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엘빈 명령 때문에 여자 만나는 리바이 보고싶다

일단 우리 에루빙 단쵸는 그런 명령을 할 리 없기 때문에 호기심 많은 10대 모브 병사 몇 명이 장난친 거라고 하자.

한창 연애에 관심 많은 10대 병사들 사이에서는 멋있지만 사랑에는 관심이 없어 보이는 리바이 병장의 연애에 대한 이야기도 적지 않게 오래내렸을 거임.

"있잖아, 내가 저번에 단장님 집무실 문 앞에서 들었는데 단장님이 명령이다. 라고 하시니까 병장님이 바로 이행하시던데?"

그러다가 한 장난끼 많은 병사의 목격담을 기점으로 '리바이 병장님도 사랑을 할까?' 프로젝트가 시작되겠지.

단장님 필체를 똑같이 따라할 수 있는 병사가 '리바이, 병단 생활을 위해서는 여자를 만나 사랑이라는 경험을 해 보는 게 좋겠군, 명령이다.' 라는 쪽지를 적은 후에 병장님 집무실 책상에 던져 놓고 나올 거임.

물론 엘잘알 리바이는 이게 엘빈이 아닐 거란 건 알지만 그래도 엘빈이라면 이런 말은 쪽지로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민하다가, '명령'이라는 말 보고는 바로 시행할 거임.

대충 엘빈에게 여자를 만나는 시늉만 보이면 될 것 같은데 당장 주위에 여자가 없으니까, 리바이는 그날 밤 검은 망토를 뒤집어 쓰고 몰래 병단을 빠져나와 월 로제 거리로 향했음.

길가에는 노숙자들이 기침을 하면서 자고 있었고, 그들을 지나칠 때마다 더럽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는 리바이였음. 그러다가 리바이의 시선 끝에 어떤 허름한 차림의 여자가 닿았음.

노숙자라고 하기엔 귀티가 흘렀고, 그렇다고 부잣집 자제라고 하기엔 어딘가 화려함은 없었음. 딱히 누군갈 고를 처지가 아니었던 리바이는 그 여자에게로 다가갔음.

"죄송하지만, 전 몸은 팔지 않습니다. 그런 목적이라면 저쪽으로 가보세요."

리바이가 다가가자 단호하게 거절해 오는 여성이었음.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대뜸 그런 취급을 받으니 조금 당황하긴 하였지만 어쨌든 말을 이었음.

리바이는 여자에게 돈을 줄 테니 한 달만 연인 행세를 해줄 것을 요구하였고, 여자는 리바이가 생각보다 진중하게 요구해 오는 태도를 보고는 황당하지만 돈벌이로는 괜찮은 이 거래를 받아들였음.

눈치 빠른 엘빈 앞에서 완벽히 연인 행세를 하기 위해서 둘은 말을 맞추어야 했음. 결국 다음 날, 리바이는 엘빈의 허락을 맡고 그 여자를 만나러 외출을 하였고 둘은 어느 찻집에서 만났음.

여자의 사정을 들어보니, 아버지는 도박으로 집을 나갔고 하나뿐인 언니는 몸을 팔다가 죽임을 당해서 이젠 자기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음. 왠지 자신의 어린 시절과 비슷한 듯한 여자에게 정이 가는 리바이였고, 둘은 찻집에서 한참이나 이야기를 나누었음.

그 후로 리바이는 여자에게 '데이트'에 대해서 하나씩 배워갔음. 우선 사랑이란 감정이 어떤 느낌인지 리바이에게 인식시키는 것부터 오랜 시간이 걸렸고, 다음 날에는 데이트는 직접 해보아야 알 수 있다면서 함께 월 로제 시내를 돌아다녔음.

첫 코스는 언제나처럼 찻집에서 소소한 대화 나누기였고, 다음 코스는 그저 목적없이 시장처럼 떠들썩한 길가에서 이것저것 구경하기 였음. 마지막 코스는 데이트를 끝마친 후 여자 집에 데려다 주기였음.

오늘 수업도 잘 따라 왔다며 리바이에게 칭찬을 하는 여자에게, 리바이가 잘 포장된 꽃 한 송이를 내밀었음. 여자는 순간 설레었지만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가르쳐주지 않은 것도 잘 한다며 의식의 흐름대로 말을 막 뱉어내었음.

그렇게 연애에 대해 배운다는 핑계로 여자와 만나는 날이 점점 쌓여갈 때 쯤, 여자가 리바이에게 물었음.

"리바이씨, 돈 대신 제 소원 하나만 들어주시면 안되나요?"

일단 소원이 뭔지 들어보겠다는 리바이의 말에, 여자는 하늘을 날아보는 것이라고 답하였음.

그런 터무니 없는 소원을 들어줄 수 없다며 거절하는 리바이에게,

"리바이씨는 날 수 있잖아요."

라며 반박해오는 여자였음. 차를 마시던 리바이는 잠깐 흔들리다가도 이내 고개를 저었음.

"안돼. 그건 너무 위험하다."

바로, 입체기동을 타보는 것이었음. 리바이의 거절에도 여자는 계속해서 부탁해왔고, 결국 리바이는 여자에게 지고 말았음.

다음 날부터 둘 만의 개인 강습이 시작되었음. 입체기동을 처음 타다 보니 다칠 뻔한 적도 꽤 있었지만 여자는 원래 운동 신경이 있는 건지 잘해 내었음.

