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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11시쯤 엄마랑 싸웠는데 내 얘기 좀 들어줘..

반수생인데 거리두기 때문에 요즘 독서실 10시에 문닫아
독재라 밥을 집에서 왔다갔다 하면서 먹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저녁은 굶어 근데 요즘은 집에 좀 일찍 오니까 배고파서 아까 피자를 먹었어
피자 먹는 동안 펜하 하길래 봤고 피자를 미리 시켜서 식을까봐 먹고 난 다음에 샤워하고 나왔어
내가 외동이라 그런 것도 있고 엄마한테 애교 한가득이야
엄마한테 안기는 거 좋아하는데 씻고 나와서 공부하기 전에 힘 충전으로 엄마한테 앵겼어
그때 엄마가 이제 티비 꺼야겠다 라고 말했는데 이것만 들으면 문제없어 보이지..
근데 난 기분이 나빴어
왜냐하면 항상 이제 내가 공부하러 방에 들어갈 타이밍이 되면 꼭 그렇게 말을 하거든.. 그럼 그게 그만 밍기적거려라 라는 식으로 들리는거야
이렇게만 들으면 의아하지 그게 왜 기분 나쁘냐구..
근데.. 감기걸리거나 몸살로 아프면 항상 엄마가 뭐라는지 알아..?

하루 종쳤네, 공부 못해서 어떡해

빨리 나아야지 라고 말 하는 것도 빨리 공부 시작해야 하니까 하는 말이야

그리고 최근에는 나만 아니면 코로나 이렇게까지 조심하지 않았을거라고 말하는거야.. 내가 수험생인 신분이라 조심한다고 말 하는거지.. 코로나 조심하는데 내 수험생 신분이 그렇게 더 대수야..? 중요한 시험 앞뒀으니까 하는 말인 거 나도 아는데 굳이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들을 이익관계 따지듯이 말해 자꾸
이런 말 한두 번 들은 거 아니고 항상 살아오는 동안 매번 그랬어
딸이라서 말을 편하게 하는 걸까

중학교 때도 시험 마지막 날에 국어시험 하나 틀려서 백점 못받았는데 친구들이랑 놀고 집에 들어갈 때 엄마랑 먹으려고 떡볶이 사갔거든
근데 현관문 들어가는 순간부터 문전박대하고 그걸 왜 틀리냐 이미 문제집에서 푼 문제 아니냐 하면서 문제집 직접 뒤져서 똑같은 문제 보여주고.. 나 그날 울면서 잤다.. 그리고 다음 날 물어보니까 떡볶이 버렸대

제일 기억에 남은 일 얘기 한거고 이런 식의 일이 많았어
아까 티비 꺼야겠다 가 기분 나빴던 이유도 그래
표정은 나만봤으니까 남들은 말만 들으면 뭐가 문제냐고 하겠지
이런 전적이 쌓이고 쌓여서 난 너무 속상했어
독서실 하루종일 있다가 10시에 집 들어가는건데 씻고 나와서 엄마랑 대화 좀 할 수 있는거 아냐..? 근데 그 암묵적으로 표정이 말해주는.. 들리지 않는 속 마음이 다 들려.. 세게 말하면 딱 환멸 난다는 듯이 눈 느리게 감았다 뜨면서 그냥 고개만 끄덕이는거.. 그런 표정을 하면서 티비 꺼야겠다 이렇게 말하니까 난 너무 기분이 나빴어..

그래서 아까는 너무 울컥해서 왜 자꾸 하루종일 집 밖에 있다가 집 들어와서 엄마 옆에 붙어있는 잠깐의 상황에서 맨날 굳이굳이 티비꺼야겠다고 말하는 거냐고 내가 티비 보려고 엄마 옆에 붙어서 밍기적거리는거 아닌데 그만 밍기적거리라는 식으로 말하냐고 내가 티비 보고싶어 한다고 생각해서 티비끈다는 말자꾸 하는거냐고 했더니

공부 조용하게 하라고 티비 끄는건데 티비끈다고 말하는게 뭐가 문제냐고 니가 기분 나쁜게 뭐냐고 하더라..

그냥 그 말 자체에 초점을 두고 말하더라 엄마가..
그리고 앞으로 소리 엄청 크게 티비 틀어놓겠다고 으름장까지 놨어

항상 엄마가 맞다고 생각하는 일이면 내 기분따위 중요하게 생각 안해
이해하려 하지도 않고..
방에 들어가서 공부하고 있는데 또 들어와서 나한테 따지는데 내 말 제대로 들어주고 이해하려 할 것도 아니면서 엄마 할 말 다 하고 대답하게 시켜
대답하면 또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한소리 가득 듣고..

이래서 밖에서 엄한 사람한테 이상한 소리 들어도 제대로 반박도 못하고 내가 분해서 울기만 하는 것 같아
엄마한테 쓴소리 들을 때 하는 행동이 익숙해져서..
그리고 자꾸 뭔 일만 생기면 왜 우냐고 해 나한테..
엄마 할 말만 하고 나는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울기만 했던 게 내 성격..? 으로 굳어졌기 때문인데..

그냥 말 할 데가 없어서 적어봤어..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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