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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게 제가 정신병에 걸린 것 같아요

익명 |2021.08.29 16:47
조회 832 |추천 1
전 예전부터 엄마한테 사차원이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엉뚱하다고 순수하다는 좋은 의미는 아니고 그냥 이상하다는 소리였죠.
그리고 그것은 제가 재수를 하며 절정을 찍었는데 재수가 결정되었던 3,4월에 저도, 엄마도, 아빠도 힘들었어요. 그러니 서로에게 날이섰고 폭언이 일방적으로 왔어요. 근데 일개 재수생이 무슨 반박을 할까요... 그때는 그냥 그런 말에 잠시 생긴 경증 우울증 같았습니다.(ex. 뭐가 되려고 이러냐, 넌 실패한 인생이다, 내세울게 있어야지, 돈 쳐들여놓고 빈수레가 요란하다, 사이코패스다 같은 것들이요)

대학을 갔습니다. 인서울이기는 한데 그저그런 곳이요. 지거국을 쓰고 공기업 가산점을 받지 그러냐라는 말을 숱하게 들을 수 있는 그런 대학이었습니다. 그저그런 대학이니 학력에 대한 꾸지람은 줄어들지 못했죠. 게다가 전 못생기고 뚱뚱하거든요. 엄마 취미는 카톡 프로필사진 보기예요. 저와 비슷한 나이대의 딸을 가진 아주머니들 모두가 다 엄마의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몸매도, 학력도, 집안도 좋은 아이들이죠.
저는 딱히 질투가 나지는 않는데 엄마는 아니었나봐요.

각설하고, 문득 최근에 들어서야 제가 정신병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깨달았어요. 아니 확신이었습니다. 재수 때 그 슬픔으로 용납되었던 것이 우울증같은 수준이 아니라 정말 큰 정신병이요.

화법이 퇴화한 것 같아요. 글은 논리를 잃었어요. 문자는 두서가 없고 큰 흐름을 갖지 못해요. 가독성 있는 글을 쓰지 못해요.

가끔 음정을 제멋대로 조합해 노래를 불러요. 엄마나 아빠에게 듣기 싫음 소리를 들으면 그걸 그대로 뭉쳐서 표출하는 듯이 노래도 아닌 가락 정도를 불러요. 사람없을 때 그러는데 요즘은 길거리에서 사람이 반경 5m 정도 안에 없으면 몇 번 그랬어요. 스스로도 깜짝 놀랍니다.

스스로 속삭여요. 머릿속으로만 속삭이는 단계는 지나 육성, 그러나 남에게 속삭이는 어조로 자신에게 속삭입니다. 그다지 희망찬 내용은 아니고 그냥 욕설의 반복이에요. 이 글을 쓴 계기도 예전에는 조절이 잘 되었는데 지난번 학생 문제집을 채점해줄 때 스스로 첫 음절 '시'를 내뱉고 놀랐습니다. 더이상 말을 하지는 않았으나 직감이 제가 꼭 진짜 환자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아주 어릴때부터 멘탈이 좋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저는 엄마한테 등신소리를 들어도 하루이틀이면 괜찮아졌어요. 이제는 무뎌졌어요. 별 소리를 들어도 슬프기는 한데 울화가 치미르지는 않아요. 그덕에 내색않고 밥을 먹으면 사이코소리도 들어봤어요. 또 화술도 변변치 않아 왕따가 될 거라는 소리도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들었고요. 제가 아주 외향적인 사람은 아니나 쭉 연락하는 친구 예닐곱정도 있습니다.

이제는 모든 게 무뎌졌어요.
죽고싶지는 않은데 그다지 살고싶지도 않아요. 엄마가 화를 내도 그러려니, 저보고 돼지비린내가 난다 해도 그러녀니, 수치라해도, 등신머저리라 해도, 그냥 그래요.
가족이 대놓고 놀려도, 이제는 수치스럽지조차 않아요.
물론 슬프죠. 화 나죠. 근데 그게 끝이에요. 그냥 모든 게 다 귀찮아요. 이것도 정신병의 일종같아요.

아, 회피성도 짙어요. 그냥 결과 보기를 두려워해요. 이 글도 쓰고 난 뒤에 안 볼 것 같아요. 너무 무서워요. 그에 비례해 거짓말도 늘었어요. 사기를 치려는 건 아니고 부모님에게 그냥 거짓말을 해요. 일례로 제가 충치가 있어 치과에 가야하는데 알바비로는 힘들 것 같아 혹시 치아보험이 있는지 물어봤거든요. 엄마가 없다고 왜 물어보냐 물으니 치과라고는 말 못하고 그냥 기사에서 봤다고 했어요.

재수할 때는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 단정지었는데 저는 아주 얇은 유막같은거로 진실을 덮고 있었나봐요.

정신병원을 갈 돈도 없고, 연말정산할 때 기록 남는 것도 싫고, 사실 가봤는데 별거 없더라고요. 엄마한테 말했는데 "니가 우울증이면 엄마는 죽어야 돼." 이건 쫌 버티기 힘들었어요.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했거든요. 그 뒤에 정신병자소리도 듣고...
병원 가면 연말정산 때 기록 남는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과거에 약을 처방을 받았었는데 2주치로는 나아지지 않았어요. 꾸준히 다닐 자신도 없고 돈도 없어요.

사실 이 글을 쓰고도 근 5년은 이렇게 살겠죠. 독립 자금이 생길 때까지요. 제 입장만 써서 엄마가 나빠보일 수 있겠네요. 당신의 딸이 아니었다면 동창이었다면 머리채 잡고 싸울 거였다, 내가 당신 학창시절 왕따 학생을 빼닮었다고 한.
그럼에도 엄마는 절 사랑하는 건 확실해요. 단지 좋아하지 않을 뿐이지. 저도 엄마를 사랑해요. 점점 지치기는 하지만.

살은 빼고 있어요.얼굴은 제가 어떻게 못하고요.
친구에게 정신병있다는 소리를 할 수 없으니 그냥 이곳에 털어놓고 갑니다.

앞서 말했듯 댓글은 무서워서 못 읽겠어요. 그냥 숲에 소리쳤다 생각하고 잊겠습니다. 그래도 나름의 노력은 할 거예요.

가독성도 없는 긴 글 읽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사이다가 될 재목이 아니어서 죄송합니다.
좋은 저녁 되세요.
추천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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