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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반) 좀비인 엘빈 선생을 마주한 청소부 리바이


여느 때와 같이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로 돌아가던 진격중학교 역사 선생님, 엘빈. 그런데, 점점 눈 앞의 복도가 두 개로 겹쳐 보인다.



쾅쾅 소리에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피로 물든 손자국이 잔뜩 찍혀 있다. 교실 안에서는 아이들의 비명과 이상한 괴성이 들려온다.

'아이들을 구하러 가야 하는데..'

생각과는 다르게 발은 움직이지 않는다.
자꾸만 기침이 새어 나오고 시야는 흐려진다.



점점 이성적 판단이 흐려지고 눈은 감겨온다.
캄캄한 눈 앞의 세상 속, 어디선가 달큰하면서도 비릿한 냄새가 풍겨온다.



냄새의 근원지는 2학년 3반 교실.
엘빈이 문 쪽으로 다가가자 아이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선생님? 엘빈 선생님이지..? 살았다.."

엘빈을 누구보다 반기며 그를 환영하기 위해 문 쪽으로 다가가는 아이들.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손잡이를 움켜쥔 아이와는 달리, 뒤 편에 모여있던 아이들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잠깐, 열지ㅁ"

콰직.



"어..?"

엘빈이 물어뜯은 첫 번째 아이. 공포에 잔뜩 질린 그 아이와 눈이 마주친 나머지 아이들은 혼비백산이 되어 뒷문으로 달려 나간다.

이런, 뒷문이 고장났는지 열리지 않는다.

그 사이 엘빈은 물고 있던 아이를 내팽겨친 후 나머지 아이들에게로 돌진한다. 몇몇은 창문 밖으로 뛰어내려 죽지도 살지도 못한 채 버둥거리고, 몇몇은 책상 밑으로 들어간다.



교실 문을 열고 나온 건, 엘빈 뿐이었다.
엘빈의 입가에 잔뜩 묻은 피가 아이들의 생존 여부를 말해주고 있었고, 초점없는 눈동자의 엘빈은 목적지 없이 복도를 걷는다.



멀리서 퍽퍽 소리가 들린다.
소리의 근원지는 진격 중학교의 청소부, 리바이. 갑작스레 자신을 덮쳐오는 학생들을 효율적으로 상대하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간 덕분에 한 명 씩 상대할 수 있었지만, 계속되는 공격을 막아내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매일 자신을 향해 해맑게 달려오던,
티는 내지 않았지만 정이 든 학생들을 직접 죽이기란 더더욱 쉽지 않았다.

으르렁대며 달려오는 에렌의 입에 빗자루를 끼워넣어 간신히 막은 후,

"미안"

작게 속삭이며 에렌의 목에 창문 유리를 깨고 얻은 유리 조각을 가져다 댄다.



에렌마저 고꾸라지고, 화장실 앞에는 학생과 선생들의 시체가 잔뜩 쌓여 있다.
간신히 한 숨을 돌리며 땀을 닦아낸 리바이는 어느새 핏자국으로 잔뜩 더럽혀진 손을 보며 인상을 쓴다.



복도 끝에서 슬리퍼를 거칠게 끌고 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좀비 아니면 생존자겠지만, 높은 확률로 좀비일 것 같다.
리바이는 옆에 세워둔 빗자루를 다시 손에 움켜쥔다. 이미 몇 명을 상대하느라, 빗자루도 이제 너덜너덜해진 상태이다.

'이 상태면.. 길어봤자 한 두명만 막을 수 있겠군.'

정해진 운명에서 조금이나마 더 살고자 버둥대는 자신의 꼴이 여간 우스운 게 아니었다.

아니, 혼자라면 언제든 죽어도 상관없지만 엘빈은 어디선가 살아있다고, 살아서 꼭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 당장은 죽을 수 없었다, 절대로.



움켜쥔 리바이의 손이 땀으로 범벅될 무렵,
좀비가 어둠 속에서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다.



손에 힘이 빠져 빗자루를 놓쳐 버렸다.
다시 주워야 하지만, 그래야 리바이 자신이 살지만 도저히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두려워서 였을까?
아니, 리바이의 눈에 비친 건 공포가 아닌 절망이었다.
자신의 유일한 희망인 엘빈이,
답지 않게 잔뜩 헝클어진 모습으로
자신이 방금까진 죽이던 좀비의 모습을 하고 나타났기 때문에.




