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그와 그녀에겐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녀 그에게 드디어 마음 고백하다
석훈은 서은을 떼어냈다.
하지만 서은은 술기운 때문인지 더욱 그에게 매달렸다.
"정신차려......"
석훈은 서은을 다시 떼어냈다.
서은은 석훈의 목에 여전히 팔을 두른채 중얼거리고 있었다.
"오빨 사랑한다구요....사랑해....."
석훈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곤란한 경우였다.
그리고 그녀의 말은 석훈에겐 다소 뜻밖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제서야 미진의 반응도 이해가 되었다.
언제나 귀여운 여동생이라고만 생각했던터라 석훈은 난처해지는 기분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이 꼬마를 상대해야할지 조금은 난감해졌다.
석훈은 할 수 없이 서은을 억지로 떼어내서 대문입구에 앉혔다.
그리고는 벨을 눌렀다.
그리고는 자신이 보이지 않을 곳으로 가서 그녀가 안전하게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머니가 나와서 서은을 억지로 끌고 들어갔다.
서은의 어머니가 무언가 심하게 잔소리를 하고 있었지만 석훈은 그 소리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건 정말 석훈이 원했던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니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예전에 이런 식으로 고백을 받았던 일이 전혀 없었던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석훈은 필요이상으로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석훈은 답답한 심정으로 서은이 집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서은은 자신이 꿈을 꿨다고 생각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머리가 깨질것처럼 아팠고 입이 말랐다.
잠시 서은은 천장을 보며 누워있었다.
하지만 점점 구체적으로 어제의 일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필름이 차라리 완전히 끊겼으면 좋았으련만 불행히도 서은은 어제의 일을 분명히 기억할 수 있었다.
'아, 쪽팔려......'
서은은 벼개로 얼굴을 가렸다. 창피해서 차마 눈을 뜨고 있을 수도 없었다.
자신이 무슨짓을 했는지 그제서야 확실히 깨달은 것이다.
'아, 이제 석훈의 얼굴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 충격의 여파였는지 서은은 어머니의 잔소리도 귀에 들리지 않았다.
가방을 챙겨 학원에 가서 앉아있는데도 강사의 목소리가 웅얼거리는 소리로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서은은 몇번이나 그에게 전화를 걸까 망설였다.
대충 얼머부리면서 이 위기를 넘어가볼까도 생각해봤지만 그것 또한 우스웠다.
차라리 이 기회를 이용해볼까도 생각해봤다.
언제나 그에게 어린애로 남아있을바엔 차라리 그에게 이참에 여자로서 다가가보는 게 낫지 않을까 하고 마음을 다져보기도 했지만 역시 자신은 없었다.
미진의 얼굴의 스쳐갔다.
그녀는 정말 스타일이 좋았다.
키가 크고 세련된 미인이었다.
왜 그가 그녈 선택했는지 알 것 같았다.
단지 그렇게 눈에 띄는 만큼 거만한 것이 흠으로 보였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런 여자라면 그렇게 거만한 게 어울릴지도 모른다.
전혀 어려움없이 지금까지 자란 여자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여잔 서은의 마음을 바로 알아챈 것 같았다.
하긴 서은이 석훈을 쳐다볼 때의 눈빛은 누가 봐도 한눈에 알 수 있을 만큼 분명했던 것이다.
서은은 하루 더 있다가 그에게 용기를 내서 전화를 걸었다.
그의 목소리가 기분탓일까 평소완 달리 좀 냉랭하게 느껴졌다.
"무슨 일이야?"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불편하다. 너무 민감해진 것 같다.
"그때 제가 실수 많이 했죠?"
"조금....."
갑자기 할말을 잃었다. 형식적으로라도 아니라고는 말을 안하고 있다.
"죄송해요....."
"그럴것까진 없어....많이 마셨는데 다음날 괜찮았어?"
"네......죄송해요. 애인분한테도 그렇고요......"
"앞으로 조심하면 되지......뭐...."
그가 이렇게 멀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먹은 것들을 다 토할 것만 같았다.
"화났어요?"
"아니.....아, 어떡하지? 지금 좀 바빠서 전화 끊어야될 것 같은
데......."
"아, 네."
석훈은 전화를 끊었다. 새삼스럽게 그가 냉정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평소의 그는 이렇지가 않았다. 친절하고 부드러웠다.
서은에게 잘 웃어주고 정말 오빠같았다.
그래서 그가 자신에게 조금은 마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런데 지금 확실해졌다.
그에게 서은은 단지 귀여운 여동생이었을 뿐인 것이다.
