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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기 쫄보들 오늘 저녁 안 잊었지?"
너는 104기 훈련병을 마치고 조사 병단에 들어온 뒤 처음 여름을 맞았음. 어제저녁 식당에서 다 같이 맥주를 마시며 더운 여름을 각자의 방식으로 버티고 있었음. 에렌과 쟝도 매일 투덕거리다가 요즘은 입으로만 싸울 정도로 다들 기력이 없었음. 그때 코니가 기막힌 제안을 한 것임.
"그거 아냐. 여름에 갑자기 주변이 시원해지면 유령이 지나가는 거래."
너는 코니의 말을 듣고 기억을 더듬어보자 깊숙한 기억 한 곳에서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음.
"유령만은 아닐걸. 나 최근에 바닥에 쓰레기 버렸는데 미친 듯이 한기 돌아서 고개 돌렸더니 뒤에 리바이 병장님 있었어."
104기 병사들은 네가 어떻게 그 상황에서 살아남았는지 신기해했고, 너는 그때를 떠올리라 갑자기 팔에 소름이 오소소 돋는 게 느껴졌음. 그러다가 문득 떠오르는 아이디어에 병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뒤 이야기했음.
"확실히 무서우니깐 한기가 돌긴 하네. 우리 내일 저녁에 몰래 모여서 담력 훈련하는 거 어때."
"12시 넘으면 병단 입구 잠기잖아."
에렌의 말에 깊이 고민하던 너를 대신해 아르민이 소리쳤음.
"창고에서 몰래 무서운 이야기하는 건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르민의 말에 다들 좋은 생각이라고 동의했고, 드디어 오늘 점심을 먹던 중에 코니가 그 사실을 다시 상기시켜 준 것임.
너와 병사들은 밤이 되자 하나둘씩 창고에 모이기 시작했고 창고에 촛불 하나만 켜둔 채 사샤가 가장 먼저 이야기를 시작했음.
<사샤의 이야기>
그날은 지금과는 다른 추운 겨울이었어요. 전혀 땀이 흐를 일이 없는 날씨였죠. 하지만 그때의 경험만 생각하면 전 아직도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러요.
한지씨가 저를 따로 불러내더니 감자를 주며 그런 말을 했어요.
한지씨가 요즘 실험 중인 일이 있는데 어두운 곳에서 감자를 하나도 흘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지가 궁금하다고요.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감자를 먹는 일 만큼은 자신 있었던 저는 그 실험을 승낙했어요. 한지씨는 실험이 성공하면 감자를 하나 더 주겠다고 했죠.
어두운 밤에도 한지씨는 저를 아예 빛이 들어오지 않는 한 천막 안으로 들여보냈어요. 저는 그곳에서 조용히 주머니에 있던 감자를 꺼냈죠.
감자를 껍질째 먹어야 하나 까서 먹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평상시처럼 껍질째 감자를 한 입, 두 입 먹어 치워갈 때였어요. 갑자기 뒤에서 뜨거운 바람이 확 일더라고요.
감자를 먹느라 정신이 팔렸던 저는 보상으로 감자를 하나 더 받기 위해 감자를 흘리지 않는 데만 신경을 쓰며 다시 입속에 감자를 다 집어넣었어요. 감자를 다 먹고 한지씨를 부르기 위해 일어서는 순간 저는 딱딱하면서 물컹한 무언가를 밟았어요.
큰 나무토막 같은 것을 따라 눈을 옮긴 곳에서 저는 보고야 말았어요.
저를 지켜보고 있는 큰 눈을요!!!
소리를 치면 거인이 당장 움직일 것 같아 부들부들 거리며 천막을 뒷걸음질 치며 나오는데 귀 뒤에서...
"아깝다..."
한지 분대장님은 감자를 하나 더 줘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했지만 그 눈은 결코 감자 때문이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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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샤의 이야기가 끝나고 우리는 그런 일이 우리에겐 닥치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다고 생각했음. 오소소 돋아 오르는 소름에 에렌은 거인 따위 하나도 무섭지 않다고 소리쳤지만 덜덜 떨리는 손을 미카사가 잡아서 다시 앉혔음. 한기가 아직 사라지지 않았는데 다음 주자인 코니가 이야기의 타자를 넘겨받았음.
