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탐욕은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고려 말의 선승 나옹선사의 詩입니다.
호젓한 산길 걸어며 솔바람에 귀를 씻고
편히 쉬기 좋은 넓은 바위나 통나무라도 보이면
쉬엄쉬엄 숨 고루며 잘 읊조리는 시입니다.
사람이란 참 이상한 동물입니다.
몸이 고단하면 때로
영혼이 맑아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비바람 맞은 나뭇잎들이 비개이자
저렇게 세상을 축복하듯
단풍은 더 찬란해 집니다.
산길을 힘들게 오르다 보면
이렇게 작은 깨침도
큰 기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산자락에 얹혀진 바다 안개처럼
무심히 어쩌지 못한 삶의 한 사연은
곱게 접어두는 게 좋습니다.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 데는
발걸음만 무겁게 할 뿐입니다.
영혼 맑아지는 詩나 한편 읊는 게
마음 가벼워지지요.
푸 른 바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