서은은 절망적이 되었다.
왜 모든 일이 이렇게 꼬였는지 모르겠다.
그후에 이삼일 동안 두 번 더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그리고 세번째 다시 시도했을 때 드디어 그가 전화를 받았다.
"할 얘기가 있어요. 잠깐만 봤으면 하는데요....."
"좋아....그러지....나도 할 얘기가 있어....."
그를 카페에서 기다리는데 가슴이 떨어져나갈 것만큼 긴장되고 떨렸다.
그리고 그가 깔끔한 정장차림으로 나타났을 때 서은은 자신감이 결여되는 것을 느꼈다.
그는 서은 깔끔한 동작으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가 예전과는 다르게 느껴져 서은은 자꾸만 자신감을 잃고 있었다.
"나한테 화났어요?"
"그런 건 아니야.......서은인 아주 귀여워......"
"무슨 뜻이죠?"
"난 서은이와의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아....이상하게 서은일 처음 봤을
때부터 아주 귀엽다고 생각했어. 보기만 해도 즐거웠고 나도 모르게 웃게 되고...."
"그런말 하는 이유가 뭐에요?"
"그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아.....서은인 현명하고 똑똑하니까 잘 알거
야. 그리고 서은인 지금 한창 중요한 시기잖아.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낭
비하는 건 옳은 일이 아니야......"
서은인 울고 싶어졌다. 이렇게 되는 걸 원한 건 아니었다.
"전 아닌가요? 왜 전 안된다는 거죠?"
"알고 있잖아? 이미 나에겐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그분을 그렇게 많이 사랑해요?"
"우린 이미 익숙해졌어. 당연히 결혼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고....."
"많이 사랑하냐구요?"
"꼭 듣고 싶다면.....그래...사랑해....."
서은인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울렁거리기까지 했다.
"나도 오빨 사랑해요....그 여자분 못지 않게....."
"사랑이란 말은 그렇게 쉽게 하는 게 아니야. 그 말엔 책임이 따르는 거야.
그리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다는 건 그렇게 쉬운 게 아니야.......서은인 아주 예뻐.
얼마든지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어. 그리고 정말 매력적이고......"
"그런데 왜 난 안된다는 거에요?"
"왜 억지를 부리는 거야? 이미 알고 있잖아? 나한테 넌 동생일 뿐이야.
여자가 아니라고. 그 이상이나 이하는 될 수 없어. 넌 아직 어려......그래서 제대로 판단을 못하는 거라구. 시간이 지나면 너도 잘못 생각했다는 걸 깨닫게 될 거야."
"사람의 마음은 바뀌기도 해요...."
"그런 일은 절대 없어.......당분간은 너도 시간을 갖고 생각해보는 게
낫겠다. 그럼 다시 제정신이 들 거야. 그리고 넌 지금 무엇보다 공부에 신경
써야 할 때고. 오늘은 그만 일어나야겠다. 좀 바빠서......"
그리고 그는 냉정하게 일어나서 나가버렸다.
서은은 가슴에서 쿵하고 무언가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그가 이렇게 낯설게 느껴지는 건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은은 그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가 없다고 생각하고는 잠시도 견딜수가 없는 것이다.
서은은 용기를 잃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그를 이렇게 쉽게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마침내 서은은 자신의 이성친구를 생각해냈다.
그녀석은 연애문제에는 빠삭하다.
그녀석에게 도움을 청하면 어떤 방법을 생각해낼 것이다.
병준을 만난 것은 3시간 후였다. 그는 말 그대로 이성친구였다.
동성의 친구보다 더 편한 서은에게 언제나 힘이 되주는 녀석이다.
그완 고등학교 미팅에서 만났다.
하지만 우습게도 그들은 이성이 아닌 동성의 관계에 가까웠다.
서로 잘 통했지만 이성으로는 보이지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친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 서은은 가끔 생각하곤 했다.
서은은 그의 여자친구에 대해서도 그가 이전에 사귄 여자에 대해서도 쫙 꿰고 있었던 것이다.
병준은 연극영화과에 다니고 있다.
앞으로 배우가 되는 것이 그의 목표였지만 어딜 봐도 배우로서보다는 힘을 쓰는 스태프로서의 그를 연상해내는 것이 훨씬 빨랐다.
이상하게 무거운 조명을 들고 있는 힘쓰는 병준이 연상된다.
특히 그 친구는 영화중에서도 스릴러물을 좋아한다.
사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영화장르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병준은 잘 통했다.
