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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칠 이혼했을 때

바쁘게 일에 치여살다보니 서로에게 소홀해지고
아이없이 이혼했다는 전제하에


-> 현생은 돌아가고 있고 여전히 바빠서 2년-3년 좀 넘어서 우연히 만날 것 같음. 진짜 거짓말안치고 바쁘게 일하다 현타와서 사직서 내고 떠난 여행지에서 내 카메라에 눈 내리는 풍경 찍는 문탤이 들어올듯. 한참 지켜보다가 결국 눈 마주치는데,
그냥 그렇게 눈만 마주치고 한발자국도 못 움직이다가
문탤이 먼저 돌아설듯.
그럼 내가 문탤 뒷모습 바라보다 뛰어가서 안을 것 같음 ㅠㅠ


-> 같은 계열의 직종 일하다 만난거라 종종 일할 때 마주칠듯. 그러다 이상하게 어느날 쟌이 안 보여서 물어보니 외국 지사로 파견 신청해서 갔다고 함. 1년 뒤 회사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기념 포럼에서 익숙한 향수냄새가 느껴져서 돌아보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색깔 정장 입고 서있음. 눈 마주치면 아무렇지 않게 와서 어깨 뒤로 손 넣어서 살짝 안아주고, “How have you been? I've really missed you” 이야기할듯.
그럼 나도 괜히 이상한 마음 들어서 반갑다고 이것저것 얘기하다 쟌이가 포럼 끝나고 나 데려다주면서
영어로 “나 재혼할 것 같아” 내가 당황해서 아무말도 못하고 있으면 “그러니까 내 걱정 말고 그 사람이랑 만나봐”
사실 쟌 오기 전에 포럼에서 붙어있던 썸타는 사람 있었는데
그걸 그 짧은 시간에 보고 알아챈 거…
그리고 다음날 바로 새벽 비행기로 떠나는 쟌…
그리고 쟌은 재혼 상대는 물론 그사이 만난 여자친구도 없었던 걸로


-> 법원에서 마지막으로 본 이후로 몇 개월간 연락이 안 됨.
정말 안 보려나보다.. 생각해서 번호도 지우고 일부러 술 먹고 생각나도 꾹꾹 참음. 그러다 어느날 걸려오는 전화 한 통. 화장실에 있느라 못 받아서 서둘러 나오니까 전화 끊김. ‘별 거 아닌가보네’ 하고 머리 말리러 방에 들어가려는데
울리는 문자음.

문자내용
‘맘처럼 안돼. 나 보러가도 돼?’
그리고 문득 떠오르는 오늘 날짜. 결혼기념일…


-> 됴는 프리랜서고 나는 사무직이라 원래도 서로의 타임이 잘 맞지 않았음. 그런데도 꾸역 꾸역 배려해가며 맞춰가며 살던건데 서로 그 과정에서 너무 힘들어하고 미안해하니까 행복하려고 한 결혼생활, 목적을 잃었다 싶어서 나를 놔줌.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우는 내 머리 쓰다듬으면서 눈물 참아가면서 헤어지자 하는 됴 보고 아무말도 못함.
그 뒤에도 정말 가끔 인스타로 염탐하는데 어느날 새벽에 올라오는 영상 하나.
같이 살던 때에 됴가 새벽에 들어와서 내가 방에서 놀래켜주려고 자는 척 하고 있는데
내 앞머리 쓸어올리면서 불러주던 노래…
그거 보고 엉엉 울면서 전화함. 그리고 한참 가는 신호 끝에
전화받아서 왜 우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내가 미안해’하는 됴..


-> 잦은 연락은 아니지만, 종종 연락해서 뭐하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가끔 회사일 둘 다 지치면 만나서 맥주도 먹음.
그러다 괜히 다시 마음이 동해서 집으로 찾아가면 또 집 문도 열어줌. 방에 재워도 주고.
그래서 용기가 생긴 내가 우리 다시 시작해볼래..? 조심스럽게 꺼내면 한참 아무 생각없이 가만히 있는 재
그러다 드르륵 울리는 카페 차임벨 가져다주고서 커피랑 디저트 내 앞에 놓아주고 앉아서 커피 한 모금 먹고
입떼고 말함.
“잠깐 기다려”하고 나가버림.
순간 아 거절인가… 오면 아무렇지 않게 장난이었다 해야겠다
눈물 참으면서 앉아있다가 하도 안와서…
도저히 못 참겠어서 대충 정리해서 나가려는데
딸랑~
눈앞에 보이는 베고니아 꽃다발,
내가 제일 좋아하던 꽃.
“하.. 많이는 못 샀어. 급해서. 내가 먼저 말 못해서 미안”


-> 친구였다가 결혼한 사이라서 종종 가족식사 열리면 만남. 그때마다 서로 살짝 안아주고 안부묻고, 같이 살던때 했던 습관들이 익숙하니까 잘 챙겨주는데 괜히 마음이 요상함.
근데 나만 그런가 싶은거지. 원체 다정하니까.
그러다가 조카를 너무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맠을 바라보며 ‘우리도 아이가 있었으면 좀 달랐을까?’ 생각하는데
그런 나를 안다는 듯이 조카 바라보면서
“아이 때문이 아니었다는 거 알잖아”
“어떻게 알았어?”
“내가 너에 대해 모르는 게 있나?” 하면서 웃는 맠
괜히 들킨 것 같은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손잡아오면서 하는 말.
“우리 연애부터 다시 해볼까?”