여기서부터 추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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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엘빈 너.."

리바이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는 엘빈.
그러나 엘빈의 눈에 리바이는 그저 달큰한 향기의 소유자로 보일 뿐이다.

"... 입가에는 피나 질질 묻히고 말이야.."

엘빈을 두 손으로 막아내지만 힘이 점점 부쳐온다.
자신의 향해 밝은 미소를 지어주던 입꼬리에는 누구 것인지 모를 피가 잔뜩 묻어있다.

엘빈만은, 그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디서 이런 비약적인 힘이 생긴 건지,
엘빈과의 힘싸움에서 밀리는 리바이는 점점 화장실 안쪽까지 밀려났고, 제일 안 쪽 벽에 등이 닿게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달아날 곳도 없다.

마지막으로 엘빈의 두 눈을 찬찬히 마주하는 리바이.

'난.. 너의 푸른 두 눈이 좋았다. 마치 바다를 떠올리는 그 두 눈 말이야. 하지만 지금은.. 공허한 회색 빛만이 남았군. 더 이상 넌..

내가 동경하던 엘빈이 아니야.'

마지막 힘을 쏟아내, 한 손으로 엘빈을 막으며 주머니에서 에렌의 목을 그었던 유리 조각을 꺼낸다.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고
그 탓에 리바이의 손에는 유리 조각을 따라 굵은 상처가 생기며 피가 뚝뚝 흐른다.

엘빈의 새하얀 목에 유리 조각을 가져다 댄다.
살짝 생채기가 생기고, 보랏빛의 피가 울컥 쏟아진다.

"네가 인간으로 남을 수 있도록, 기억될 수 있도록 널 죽여줄게. 먼저 가서 쉬고 있어."


푸슉.


리바이의 얼굴에 보랏빛 피가 잔뜩 튀었고
엘빈은 고꾸라져 리바이의 어깨에 미동없는 몸을 기댄다. 느껴지는 서늘함에, 리바이의 눈은 어쩌면 좀비보다 더 황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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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 엘빈?"

리바이의 말소리에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는 엘빈. 다른 이들보다 유난히 달큰한 향기가 풍겨오는 리바이에게 돌진한다.

당장 손에 쥐고 있던 빗자루마저 놓친 상황에서 달려오는 엘빈을 막을 수 있는 건, 리바이 자신의 팔 뿐이었다.

다행히 두꺼운 작업복 탓에 당장은 물리지 않았지만 점점 작업복을 뚫고 나오는 엘빈의 이가 느껴졌다. 물리지 않은 한 손은 주머니 속에 넣어, 에렌의 목을 그었던 유리 조각을 만지작 거렸지만 쉽사리 엘빈의 목을 긋기로 결정 짓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고민하는 사이, 엘빈의 이가 작업복을 뚫은 것이 느껴졌고, 작업복을 따라 선홍빛의 피가 주륵 흘러내렸다.

'우리 둘 다 사는 건.. 내 욕심이었나.'

주머니에서 유리 조각을 만지작 거리는 것도 의미가 없어졌다. 날카로운 유리 조각을 꺼내어 한 번 내려다 본 리바이는, 엘빈의 등 뒤 복도 너머로 휙 던져 버렸다.

쿨럭.

기침이 나기 시작했고 눈 앞이 흐려져 왔다.
엘빈에게 팔을 내준 채로 벽에 기대어 앉은 리바이는, 그동안 둘 만의 추억을 회상해 보았다.

'마지막으로 널 만나게 되어 다행이야.'

생각보다 큰 고통에 신음이 나왔지만 입술을 깨물며 참아내었다. 그토록 다시 만나고자 수많은 좀비를 죽여왔건만, 되돌아온 건 좀비인 엘빈 뿐이라니.

하지만, 이것도 엘빈이니까.

리바이는 엘빈이 자신을 먹도록 내버려두며 엘빈의 회색빛 눈동자를 따뜻하게 바라보았다.

"네게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네. 원하는 만큼 먹도록 해."

기침은 더 잦아졌고 이성적 판단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좀비가 된다는 것이 느껴졌다.

'걱정마, 혼자 좀비가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게.'

추천수12
반대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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