전혀 심각한 것은 싫어할 것 같은 친구의 취향취고는 뜻밖일 뿐이다.
"드디어 너도 사랑에 빠졌구나.......이젠 좀 어른이 되겠군."
"그럼 내가 철이 없다는 얘기야?"
"좀 그런 편이지.....어쨌든 좀 힘들겠는데....그 사람은 널 여자가 아
닌 동생으로만 본다고?"
"응, 더욱이 술에 취한 게 잘못이었어....그렇게 될줄은 정말 몰랐다
구......"
"남잔 같은 남자가 봐야 알아.... 그래도 널 그렇게 귀여워했다면 뭔가
호감이 있다는 게 돼. 가끔 사람은 오히려 정작 본인이 자신의 감정을 가
장 모를 때가 있거든......."
"하지만 그 사람은 정말 날 동생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그럼 같이 만나자....."
"뭐?"
"우선 자존심을 회복하고 내가 객관적으로 그 사람 감정을 봐줄게......"
"하지만 날 잘 만나주지 않을 거야....."
"네 남자친굴 소개시켜주겠다고 하면 되잖아.....그럼 안심하고 나올 거
야. 특히 그날은 너 아주 예쁘게 하고 나와야 돼. 좀 여성미를 강조한 섹
시한 옷을 입고...그렇다고 너무 오버하면 안되고 머린 섹시하게 올
려....그리고 나한테 열렬히 매달려야 된다고..."
"뭐라고?"
"다 널 도와주려는 거야.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여잘 사귀었는지 네
가 더 잘 알잖아. 난 진정한 날라리라구."
"오, 그러셔. 그래서 얼마전에 네 애인이랑 싸우고 전화냐? "
"친구들끼리 놀러간다고 난리데 분명 남자도 같이 가는 거 같았다
구....정보통을 뚫었더니 여자친구들이랑 다른 남자들이랑 같이 가기로
한 거야.....그래서 난 절대로 안된다고 했지....하지만 워낙 고집이 세
야지...정말 피곤해...."
"그래도 너넨 항상 사이가 좋잖아.....가끔씩 싸우는 것 빼고는."
"그건 다 내가 그만큼 괜찮은 남자기 때문이지. 우선 네 문제를 해결하
기 위해선 우선 그 남자를 떠보는 거야. 그 남자한테 적당히 시간이 흐르
면 만나자고 연락해."
서은은 잘될까 기대반 걱정반이었다.
하지만 시도해봐서 나쁠 건 없다.
그리고 지금은 그 이상 그를 만날 핑계거리도 없다.
서은은 간신히 2주일을 기다려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의 목소리를 듣자 반가움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보고 싶어서 병이 날 것 같다는 말을 이제야 이해할 것 같았다.
"무슨 일이지?"
"오빠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신중하게 생각해봤어요. 전 원래 사
람한테 쉽게 반하고 쉽게 마음이 변하기도 해요. 그래서 그런 실수를 한
것 같아요. 그래서 그동안 미팅을 했어요. 그런데 정말 오빠 말대로 나한
테 딱 맞는 상대를 만났어요. 정말 오빠말이 맞아요. 그래서 그 친구랑
오빠랑 같이 만나고 싶어요. 그럼 오빠도 마음을 놓을 것 같구요. 그 친
구가 어떤 사람인지 오빠가 잘 봐주세요. 남자는 남자가 가장 잘 안다면
서요?"
"난 벌써 버림받은 건가?"
석훈은 웃었지만 왠지 묘한 뉘앙스가 느껴졌다.
'혹시 서운해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착각이었나보다. 그는 곧 다음 말을 덧붙였다.
"그러지......언제가 좋겠어?"
"오빠 편할 때요."
"오늘 시간 괜찮은데......"
생각보다 그는 쉽게 시간을 내줬다. 더욱이 그것도 오늘이라고 한다.
서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거절하면 어쩌나 무척 염려스러웠기 때문이다.
8시가 약속시간이었기 때문에 서은은 병준과 시간을 떼우고 있었다.
병준과 거침없이 낄낄 거리고 있을 때 석훈이 나타났다.
석훈의 얼굴에 묘한 표정이 잠시 나타났다 사라졌다.
저녁을 먹으면서 석훈과 병준은 쉽게 친해졌다.
병준의 누구나 호감을 느낄 정도로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는 장점이 있었다.
"상당히 많이 친해진 것 같은데?"
"네. 서은일 딱 보자마자 느낌이 왔거든요. 그리고 형님을 만나게 된 것
도 그에 못지 않게 아주 즐거워요. 서은이하고 전 서로 아주 잘 맞는 것
같아요. 정말 금방 친해졌어요....."
