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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리바이와 '리바이'

❗BGM 꼭꼭 들어줘
somewhere in my memory
https://youtu.be/slyHOTc23F0❗



“와아~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작지만 따뜻한 분위기의 가게. 맛있게 구워지고 있는 고기. 잔뜩 채워지는 술잔들. 그리고 의지할 수 있는 좋은 친구들. ‘진격의 거인’ 최종화까지 촬영을 끝마친 후, 마지막 촬영을 기념하기 위해 배우들끼리 모인 술자리였음.

“야야, 그거 기억나? 3기 쯤이었지~ 리바이가 이런 표정으로ㅋㅋ”

가득 채워진 술잔을 들다가, 옛 생각이 나서 리바이를 따라 근엄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한지였음.

“그만해, 망할 안경.”

“에? 리바이~ 아직도 그 별명을 부르는 거야?”

“... 시끄러워.”

“아니아니 그래서~ 리바이가 ‘엘빈을.. 쉬게 해주자..’ 이렇게 대사 하고나서 감독님이 컷! 하시니까 바로 어린아이처럼 울었잖아.”

“맞아, 한지. 그래서 내가 한 쪽 팔을 든 채 누워 있다가 바로 리바이를 달래줬었지.”

“그때 리바이가 얼마나 귀여웠다고~ 촬영장 정리할 때까지 진정이 안 돼서 그날 다 같이 엘빈 집에서 잤었지? 리바이는 잔뜩 술 취해서 엘빈 가지말라고 바지를 꼭 붙잡고 있어서 엘빈 화장실도 리바이랑 같이 갔었잖아, 기억나 리바이?”

“몰라.”

“엇, 선배님 기억나시는 것 같은데요?”

“아, 그러고 보니까 그때 에렌도 있었구나? 그나저나 에렌, 넌 촬영하면서 운 적 없어?”

“저도 있어요. 저는 이상하게, 제 아역을 맡아준 그 친구만 보면 괜히 뭉클해 지더라고요. 그래서 3기 오프닝 RED SWAN 기억나시죠?”

“아, 알지~ 그때 아역 친구들 다 같이 나왔었잖아. 그 리바이 아역 친구가 중간에 잠 온다고 길바닥에서 잔 것도 귀여웠어!!”

“네ㅋㅋ 그 친구 제가 대기실까지 안아서 데려다 줬었어요. 아, 그래서 제가 RED SWAN을 찍는데, 어린 에렌이 훈련병 에렌에게 가까이 와서 신기한 듯이 살펴보는 장면이 있었거든요? 제가 그때 촬영은 뒷 모습만 했었는데, 뒷 모습은 아무렇지 않게 나왔는데 사실 그때 앞으로는 눈물 줄줄 흘리고 있었어요.”

“와, 그랬어? 집에 가면서 그 장면 다시 봐야겠다. 엘빈은? 엘빈은 언제가 가장 기억에 남아?”

“나는.. 아무래도 첫 촬영? 후회 없는 선택 촬영 현장이었는데, 다들 처음 만난 자리에서 바로 촬영 들어갔으니까 아무래도 긴장되고 어색했지. 나중에 감독님도 그걸 노렸다고 하시더라고. 아, 그거 들었어?”

“응? 어떤 거?”

“팔런이랑 이자벨, 촬영 끝나고 실제로 만난다고 하더라고.”

“아아. 알고 있었다.”

“에? 나만 몰랐어? 리바이!! 왜 말 안 해줬어??”

“둘은 나랑 친하지만 넌 그 둘 하고 친하지 않았잖아.”

“치.. 아무리 그래도.”

“그나저나, 이렇게 우리끼리 모이니까 너무 좋다.”

“그러게~”

그 후로도 웃음소리는 한참이나 끊이지 않았음. 밤은 깊어졌고, 한참을 마셔대던 엘빈과 한지는 취할대로 취하여 둘 다 시답잖은 소리나 하고 있었음.

“하..”

결국 지켜보던 리바이가 둘을 택시에 태워서 보냈고, 에렌을 비롯한 10대 배우들에게 택시비를 건네며 단체 회식을 정리하였음. 그리고 이제 리바이는, 혼자 남게 되었음.

'그러고 보니.. 그 녀석들과 알고 지낸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 가네.'

끝이 없을 것 같던 ‘진격의 거인’도 1기, 2기, 3기를 지나 4기에서 끝이 나고야 말았고, 그에 따라 왁자지껄하던 촬영장도 지난 날의 추억이 되어 버렸음.

추운 겨울 날씨에 목도리를 더욱 싸매고 주머니에 손을 넣어 종종걸음을 하던 리바이의 시선이, 바로 옆의 거대한 전광판에 멈추어 섰음.

바로, 눈이 아플 정도로 번쩍거리는 조사병단 병장, 리바이의 포스터였음.

'꼭, 다른 사람 같네, 넌.'

이상하게 오늘따라 병장 리바이에 대한 이질감이 들었음. 늘 아침에 일어나면 보던 자신의 얼굴인데도, 왜인지 오늘은 꼭 다른 사람 같았고, 배우 리바이와 병장 리바이 간에 엄청난 거리감이 느껴졌음.

'이젠 보내줘야 할 때가 온 건가..'

[ 성공적으로 끝마친 ‘진격의 거인’... 리바이, 그가 지하도시에서 조사병단까지, 무명에서 톱스타가 되기까지 ]

[ 원작가 하지메 “리바이는 리바이 배우를 모티브로 만든 게 맞아.. 그가 리바이 역을 맡아준 게 감사할 따름” ]


자신에게 늘상 붙는 수식어였음. ‘리바이 싱크로율 100% 리바이'. 이름부터 성격, 성장 스토리까지 닮은 그, 리바이 아커만은 리바이에게는 어쩌면 자기 자신이기도 하였음.