시간이 흘러, 드디어 여자가 혼자서 입기를 탈 수 있는 날이 되었을 때, 리바이는 엘빈에게 혼날 각오를 하고 늦은 밤 입기 2개를 몰래 빼왔음.

둘은 작은 숲에서 입기를 탔고, 날이 밝아올 때 쯤, 지친 여자와 리바이는 언덕에 앉아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았음.

이렇게까지 해서 날아보려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고, 여자는 모두의 어린 시절에는 '날아보기' 라는 꿈이 있다고, 자기는 그냥 그 꿈이라도 이루어 보고 싶었다고 이야기 하였음.

그렇게 약속한 한 달이 지나갔지만, 둘의 만남은 계속되었음. 여자는 은근 다정하고 세심한 리바이를 정말로 좋아하게 되어서였고, 리바이는 좁은 벽 안에서 스스로 자유를 찾아 나가는 이 여자와 대화가 잘 통해서였음. 둘은 자주는 아니었지만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만남을 가졌음.

배움이 빠른 리바이는 이제 남친 행세를 제법 잘 해내었고, 그 둘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엔 그저 잘 어울리는 한 쌍의 연인처럼 보였음.

여자는 '보여주기식 연인' 이라는 수식어 뒤에 숨어서 이따금 자신의 진실된 마음을 전하기도 하였음. 늘 찻집에서 만나 차를 마셨고, 헤어질 때가 되면 장난식으로 "리바이씨, 사랑해요." 라며 사랑을 고백하곤 하였음. 그때마다 리바이는 고개를 숙이며 쑥스러워하는 여자를 잠시동안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

슬슬 조사병단 생활과 연인 행세 사이의 균형이 깨져갔고 둘을 모두 유지하는 건 한 쪽 생활에 있어서 피해를 줄 것 같았음.

'이만하면 되었겠지.'

리바이는 이제 연인 행세는 정리할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하였고 마지막으로 엘빈에게 여자를 소개해 주며 그의 명령을 마무리 짓기로 하였음.

여자는 누군갈 소개해 주겠다는 리바이의 말에 들떠서 그게 마지막 만남인 줄은 꿈에도 알지 못 한 채,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단장을 하였음.

하늘색의 원피스를 입고 해맑게 달려오는 여자를 보며, 마치 사람들이 정교한 조각상을 보며 아름답다고 생각하듯, 아름다운 여성이라고 생각하는 리바이였음. 그저 아름다울 뿐, 리바이의 감정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음.

영문을 모르는 엘빈과, 엘빈의 명령을 따르는 중이라 생각하는 리바이, 그리고 리바이와 실제로 연인이 된 것만 같아 괜히 들뜬 여자, 이렇게 3명은 티타임을 가졌음. 사랑하는 사람이라며 어떤 여인을 소개해 준 리바이가 의아스러웠지만 예의를 차리며 정성스레 대접한 엘빈이었음.

엘빈과의 티타임이 끝나고 리바이가 여자를 데려다 주기 위해 둘은 조용한 거리를 걸었음. 늘 그랬듯 여자는 리바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건넸고, 리바이는 늘 그랬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

여자의 집 앞에 도착하자, 리바이는 여자에게 두툼한 봉투를 건넸음. 봉투 안에는 돈이 들어 있었고 여자는 의아하다는 듯 리바이를 쳐다 보았음.

리바이는 그동안 수고했다고, 아까 그 남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연인 행세를 한 것이었으니 연인 행세는 이제 끝났다고 이야기하였고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거란 말에 여자는 눈물을 주륵 흘렸음.

여자를 달래 주다가 여자가 눈물을 그치자 마지막 인사를 하고는 돌아서는 리바이였음. 자신의 소원을 이루어 주었으니 돈은 주지 않아도 되는데 돈까지 챙겨준 리바이의 배려가 더욱 눈물이 나게 하였음.

여자는 마지막으로 리바이를 불러 세웠음.

"저기, 리바이씨,"

멀리서 리바이가 몸을 틀어 여자를 보았음.

정말 마지막이라 생각하여 어느 때보다도 진심을 가득 담아 말 하였음.

"사랑해요."

리바이가 입을 떼었고, 처음으로 여자의 사랑한다는 말에 대한 대답을 해 주었음.

"... 미안하다."

그 말을 끝으로, 달콤했던 여름밤의 꿈 같았던 여자의 사랑 이야기는 끝이 났고, 리바이도 엘빈의 명령에서 벗어나 온전히 병장직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음.


그리고 6개월 후.

"이번 103기는 어떤 것 같나."

"아, 리바이는 바빠서 아직 못 봤겠구나!! 전반적으로 신체 능력은 떨어지는데, 의욕은 넘쳐서 좋아~ 맞다, 유독 눈에 띄는 한 명이 있는데 어디서 배웠던 건지 입체기동을 정말 잘 타더라고??"

한지와 대화를 나누며 복도를 걷던 리바이가 우뚝 멈추어 섰고, 창밖의 누군가를 유심히 쳐다보았음.


"... 저 병사인가."

"맞아!! 어떻게 알았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는지 그 병사가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고개를 들어 3층 창문을 바라보았음.


그리고는 환하게 웃으며 누군가에게 소리없이 입모양으로 인사를 건네었음.



"안녕, 리바이씨."

추천수24
반대수0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