"정말 잘됐군..."
"서은이가 형님 자랑을 얼마나 했는지 몰라요. 정말 친오빠같은 믿을수
있는 분이라구요...."
"그래? 고맙군...나도 서은일 친동생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우리 서은이 정말 예쁘지 않아요?"
"물론 그렇지. 특히 어떤 점이 그렇게 좋아?"
"우선 예쁘잖아요. 속은 어떤지 몰라도 어쨌든 청순가련형이고 그러면서
섹시하거든요. "
"속은 어떤지 모르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서은은 병준일 보며 눈을 흘겼다.
석훈은 둘이 토닥거리는 모습을 놓치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
표정을 읽기가 어려웠다.
서은은 그의 표정을 읽으려고 애썼지만 잘 읽히지가 않았다.
하지만 기분이 좋지 않다는것만은 알 수가 있었다.
"그냥 그렇다는 거지. 물론 나한텐 넌 속이고 겉이고 최고지만 말야..."
"너 말 조심해서 해....."
"알았어.....어, 머리카락....."
병준이 특별히 다정한 척하면서 서은의 흩어진 머리카락을 만져주었다.
석훈의 표정이 잠시 일그러졌다는 느낌이 언뜻 들었지만 자신의 느낌이 정확한 건지 서은은 자신할 수는 없었다.
그는 곧 예의 무표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둘이 잘 알아서 하겠지만 당분간은 서은이는 무엇보다 공부에 집중해야할 거
야...."
"물론 알고 있어요. 저도 최대한 도와주려구요.....그래서 데이트도 주
로 학원 끝나고 집에 데려다주면서 하고 있어요. 밤길에 혼자 우리 예쁜
서은이가 다니는 것도 걱정되고요......"
서은은 병준이 연극영화과 출신이라는 것이 실감이 갔다.
서은 스스로도 닭살이 돋을 정도로 느끼했기 때문이다.
정말 애정이 넘쳐나는 것 같다.
"정말 좋은 친구를 만난 것 같군."
석훈이 서은을 보며 말했다. 하지만 왠지 미소가 없다.
병준이 재미있다는듯이 가끔 서은을 보는 것이 느껴졌다.
식사를 하고 서은은 자신이 한 실수도 있어서 술좌석까진 이어지지 않았다.
왠지 석훈은 오늘 웃는 것을 잊어버린 것 같다.
자꾸 기대하고 싶어진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후식도 끝나자 셋은 밖으로 나왔다.
"다음엔 함께 술이나 하지......"
"그러죠. 안그래도 우리 서은이가 피곤할 것 같아서 오늘은 그만 데려다
줘야겠어요. 이렇게 더운데 힘들게 공부하는 것보면 안타까워죽겠어
요...."
"내 차로 데려다 줄게. 가다가 자네 내려다주고 서은이 내려다주고 가면
될 것 같은데. 어차피 다 돌아가는 길이니까....."
"그래도 될까요?"
"그럼....."
석훈의 차에 오를 때 서은은 잠시 망설였다.
조수석에 앉아야하나 아니면 뒷자석에 병준과 같이 앉아야하나 하다가 조수석에 앉았다.
석훈이 잠시 서은을 봤지만 왠지 눈빛이 차가왔다.
"형님은 애인이 있으시다면서요. 곧 결혼도 하신다면서요...?"
석훈이 그 말을 듣자 잠시 서은을 쳐다봤다.
"아. 그래......"
"애인이 엄청 미인이시라면서요?"
"그런 편인가?"
"저희도 언젠간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벌써 그런 생각을 하나?"
"네....서은일 위해선 뭐든지 다 할 수 있어요...."
"단단히 빠진 것 같군....."
"물론이죠. 형님도 그렇게 생각 안해요? 정말 매력적인 여성이잖아요.....
형님이야 동생이라고 생각하니까 잘 모르실 수도 있겠지만 서은인 누가봐
도 매력적인 여자라구요...."
서은인 본인도 닭살이 올라 거북해졌다.
더 이상은 오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매력적이지......"
석훈이 알듯말듯 동조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 차는 신림동에 도착했다.
병준의 집 근처까지 도착하자 병준은 오버하면서 서은과 헤어지는 게 안타깝다는듯이 굴었다.
병준을 내려주자 차는 다시 출발했다.
한참동안 석훈과 서은은 말이 없었다.
"재미있는 친구군."
한참후에 석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네. 그런 점이 마음에 들어요."
