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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새로운 가정을 꾸린 엄마의 병문안을 꼭 가야 하는 걸까요

|2021.08.23 20:11
조회 99,574 |추천 401

제목 그대로 이혼 후 새로운 가정을 꾸린 엄마의 병문안을 꼭 가야 하는 건지, 병문안에 가지 않는다면 그런 행동이 아빠를 욕되게 하는 건 아닌지 고민되는 마음에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엄마와 아빠는 제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이혼을 하셨고, 저는 벌써 20대 중반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이혼 직후에는 엄마의 빈자리를 한없이 아파하고 그리워했지만 머리가 큰 후에 생각해 보니 한 주에 두어 번은 꼭 어울렸던 남자 동료들이나 가족보다는 친구가 먼저였던 기념일(생일과 크리스마스), 친할머니 친할아버지를 노친네라고 칭하던 엄마의 태도, 능력에 비해 과한 소비 습관 등 제 가치관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 투성이었습니다

마음의 문을 아예 닫은 것은 아니었으나, 사춘기 시절의 절반 이상을 상담으로 보낸 저를 위해 많은 것을 포기했던 아빠의 희생과 사랑 앞에서는 엄마의 어떤 말과 행동도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이후부터 엄마는 더 이상 제게 그리움의 대상이 아니게 되었고, 저는 간간히 들려오는 소식에까지 벽을 칠 정도로 무심한 자식이 되었습니다

자세한 사정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그 당시의 엄마는 누군가의 엄마가 될 준비가 되지 않은, 나쁜 사람이라기보다는 그저 철이 덜 든 30대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게 큰 상처가 되었던 건 사실이기에 최근까지도 엄마를 직접 마주할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간간히 엄마의 소식을 전해 주던 분께 엄마의 몸이 많이 안 좋은 상태이고, 지난 일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엄마를 한번 만나 주면 안 되겠냐고 덧붙이시기에 그럴 마음도 없을 뿐더러 엄마의 새로운 가족에게도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딱 잘라 거절했지만 마음이 많이 불편합니다

제가 병문안에 간다면 엄마가 가진 마음의 짐은 덜어 줄 수 있겠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묵은 감정들은 더 이상 누구도 탓하거나 원망하지 못하고 오로지 저 혼자 다스려야 할 텐데, 아빠와는 헤어졌을지언정 엄마가 저를 자식으로 사랑했던 것은 분명하니 제가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걸까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제가 너무 어리고 이기적인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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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에 댓글 달아 주신 십여 분께는 일일이 감사 인사를 전했는데, 미처 확인하지 못한 사이에 댓글이 순식간에 늘어나 있어 이렇게 글을 수정해 감사 인사를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짧지 않은 글임에도 불구하고 신경 써서 읽어 주시고, 자신의 일인 것처럼 생각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엄마 소식을 전달해 주신 분에 대한 오해를 먼저 풀자면, 엄마와 아빠 둘 다 알고 지내는 분이시고, 자주 뵙지는 못하지만 저를 딸처럼 생각하고 걱정해 주시는 분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엄마에 대한 감정이 애증으로 번지지 않게 많이 노력해 주셨고, 엄마의 부탁이 없었던 것은 아니겠지만 이번 일로 제 속의 묵은 감정을 털 수 있었으면 하셨던 것 같기도 합니다 증오나 원망의 감정은 스스로를 갉아먹을 뿐이니까요

사실 처음 글을 올릴 때만 해도 사연이 어찌 되었든 낳아 준 부모이니 한번 가 보라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이 많을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따끔하게 혼이나 나고 정신을 차릴 생각이었는데 생각하지도 못한 위로만 많이 받게 되었네요

엄마와 아빠의 이혼이 몇 년 되지 않아 따로 엄마를 만난 적이 두 번 정도 있는데, 어린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너를 키웠다면 이렇게 자라게 두지 않았을 거라는 말이 마음에 제법 아프게 남았습니다 그때부터 내가 아무렇지 않게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엄마나 외가 식구들에게는 아빠를 비난할 건덕지가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구요

병문안을 가야 하나 고민한 것도 제 단호한 행동이 아빠 때문이라고 생각할 사람들 때문이었습니다 정말 아빠와 친가 식구들이 엄마를 미워하고 원망했다면 모르겠지만, 뒤에서는 미워하고 원망했을지언정 제 앞에서는 그저 어른들의 일이고 너에게는 엄마이니 미워하지 말라는 말만 하셨던 분들이기에 제 행동으로 싫은 소리를 듣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물론 엄마가 정말 지난 일을 반성하고 있지는 않을까, 사는 게 힘들고 바빠 찾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기대도 없지는 않았을 겁니다 엄마의 자식으로 보낸 시간은 십 년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그 십 년 속에 행복했던 기억도 참 많았기에 미련 아닌 미련이 남을 수밖에 없었거든요

처음 작성한 글에는 굳이 적지 않은 이야기지만 제게는 엄마와 관련된 기억이 전혀 없는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동생이 있습니다 댓글을 읽다 보니 초등학생이었던 저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그렇게 어린 아이는 어떻게 두고 갈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지난 기억이 뭐고 추억이 뭐길래 동생에게 미안할 고민을 하고 있나, 엄마의 기억이 없다는 이유로 동생을 제3자로 만든 스스로에게 화도 참 많이 냈습니다

사람마다 각자의 사정이 있고, 당시의 엄마 마음이 어땠을지는 전혀 알지 못하지만 굳이 말해 주지 않고 보여 주지 않았던 엄마의 속까지 나서서 헤아리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병문안에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지금까지 저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고 사랑해 준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결정 내리려고 하구요 이렇게 생각할 수 있도록 댓글 달아 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천수401
반대수3
베플남자ㅇㅇ|2021.08.24 01:00
가면 병원비 셔틀 당첨. 쓰니 클때까지 제대로 엄마 역할 하지도 않은건 엄마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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