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남편따라 한국에 온 나… 미국 돌아가야할까요?

ㅇㅇ |2021.08.06 18:23
조회 1,809 |추천 0
남편 따라서 한국에 온 미국 시민권자입니다.
저는 부모님 유학시절 미국에서 태어났어요.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도 학교생활이나 문화가 미국이 더 맞는걸 깨닫고 가족 모두 한국에 남았지만 저는 미국으로 돌아가서 거기서 졸업하고 직장 다니고 있어요.
남편은 제가 2년간 한국 주재원 생활을 할때 한국에서 만났습니다. 정말 따뜻하고 자상하고 속깊은 사람이라 결혼을 결심했습니다.
제가 주재원이 끝나고 미국으로 돌아간 후에도 오랫동안 장거리 연애를 했는데 하루도 빼놓지 않고 정해진 시간에 전화하고 모든 휴가 다 써서 제가 사는 곳으로 와서 늘 저 챙겨주고 가고, 밥 안챙겨먹는다고 걱정하며 본인이 요리해서 냉동시켜서 매번 특급우편으로 보내는 사람이에요. 그냥 전자렌지에 데워먹기라도 하라고… 저희 엄마조차도 나보다 낫다고 하실 정도로 저한테 지극정성…
남편 회사에서 1년 유학보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저랑 함께 있기 위해 랭킹도 떨어지는 저희 지역 학교를 지원해서 1년 다닌적이 있거든요. (좋은 학교긴한데 원래 점수와 스펙으로는 그 분야 탑 스쿨 갈수 있었고 회사에서도 왜 거기 지원안하냐고 할 정도) 그때 거의 같이 살다시피 했는데 그때 결혼을 결심했어요. 같이 사니까 더 좋고, 매일매일 저를 배려해주더라고요.

근데 결혼을 하자면 둘중 하나는 사는 곳을 포기하고 가야하는 상황에서 고민하던 중에… 코로나가 터졌고… 얼굴을 자주 못보니 너무 힘들더라고요.
저는 미국에서 남들 들으면 다들 가고싶어하는 꿈의 직장에서 좋은 연봉 받고 있고, 직장 사람들 너무 좋아서 매일매일 행복했는데… 그래도 그 사람이랑 같이 곁에 있으며 사는 삶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제 나이도 이제 30대 중반이 되어가서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현실적으로 남편이 미국에서 좋은 잡을 구하는 것보다 제가 한국에서 좋은 잡을 구하는게 더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한국에 직장을 구해 들어왔습니다.
한국에 왔지만 처음부터 남편에게 말했어요. 이건 임시적인거라고. 나는 한국 직장 생활이나 문화가 힘들어서 미국에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코로나만 잠잠해지고 배우자 영주권이 나오면 다시 미국 돌아가자고.
결혼식도 작게 가족들만 모여서 올리고, 남편 미국 영주권도 신청했어요.
남편도 영어가 불편하진 않은데 아무래도 양가 가족들도 모두 한국에 있으니 한국에서 자리잡는게 낫지 않겠냐 했는데, 제가 성격이나 직장이 미국에 더 잘 맞고 미국에서 사는게 행복하다고 하니 어쩔수 없이 알겠다고 하더라고요. (남편이 왠만하면 저한테 맞춰주는 성격…)

저도 혹시 남편이 미국에 직장을 못구하더라도 제 연봉으로 먹여살릴 자신이 있었고 (남편한테 걱정말라고 취업안되면 전업주부하라고 하니까 신나했음 ㅋㅋ) 남편이 향수병에 힘들어하면 한국에 자주 보내줄 생각도 있었어요. 무엇보다 남편 유학시절 미국에서 지낼때 남편도 정말 행복해했거든요. 아름다운 자연과 여유로운 사람들, 그리고 복잡하지 않은 인간관계 (한국에선 결혼해도 주말에 친척결혼식이니 친구 이벤트니 우리만 생각하고 살기가 힘들더라고요 비교하거나 남의 이야기 들을 것도 많고…) 이런 것들에서 자유로워진 느낌이라고 남편이 이야기한적 있어요.