<코니의 이야기>
이건 내가 최근에 만난 헌병단 선배에게서 직접 들은 이야기야. 월 시나에는 새벽 4시 44분에 거리를 나가면 다른 세계와 연결돼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대.
헌병단에서 근무하던 선배 병사 아무개가 친구 지우개와 새벽 4시 44분에 거리를 나섰던 날의 이야기를 들려줬지. 그날 두 선배들도 그 이야기를 듣고 서로 에렌과 쟝처럼 다투다가 담력 훈련으로 승부를 가리기로 했었대.
선배들은 새벽이 되기까지 기다리다가 4시 40분이 되자 조용히 기숙사의 문 앞으로 섰대. 44분까지 4분을 남겨두고도 둘은 서로에게 무섭냐며 놀리고 있었는데, 정확히 4분 뒤 둘의 입은 그대로 굳었대.
4분 뒤, 열린 문은 기숙사의 복도가 아니라 몰라볼 정도로 다른 세상이었대. 두 사람은 소문이 사실인 게 확인되자 무서웠지만 상대방에게 겁먹었단 사실을 들키기가 싫었대. 그래서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른 세상으로 넘어와 있었다고 하더라고.
거리는 밤에도 밝을 정도로 환한 가로등과 상점에서 나오는 불빛들이 두 사람의 앞을 밝혔대. 사람들은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오히려 선배들을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지나갔는데 대부분이 동양인이더래. 막상 다시 돌아가려 하니 문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선배들은 어쩔 수 없이 길 위에 놓인 기다란 의자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대. 다시 문이 나타나기를 기대하며.
그렇게 하루가 지나 다시 밤이 찾아오고 선배들은 공원에 불쑥 솟아오른 거대한 시계를 보며 시간이 4시 44분을 향하길 기다리고 있었대. 하지만 시간을 30분 정도 남겨둔 시점에서 지우개 선배가 배가 아프다고 화장실을 찾기 시작한 거야. 아무개 선배는 30분만 기다리라고 했지만 전날부터 계속 참아왔던 지우개 선배는 급히 화장실을 찾아 사라지며 30분이 지나기 전에 돌아온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대.
그렇게 혼자서 지우개 선배를 기다리던 아무개 선배가 긴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기를 10분.
갑자기 긴 머리의 동양인이 걸어오더니 말을 걸더래. 근데 그 모습이 조금 희한했던 게 길고 검은 머리 위에 눌러쓴 검은 챙 모자, 그와 대비되는 새하얀 얼굴과 붉은 입술, 검은 원피스, 검게 칠한 손톱, 검은 구두.
선배는 그 모습이 너무 섬뜩해 가만히 쳐다보는데 그 여자의 붉은 입술이 벌어지며 이렇게 묻더래.
"네 친구... 어디 갔어?"
아무개 선배는 너무 두려워서 입을 꼭 다물고 있는데 갑자기 그 여자가 소리를 치면서 화를 내더래.
"네 친구 어디 갔냐고!!!!"
선배는 너무 무섭고 놀라서 그 자리에서 굳었대. 하지만 지우개 선배의 위치를 말하면 큰일이 날 것 같다는 생각에 입을 꼭 다물고 있자 그 여자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왔던 길로 되돌아 사라지더래.
'맛있는 영혼... 오늘이 사라지기 전에... 맛있는 영혼... 오늘 안에... 맛있는 영혼... 이제 곧...'
선배는 지우개 선배가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다시 기다리기를 10분.
문이 열린다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지우개 선배가 돌아오지 않자 아무개 선배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대. 때마침 하얀 챙 모자를 쓴, 하얀 원피스의 손톱을 하얗게 칠한 여성이걸어 오더니 다급하게 묻더래.
"친구 어디 있어요! 친구가 지금 위험해요, 혹시 벌써 온통 검은색인 여자를 만나신 건 아니죠?"