"그렇게 금방 남자친구가 생길 줄은 몰랐어..."
"오빠 말이 옳다는 결론을 내렸거든요. 정말 미안해요. 부담스럽게 해
서....."
"그래. 잘 생각했어. 하지만 공부에 소홀하면 안돼..."
"잘 알고 있어요. 열심히 하고 있구요...."
최근에 석훈의 문제로 골머리를 썩긴 했지만 그래도 서은은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걱정이라면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일 거다.
"그 친구완 진지하게 사귈 생각이야?"
"네, 그럴 생각이에요. 오빠도 봤겠지만 저흰 정말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래....."
하지만 왠지 석훈은 왠지 맘이 편한 것 같지가 않았다.
차가 서은의 집앞까지 도착하고 나서도 석훈은 잠시 말없이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
서은도 잠시 그대로 앉아있었다.
"내 생각엔 당분간은 이성친구보단 공부에 신경쓰는 게 옳은 것 같아...
아무래도 그쪽으로 많은 신경을 쓰게 될테니까....."
"잘 조절할 수 있어요....."
"그래?.....그렇다면 다행이고...그만 들어가봐. 늦었어. "
"고마워요."
서은이 차에서 내렸다. 그는 곧 차를 돌려 사라져갔다.
왠지 기대감에 가슴이 쿵쾅거렸다.
서은은 방에 도착하자 병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떤 것 같아?"
"너한테 관심이 없는 건 아닌 것 같아. 남자란 전혀 매력이 없는 여자한
테는 호의를 쏟지 않거든....그리고 가끔씩 나란 존재에 대한 거부감도
있는 것 같았어...분명한 건 너한테 호의를 가지고는 있다는 거야....
그리고 조금씩 널 여자로 인식한다는 것도 확실하고....."
"하지만 그 사람 애인을 못봐서 그래.....정말 미인이라고....."
"하긴 남자란 여러 여자한테 매력을 느낄 수 있거든.....우리 좀더 작
전을 짜보자. 방법이 있을 거야......그 남자 가끔 날 경계하듯이 노려보더
라구.....내가 은근히 신경쓰이는 것 같았어. 어쩜 아직까지 자기 감정
을 모를 수도 있고.....사람들은 소중한 건 잃어버리고 깨닫는 경우가 종
종 있거든."
"잘될까? "
"너 그냥 포기할래? 아니면 실패하더라도 도전해보고 포기할래?"
"네가 그렇게 말하면 자신감이 사라지잖아....."
"너 정말 그 남자한테 완전히 맛이 가긴 했나보더라.....난 네가 정신연령이 좀 어려
서 영 그런 쪽으론 늦을지 알았거든. 하긴 지금도 빠른 나인 아니지....
하지만 처음부터 너무 진지한 상대를 만난 거 아니야? 사랑은 실패를 해
보는 것도 필요한데 말이야. 그래야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났을 때 훨씬 실
패할 확률이 적거든. 사랑도 배우면서 느는 거거든. 사랑은 공부하는 머리
하고 상관없고 세상을 사는 지혜로움과도 상관없는 그 자체로서 배우는
거야. 내 많은 경험들을 토대로 터특한 거잖아. 하긴 너는 아직 어려서
이해를 못하겠지만 말야.....다음엔 아주 강한 자극을 줘보자구.
어쩜 내 턱뼈가 나갈지도 모르겠는데 ......적어도 네가 내 안전은 책임져야해.
에잇! 도 아니면 모겠지......완벽하게 깨지거나 아니면 성공하거나......."
"그래서 너한테 부탁하는 거잖아. 그런데 완벽하게 깨질만큼 위험한 거야?"
"경우에 따라선......하지만 괜찮은 남자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더라...물론 나보단 떨어지지
만 말야."
"네 왕자병은 여전히 골수구나."
"다음에 만나서 구체적인 방안을 말해줄게.......너 정말 친구 하난 잘뒀다."
병준이 킥킥거렸다.
전화를 끊고나서 서은은 창문을 열고 바깥을 쳐다봤다.
하늘에 별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한여름밤인데도 오늘은 시원한 기운을 느낄 수가 있었다.
병준의 말대로 몇 번으 만남으로 끝나는 그런 만남이 아니라 제대로 된 사랑을 해봤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러면 좀더 지혜로워질 것 같은데 이상하게 머리고 가슴이고 밤하늘처럼 어둠뿐인 것 같았다. 아직 사랑에는 초보이지만 그래도 확실히 알 수 있는 것도 있다.
사랑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