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너 안녕
우선 생일 너무 축하해. 진격거를 처음 보고 난 후로는 꽤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도 이상하게 네 첫인상은 아직도 생생해. 내가 보았던 너는, 믿음직하고 의지할만한 멋진 친구였어. 그런 네가 갑옷거인이라는 걸 알게 된 이후로 잠깐은 네게 배신감을 느꼈었는데, 나중에 돼서는 내 첫인상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어. 네가 갑옷거인이든 마레 전사든 넌 정말 믿을 만하고 착한 아이였어. 어릴 적 삶의 목표로 세웠던 '아버지'란 존재로부터 외면 당하고 자신의 능력에 대해 수없이 회의가 들고, 생존과 인정을 위해서 원치않는 성과를 이루고 고향에 돌아가야 한다는 건, 어린 네게는 너무나 잔인한 과제였어. 그저 걱정없이 친구들과 놀아야 할 나이에, 마지막 희망이자 동시에 절망의 의미인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어떻게 다가왔을까.. 어릴 때부터 온전한 행복을 느껴보지 못해서 나중에 되어서는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게 되는 게 너무 안쓰러웠어. 넌 충분히 행복해질 자격이 있는데 말이야. 라이너, 난 네가 조사병단에서 보여준 모습이 진실되었다고 생각해. 넌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고 동료들을 거인으로부터 구하고자 하였어. 난 그런 널 미워하기 보다는 그냥 안아주고 위로해주고 싶어. 물론 마르코를 죽인 건 잘못되었지만 그것도 결국 마레인으로서의 임무 수행을 위해서였잖아. 라이너,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어? 네가 하루라도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날이 있었을까?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조국에 버림받지 않기 위해서 수없이 달려온 나날들이 많이 버거웠지? 공식 일러스트 중에서 1기랑 뒤바뀌어서 네가 혼자 서서 거인이 된 에렌과 조사병단을 올려다 보는 게 있는데, 그걸 볼때마다 조사병단과 함께 있는 에렌과 달리, 넓디넓은 땅에 홀로 서 있는 네 뒷모습이 너무 안쓰러웠어. 그 책임과 부담을 홀로 져야 하는 것 같아서. 그러니까 오늘 하루만큼은 마레인 라이너든 조사병단 라이너든, 널 옥죄는 수식어는 다 버리고 그냥 라이너 브라운으로 편안하게 쉬면 좋겠어. 널 볼때마다 아픈 손가락처럼 안쓰럽고 짠해. 넌 정말 인간 대 인간으로 존경할 만한 멋지고 착한 아이였어, 네가 어디에 있었든. 전사 후보생들에게는, 네가 그때 겪었던 아픔들을 겪게 하지 않으려는 듯 정말 다정한 모습을 보였었잖아. 그동안 정말 많은 시간과 장면들이 지났지? 생일 정말 축하하고 평생 네게 부담을 주었던 것들은 버리고 너만을 위한 하루들을 살길 바랄게. 누구보다 응원할게. 가끔 버티기 힘든 날에는 조사병단 동료들과 훈련하던 나날들을 떠올려봐. 네 인생에서 조금이나마 희망이 느껴지던 날들이었을 거야. 그들과의 생활에서 '동료'라는 의미를 알아가고 소소한 보람과 재미들을 느꼈을 테니까. 지금은 너무나 멀리 와버렸지만 그때의 순수하던 104기는 정말 잊을 수 없을 거야. 너도 그렇겠지만 나도 그 순간들이 가장 그리워. 마지막으로, 네 웃음이 보고 싶어. 나중이라도 생각나면 활짝 웃어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