그렇게 둘이 합의가 돼서 한국에서의 임시 생활(?)도 잘 흘러가나 싶었는데… 문제가 생겼어요.
시아버지께서 원래도 지병이 있으셨는데 크게 걱정할건 아니었거든요. 그 연세에는 누구나 지병이 있으시니까… 근데 갑자기 악화가 돼서 중환자실로 가셨어요. 가족들이 마음의 준비를 해야한다 하더라고요 ㅠㅠ
솔직히 뵌지 몇개월 안됐지만 너무 좋으신 분이라 저는 보내드릴 준비가 안돼서 감정이 힘든데… 아들인 남편은 오죽하겠냐 싶고… (워낙 덤덤해서 티 안내는 타입인데 그게 더 맘이파요) 심지어 시어머니도 남편이랑 성격이 비슷해서 엄청 말수없고 무뚝뚝하신데 슬픈거 힘든거 표현도 안하셔서 (못하셔서) 더 맘찢어지는 ㅠㅠ
그 와중에 남편이랑 시어머니는 착해서 저한테 피해 안가게 하려고 바쁜데 병원에 올필요 없다고 자꾸 하시고, 남편도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자기가 챙기겠다고 혼자 계신 시어머니께 거의 매일 저녁드셨나 퇴근길에 들여다보고 식사 챙겨드리고 오거든요. (저한테는 말도 안해서 몰랐어요. 남한테 피해끼치는거 극도로 싫어하는 타입이라… 저도 남인가봐요 ㅠㅠ)

하여튼 이런 상황인데 저는 저대로 한국 생활이랑 한국 회사에서 적응이 힘들어 정말 죽을 것 같은데 ㅠㅠ 조금만 참자 1-2년이면 남편 비자가 나오니까 곧 미국 돌아갈수있어! 하고 버티고 있던 차인데 시댁 상황이 이러니까 제가 참고 참던 것들이 다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이에요.
시아버지가 돌아가실 판에 진짜 이기적인 생각인데, 안돌아가셨으면 좋겠는 이유의 한 5% 정도는 남편이랑 미국 돌아가는 계획에 차질 생길까봐 그런것도 있어요 ㅠㅠ

시어머니는 말씀은 안하시는데 그냥 요새 엄청 마르셨고, 식사도 잘 안챙겨드시고, 두분이 같이 하시던 가게를 계속 나가면서 버티고는 계신데… 배우자가 중환자실에 누워 오늘내일 하니까… 제가 봐도 정말 상태가 말이 아니세요 ㅠㅠ
게다가 너무 착하셔서 저한테 바라는거 하나 없으시고…
남편도 제가 주말에 어머님이라도 찾아뵈자 혼자 쓸쓸하시겠다 병원이라도 가자 그러면, 너도 직장다니느라 주중에 스트레스 받는데 우리 어머니 뵈러가면 너는 언제 스트레스 푸냐, 나 혼자 다녀올게 너는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맛있는거라도 먹고 있어라 하면서 늘 배려해줘요 ㅠㅠ (그래도 제가 우겨서 따라갈때도 있어요)

지난주말에는 남편이 조심스레 물어보더라고요.
만약 아버지가 돌아가신다면, 그래도 내년에 우리 미국 가는거냐고.
제가 응, 어머님께 시간 더 드려야겠지만 그래도 미국 가야지. 난 한국에서 못살아. 하고 대답하니 남편이 알겠다고 했어요.

근데 왜 이리 제 맘이 힘들까요 ㅠㅠ
진짜 나쁜 년 된거 같고
남편한테 혹시 어머님도 모시고 미국 가면 안돼? 물으니 어머님이 말도 안통하고 친구도 없는 그곳에 가서 혼자 뭐하시냐고 ㅠㅠ

친정에는 아직 티도 못내고 있어요.
사실 이 결혼 친정에서 처음부터 달가워하지 않으셨고
특히 엄마가 그 친구는 외아들인데 과연 너 따라서 순조롭게 미국에 이민갈수 있겠니? 하고 걱정하셨거든요.
제 부모님은 제 성격이 한국사회에 잘 맞지 않고 스트레스 받는 걸 아셔서 제가 미국에 돌아가서 행복하게 제 꿈을 마음껏 펼치고 살길 바라는 마음에 더 그러셨어요.
이 남자는 착하고 마음이 따뜻하고 저한테도 잘해서 선택했는데, 그만큼 자기 낳아주신 부모님한테도 자기 도리하고 잘하는 사람이니까… 제가 사람을 잘못보진 않았다 싶으면서도….
멀쩡히 한국에 잘 사는 사람을 제가 사는 곳에 데려가려는 게 처음부터 너무 비현실적인 욕심이었나, 이 결혼이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였나 후회가 돼요.

저는 이대로 한국에 남는게 나을까요?
외아들에 배우자를 잃은 어머님을 저렇게 놔두고 미국으로 가는 게 과연 잘하는 일일까요?
추천수0
반대수2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