선배는 그게 무슨 소리냐며 캐물었고, 하얀 여자는 검은 여자가 이 세계에 들어오는 길 잃은 사람들을 잡아먹는 살인귀라며 얼른 친구를 구해야 한다고 소리쳤대. 거기에 다급해진 선배가 친구가 화장실을 갔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렸대. 그러자 그 여자가 선배를 진정시키며 이렇게 말했대.
"친구는 나에게 맡기고, 내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절대 이곳을 떠나면 안 돼요. 누구에게도 말을 섞지 말고 얌전히 여기서 기다리세요. 아셨죠."
선배가 그 여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그 하얀 여자분은 친구를 찾아오겠다며 친구가 사라진 방향으로 미친 듯이 뛰어가기 시작했대.
그런데... 미친 듯이 뛰어가는 그 여자의 구두가... 검은색이었대.
그 이후 선배는 그 검은 여자가 하얀 여자로 변장을 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급하게 자리를 피해 근처에 숨었으나 지우개 선배는 그 길로 다시 돌아오지 않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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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사를 제외한 모두가 그 말을 듣고 악을 질렀음. 아직 가시지 않는 코니 이야기의 여운이 적막한 공간을 맴돌았고, 코니는 다시 말을 이었음.
"그래서 이렇게 귀신 이야기를 하면 도망친 지우개 선배의 영혼이 근처에서 듣고 있다가 문이나 창문을 흔들며 자신의 위치를 알린다더라."
그때였음. 문이 미친 듯이 덜컹거리기 시작했고, 너와 병사들은 한 곳으로 몸을 뭉쳐 소리를 질러대며 서로를 __안았음.
문이 열리지 않자 키보다 높은 창문 밖으로 이상한 손이 튀어나가 창문을 두드려대기 시작했음
쾅쾅 쾅-!!
점점 더 거세지는 소리에 사샤와 아르민은 정신을 잃었고, 쟝은 너를 꽉 껴안았음. 미카사는 에렌을 지키겠다고 서 있었고 코니는 기절한 사샤와 아르민을 방패 삼았음.
결국 창문이 열리지 않자 두드리기를 멈추고 서서히 사라진 손이 이번엔...
문을 미친 듯이 발로 차기 시작했음.
문이 미친 듯이 덜컹거리고 곧 부서질 것 같던 문이 갑자기 잠잠해지더니 서서히...
아주 서서히...
손잡이가 돌아가기 시작했음.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하얀 손이 문 사이로 들어왔음.
너는 이번 생의 마지막이 거인의 입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해야 할지 유령에 잡아먹히는 게 더 비참한 건지 고민을 하다 조용한 공기에 질끈 감았던 눈을 서서히 떴음.
그리고 그 앞에서 귀신보다 더 무서운 것이 서 있었음.
"여기서... 뭐 하는 거지..."
알고 보니 시끄러운 비명에 한지 분대장이 창문으로 안에 사람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그 틈에 리바이 병장님이 너와 병사들이 있는 창고를 급습한 것이었음.
너와 병사들은 공포 이야기보다 리바이 병장님의 한여름 대청소가 더 무섭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음. 그렇게 한여름 밤에 공포 이야기는 끝이 났고, 너와 병사들은 주말에도 병장님의 청소용품 심부름을 위해 시내로 나가야 했음.
그래도 오랜만에 나간 시내에서 너와 병사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냈음. 다시 돌아오는 길에 헌병단 병사들이 지우개 선배의 이야기를 하는 게 들려 코니가 아는 체를 하며 물었음.
"아무개 선배는 잘 지내셔?"
그러자 헌병단 병사들은 코니를 미친놈 취급했음. 원래도 에렌과 같이 헌병단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너는 헌병단 병사들에게 따지기 시작했고, 병사들은 그런 너에게 말했음.
"무슨 소리야. 이맘때 즈음에 헌병단 선배 둘이 사라졌다는 이야기 중인데. 그 선배들 갑자기 사라져서는 그다음부터 다신 안 보였대."
코니는 그럴 리가 없다고 자신이 최근에 직접 선배에게 들은 이야기라고 했지만 헌병단 병사들은 코니를 포함한 병사들과 너를 흘겨보며 지나갔음.
끝.
내가 예전에 들은 이야기를 각색해봤쟝 !
다들 남은 주말 즐겁게 보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