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선비들은 과거에 응시하면서 '落'자를 기피했다. 친구들과 약속하여 '낙'자를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몰매를 때리곤 했다. 그래서 낙지볶음을 '입제(立蹄)볶음'이라 하면서 웃었다. 또 과거 급제 전에는 낙지를 먹지 않았다.
유희서가 사마시를 보려고 하는데 꿈에 말에서 떨어졌다. 꿈을 깨고는 실망하여, 말을 타고 달리다가는 말이 미끄러지면서 말에서 떨어져 몸을 다쳤는데, 몸 다친 것은 상관하지 않고 꿈땜한 것만을 좋아했다. 이튿날 과거장에 나아가 과거를 보아서 과연 사미시에 급제했다.
신숙은 과거 전에 고양이가 지나가면 급제했다. 그래서 과거 전날 종일 고양이를 찾아다녔으나 만나지 못했는데, 밤이 깊은 뒤 길가 여관 문밖에 병들어 누워 있는 고양이를 보았다. 곧 부채를 부쳐 정신이 들게 하니 고양이가 일어나 걸어갔다. 기뻐 집으로 돌아왔는데 과연 이튿날 과거에 급제했다.
우리나라 사람이 과거에 '낙'자를 기피한다는 이야기는 태평화화에도 해학설화로 구성하여 싣고 있다. 즉, 과거장에서 명지(名紙; 이름 쓴 종이)를 떨어뜨린 사람에게, '명지가 입(立)이라'하고 말했으나 못 알아듣고 그냥 가더라는 이야기를 기술하고 있다. '낙'자를 '립'자로 대치시키니 알아듣지 못했다.
(김현룡, 한국문헌설화2, 건대출판부, 1998. 73쪽.)
내용출처 : [기타] 김현룡, 한국문헌설화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