남들에게 무시만 받던 무명 시절의 자신을, 배우의 길로 이끌어준 엘빈을 따라 '진격의 거인'을 촬영하게 되었고, 한순간에 인기는 수직으로 상승하였지만 어딘가 헛헛한 기분이 들곤 하였음.

그 감정이 꼭, 인류최강이라 불려도 웃을 수 없는 병장 리바이와 비슷하였음.

'... 이제 가자.'

신발에 붙은 껌 때문인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떼어 놓고는 반대 방향으로 돌아 섰음. 한 걸음, 두 걸음 내딛었지만 자꾸만 무언갈 놓고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음.

'그래, 마지막이다.'

늦은 새벽, 가로등의 불들도 하나 둘씩 꺼져갔고, 리바이가 서 있던 거리의 가로등 불빛도 모두 꺼져 이제는 깜깜한 어둠 속에 서 있게 되었음.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뒤를 돌아 본 그곳에는, 깜깜한 어둠 속의 자신과는 달리, 유난히 빛이 나는 병장 리바이가 서 있었음.

'잘 있어. 늘 그랬듯, 행복을 찾을 수 있길 바래.'

'리바이'를 연기하면서 늘상 받아오던 질문이 있었음.

"리바이는 언제 행복해질 수 있어요?"
"리바이는 너무 불쌍해요.. 행복이란 걸 알긴 할까요?"

그런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있었지만 그들만의 리바이를 망치지 않기 위해 아껴오던 말이었음.

리바이가 바라 본 '리바이'는 적어도 불행 속에서 살고 있지는 않는 듯 했음. 그는 그저, 엘빈과 마시던 홍차에서 행복을 찾았고, 구리바이반 병사들과 함께하는 저녁 시간에서 행복을 느꼈으며, 한지와의 투닥거림에서 행복을 찾곤 하였음.

누구에겐 당연시하게 여겨 질 일상이, '리바이'에게는 그날 그날의 행복이었음. 엘빈이, 구리바이반이, 그리고 모두가 자신의 곁을 떠날 때 행복을 하나씩 잃어가긴 하였지만 그 뿐이었음. 그들이 떠났다고 해서 그들을 추억할 수 없는 건 아니었으니까.

이젠 번쩍이던 포스터마저 깜빡이더니 탁 소리를 내며 어둠으로 사라졌음. 모든 불이 꺼진 이곳에 리바이만이 서 있었고 리바이는 여전히 불 꺼진 곳의 병장 리바이를 보고 있었음.

'진격의 거인' 촬영이 끝난 지금, 이젠 그를 보내주어야 하는데, 도저히 리바이 스스로가 '리바이'를 놓을 수 없었음.

'하루만, 하루만 더..'

'리바이'의 불 꺼진 포스터 앞에 쭈그려 앉은 리바이였음. 바닥은 차가웠지만 전광판은 따뜻하다 못해 뜨겁게 느껴졌음.

차가운 느낌에 고개를 드니, 눈이 오고 있었음. 엘빈을 쉴 수 있게 보내 주던, 한지가 그렇게나 놀려대던 그날처럼.

이 눈이, 리바이의 작은 손에 살포시 내려앉아 이내 녹아버리는 이 눈이, 마치 '리바이'가 건네 오는 말 같았음.

이번에는 엘빈이 아닌, '리바이' 자신을 쉬게 해주자고.

무릎을 끌어 안은 리바이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미소를 지었음. 눈시울은 붉어져 왔지만 입꼬리만은 올라가 있었음.

'이제 쉬게 해주자.'

다시 고개를 들어 전광판 속 리바이를 바라 보았음. 리바이는, '리바이'에게 보여주듯,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음. 마치 '이제 됐지?'라고 묻는 것처럼.


다음 날, '리바이'의 전광판 앞에는 목도리가 떨어져 있었음. 목도리 안쪽에는 'LEVI'가 새겨져 있었지만, 그걸 알지 못 하는 사람들은 그 목도리를 그저 밟고 지나갔음. '진격의 거인 리바이'라는 수식어가 없으면 밟혀 버리던 무명의 리바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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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리바이, 지금 설마 졸았던 거야?"

"아아.. 어디까지 얘기했지?"

"오늘 네 생일이잖아. 이젠 리바이 생일을 아는 건, 나랑 엘빈밖에 없으니까 다같이 축하해 주고 있었어."

"그랬나."

잠깐 꿈을 꿨던 건지, 몽롱한 기운이 가시지 않았음.

"이 목도리는.. 한지, 네가 준 건가?"

"목도리라니? 엘빈, 이거 네가 가져온 거야?"

"목도리는 가져오지 않았어."

"그럼 이건..."

정체모를 목도리를 이리저리 살펴보던 한지가 깜짝 놀라며 말을 이었음.

"이것 봐, 리바이!! 여기 네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한지로부터 목도리를 받아 든 리바이는, 잠깐 동안 꿨던 꿈을 상기시켜 보았음. 드문드문 끊어져 있는 기억의 조각에서 누군가가 자신에게 목도리를 건넨 것이 떠올랐음.

그는 이제는 흐릿해져 얼굴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어둠 속에 서 있는 자신과는 달리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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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는 리바이에게, 또 리바이는 리바이에게 누구보다 밝고 빛나는 존재였음. 어쩌면 각자의 삶을 살다가 서로를 잊어버릴 수는 있지만, 끝내 기억해 내리라는 것.

잊을 만하면 선물같이 찾아와 소소한 행복을 주던, 한겨울의 눈 같은 존재였음.

서로가, 서로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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