갱쥐(정)
-> 같은 회사 다른 부서 근무중이라 종종 시간 겹치거나 전체 회의 열리면 마주치는데 서로 어색해함.
어쩌다 줄이라도 같이 서는 날에 뻘쭘해서 어쩔 줄 몰라하고.
회사 사람들은 그냥 그럴때마다 모르는 척, 신경 안 쓰는 척 열심히 해주는데 그게 더 부담스러움.
그러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회사 끝나고 저녁 약속 잡음.
내가 나 원래 하고 싶던 일도 있고 회사 그만둘거다라고 이야기하려고 마음의 준비하는데
갱쥐가 “나 싫어? 나 싫어진거야?”해서 말문 막힘.
내가 황당해서 쥐고 있던 젓가락도 내려놓고 자기 쳐다보니까
푹 숙인 고개 들면서 “나는 그냥 보는 걸로 좋아서 그랬어”해서 하려던 이야기 삼켜버림.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너가 불편할까봐. 회사 사람들이 모르는 척 해도.. 나보다 영업팀인 너가 사람들 더 많이 보니까 그랬지…” 하니까
한참 생각하더니
“그럼 됐어~” 하면서 음식 내 그릇에 막 덜어줌.
먹는 거 흐뭇하게 쳐다봐서 진짜 배터질만큼 먹고 집 돌아가는데 울리는 전화 한통. 집 도착할때까지 괜히 느리게 걸어서 한 40분 정도 통화하는데 끊을 때쯤 갱쥐가 하는 말.
“썸 타는 것 같다” 내가 아무말 없으니 “그냥 그렇다구~ 내일 봐” 하면서 끊는 갱쥐…
그리고 다음날 내 사무실 책상 위 포카리랑 그 옆에 포스트잇 하나. ‘오늘도 전화해도 돼?’


-> 나는 방송국 직원. 툥은 연예계 관련 일. 그래서 자주 방송국에서 마주치고 서로 소식도 잘 들려옴.
마주칠 때마다 아무일 없는 척, 바쁜 척 서로 스쳐지나감.
스쳐지나가면서 전화나 문자 온 척 핸드폰 귀에 대거나 핸드폰 보거나 일 얘기 하는 척하는 건 기본.
그러다 어느날 회식자리에서 들려오는 이야기.
“00씨, 들었어? 그 전남편 연애한다던데..?”
원체 사귀었을 때부터 지들 얘기인마냥 떠들던 거 좋아하던 사람들이 또 뱉는 이야기라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려고 했으나 맘처럼 잘 안 됨. 그래도 티낼수 없어서 “예쁘게 연애하면 잘 된 거죠^^”라고 맘에도 없는 말 뱉고 나와버림.
그리고 혼자 속타서 편의점 가서 주량 넘길 정도로 마심.
그러고 주정부리다 편의점 직원이 핸드폰 가져가서 어쩌구 저쩌구해서 정신차려보니… 툥 등에 업혀있음.
뭐라뭐라 말하는데 내가 깬 줄 모르고 말하는 것 같아서 들어봄.
‘좀만 내려놓을걸. 좀 일찍 들어갈걸. 아침에 해장국 좀 끓여줄걸. 이젠 다 못해주네… 진작 하나라도 더 해줄걸….’
그 말 듣고 울컥한 마음에 눈물 참고 있으면
떨림을 느낀 건지 “00아 나한테 기회 한 번만 더줄래?”하는 툥



-> 이혼하고 나서 술만 먹으면 생각이 나는 바람에 연락하면 “누나, 이제 나 못 가니까 그렇게 마시지마요”하면서도 매번 달려와서 집 데려다주고 가는 해.
그러다 어느 날, 이건 못할짓이다 생각 들어서 회식 때 어떻게든 정신 차려서 전화기 끄고 택시 타고 감.
택시 도착해서 집 문 열고 들어가려는데 집 앞에서 마주치는 해. 온몸이 땀범벅에 헝클어진 머리. 귀 옆에 전화기.
그리고 나를 보더니 다리 힘이 풀려 주저앉는 해.
“하… 전화는 왜 안 받았어요”
“아.. 아 그게 내가 꺼놔서..전화 할까봐..”
한참 나를 바라보더니 잘 도착했으니 됐다며 얼른 들어가라며
돌아서는 해.
술 먹기도 했고, 땀범벅 젖은 모습이 슬프기도 했고, 우리가 이런 사이밖에 안된다는 게, 너무 사무쳐서 주저앉아 소리도 못내고 뒷모습 바라보면서 엉엉 움.
너무 차올라서 가슴 치면서 고개 묻고 울고 있으면
위에 지는 그림자. 그리고 가슴 치는 손 위에 포개지는 따뜻한 손.
“나 때문에 우는 거 맞아요?”
아무말도 못하고 끕끕 대니까
안아서 진정시켜주고는 집에 같이 들어감.
그리고 다음날 거지같은 몰골에 놀라 이불 속에 얼굴 숨기는 날 보면서 웃음 작렬하는 해.
“한 두번 본 것도 아닌데~ 얼른 씻고 나와요. 밥 먹게”

크흡.. 나 왜 이러고 있냐 급 과몰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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