다.
'에잇 일단 보내보자!
전송 버튼 하나면 끝나니까
그냥 눌러!'
문자라서 마음이 조금 편했다.
말로 했다면 이것보다 더 힘들었을거다.
문자를 보내자마자 나와는 상관없는 일인 듯 느끼면서 답을 기다렸다.
몇 날 며칠 고민했던 내 마음을 순식간에 저 구석 모퉁이의 구겨진 종이조각만큼 작게 만들었다.
그 친구가 욕을 할까봐, 싫어할까봐 두려워서 막바로 내게 아무일 없다는 듯 다른 일에 집중했다.
잠시 후,
친구의 답이 왔다.
[제로야, 나도 너처럼 그랬던 적이 있었다.
용기내서 도와달라고 부탁해서 고맙다.
이렇게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고 너의 인간적인 모습이 참 좋다. 등등]
'이게 뭐야?!'
이런 반응은 1도 생각하지 못했고, 조금 충격이였다.
질투했던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미워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다니..
진심이 느껴졌고 감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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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자가 내 부족함을 인정하는 시작이였던거지
자격지심은 하루아침에 다 풀리는게 아니더라.
심리글쓰기를 하면서 그 친구와 몇 년을 알고 지내니
조금씩 조금씩 풀리더라.
그럼에도 이 부분을 인정하니까 어찌나 좋던지.
내 마음도 점점 편해지고 친구도 점점 좋아지고.
나보다 더 성숙하고 먼저 성장한 친구여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울 수 있었는지.
지금의 나에게는 든든하고 좋은 영향을 끼치는 친구가 되었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