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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있을까

ㅇㅇ |2021.08.25 00:44
조회 924 |추천 3

꿈을 꿨다.
그 꿈에서 난 너와 서류상 부부만 된 다음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상태였어.
내가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에 갑자기 뒤에서 한아름 나를 안아주며 그동안 무심해 미안하다고 말하는 니가 있었어.
그리고 또 어디일까. 앞으로 어떤 것부터 하면 되겠냐고 묻는 너. 사랑하는 보통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이런거 먼저 해볼까 의논하던 우리. 어딘가에 누워있던 것 같다.





강렬한 기억들이 생기고 새로 큰 행복들을 만들며 옛날에 스친 사람 정도는 잊기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했어. 지난 10년이 말이야. 실제로도 니가 그렇게 떠오르진 않았어. 나는 너무 바빴고 그동안 인생이 뒤집힐 정도로 많은 변화가 있었으니까.


그런데 갑작스런 꿈 한 번으로 너는 내 일상을 또 통째로 흔들어놨어.
바쁘고 뜻깊게 채운 10년간 너 대신 쌓던 많은 일들로 멀찍이 너 떨어뜨려놨는데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졌다.
너는 여전히 나에게 이렇구나.

짧은 시간 너와 함께 한 장소, 같이 즐겨듣던 노래, 주고받던 메일 제목에 늘 쓰던 말투와 그 메일로 주고 받은 음악과 드라마가 생각났어. 같이 하던 계절인 겨울이 다시 돌아오면 이제 나는 어떡해야 할까. 장작있는 카페, 너가 입었던 높은 터틀넥, 아이팟을 건네던 긴 손가락, 새벽 눈길에서 멀찍이 떨어져 걸으면서도 내가 미끄러질까 힐끔힐끔 돌아보던 니가 선명한데.

지금 니가 어디에 있는지 미친듯이 알고 싶었어.
너 지나다니는 길목에 숨어서 뒷모습 한 번이라도 볼 순 없을까도 잠시 생각했어. 하지만 너를 위해 절대 그럴 수 없어. 더 이상 20대 초반이 아닌 내모습도 보여주기 싫어. 무엇보다 니가 어디에 있는지, 살아있는지 조차도 알 수 없는데.


한참 너를 앓던 몇 계절 후에 참다 터진 내 최후의 고백이 있었어. 내 존재 자체도 달갑지 않을 너에게 짐이 될까 몇 달을 망설였는지 몰라. 다시 나를 봐달라는 것도 아니고, 정말 그랬다는 말 하나 보내고 마는 건데도.

그 때 했던 말 그대로, 그러면 안되는건데 내가 너를 많이 좋아했다 할매.
이렇게 마지막으로 고백하며 난 이제 멀리 간다고 하니 고마워요,라고 말해준 너. 이제는 진짜로 더 멀리 와버렸어. 너는 너의 삶에 나라는 사람이 있었다는 기억조차 가물가물 할텐데.





어딘가에 쓰고 주절거려야 해소될 것 같은 마음이라 찾아온 여기인데.. 정확히 10년 전 내가 쓴 글이 아직 남아있네. 너와 가닥이 끊긴지 세 계절이 지나 쓴 글이고 그런걸 여기 써뒀는지도 까맣게 잊었는데. 읽어보곤 또 가슴이 철렁 한다.
10년인데.
그 땐 그런 풋풋한 마음도 있었지 하며 난 왜 웃어넘기지 못하고 또 아플까.

제발 이번 글이 마지막이길.

며칠간 너로 힘들지만, 새로 또 며칠 지나면 아무렇지 않은 채 바쁜 일상과 흘러가고 있기를 바란다.


너는 어디에 있을까. 살아는 있을까.
그렇다면 행복하고 밝은 일들만 있길 바라.



추천수3
반대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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