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 여고딩입니다
어디에 말할 곳도 없어서 판에다 끄적여봐요
긴 글이지만 끝까지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단 저의 부모님은 제가 7살 때 이혼하셨어요.
전 지금 엄마랑 살고 있고 7살 때부터 엄마랑 아빠는 분거했던 거 같아요.
분거를 하긴 했지만 아빠가 2주에 한 번씩 일요일마다 와서 저랑 제 동생을 놀아줬습니다.
전 그 때 너무 어려서 이혼이란 걸 몰랐고 엄마 아빠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아서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자연스럽게 넘어갔습니다.
그냥 조금 특이점은 다른 집 애들은 집에 들어가면 엄마랑 아빠 모두 계시지만 나는 엄마만 있다는 거?
조금 다르긴 했지만 딱히 문제 될 건 없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엄마 아빠가 이혼했다는 걸 안 건 초등학교 5학년 때예요. (사실 안 건 더 옛날이었겠지만 엄마가 직접 말해준 건 5학년 때 입니다)
암묵적으로 어느 정도 눈치 채고 있긴 했지만 직접 엄마 입으로 들으니 조금 슬프더라구요.
엄마가 상처받을까봐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방에서 혼자 울었던 게 생각나네요 ㅎ..
조금 슬프긴 했지만 다음날 학교가서 친구들 만나고 하니 괜찮아지더라구요.
중학교에 막 올라왔을 때였나 3월에 학교에서 등본을 내라고 했었는데 등본에 엄마랑 저랑 제 동생만 있고 아빠가 없어서 등본을 낼 때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다른 애들이 볼까봐 L자 파일 맨 뒤에 끼워놓았던 거 같아요.
등본낼 때 말고는 딱히 뭐 없었던 거 같아요.
저는 이혼 가정의 자녀이기는 하지만 엄마 아빠가 약사셔서 금전적으로 부족한 건 없었어요.
특히 엄마가 엄청 노력해주셔서 다른 애들보다 좋은 건 있었지 못 한 건 없었던 거 같아요.
중2 때 중2병이 와서 엄마랑 자주 싸웠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다 제가 잘못한 거 같아요.
학탈하다가 걸려서 담임 쌤이 엄마한테 전화하게 했었어요.
학원도 자주 째고 공부도 안 하고 그래서 많이 싸웠습니다.
엄마랑 싸울 때 이혼 관련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에게 많이 상처줬던 거 같아요.
아빠집에 가서 살겠다는 둥
앞으로 엄마 얼굴 안 보고 아빠랑만 살겠다는 둥..
엄마는 저랑 싸우고 얼마나 슬펐을까요.
전 그냥 철없이 뱉은 말이었겠지만 엄마 가슴엔 제가 대못을 박은 셈이었겠죠.
싸울 때 엄마가 아빠랑 싸운 얘기를 해준 적이 있어요.
엄마 입장이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아빠가 잘못한 게 정말 많더라구요.
아빠가 유교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던 거 같아요.
제가 남자라면 잘 몰랐을 텐데 여자이다보니 엄마 입장에 많이 공감이 가더라구요.
엄마가 이런 얘기를 해줄 때마다 아빠가 점점 싫어졌고 아빠가 점점 불편해져 갔습니다.
어릴 땐 엄마 아빠랑 행복하게 살고 싶었는데 점점 엄마랑만 행복하게 살고 싶어졌어요.
아빠의 빈자리가 너무 오래있어서 적응이 된 걸까요
아빠 없이도 괜찮았어요.
중2 때부터 지금(고1)까지 엄마랑 행복하게 살아야지라는 생각을 하고 살았었는데 오늘 자고 일어났는데 아빠가 너무 보고싶어요.
꿈 속에서 아빠를 만났어요.
제가 아빠한테 돌아오라고 했는데 아빠는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다고 하더라구요.
아빠가 엄마한테 한 행동을 생각하면 아빠가 너무 싫은데 그래도 아빠는 저한테만큼은 잘해줬어요.
제가 7살 때 이혼하신 이후로 10년동안 한 달에 한 번씩은 와서 저랑 제 동생에게 시간을 쓰셨어요.
이혼했다고 자식들도 안 보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래도 아빠가 그런 사람은 아니라 다행이에요.
아빠가 아무리 잘못했어도 한 쪽만 일방적으로 잘못하진 않았을 것 같아요.
아마도 서로에게 사정이 있지 않았을까요?
아무리 잘못을 했어도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뭔가 시간이 지나니 다 용서가 되는 것 같아요.
그냥 엄마랑 아빠랑 저랑 제 동생이랑 함께 있어보고 싶어요.
저희 가족이 한 집에서 웃고 있기란 정말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정말 딱 하루만. 진짜 딱 하루만 그렇게 있어보고 싶어요.
추석에 큰집에 가면 사촌들은 모두 고모랑 고모부가 같이 오시고 이모랑 이모부가 같이 오시는데 저만 엄마랑은 외가만 가고 아빠랑은 친가만 가요.
저희 가족이 함께 있기는 정말 너무나도 큰 꿈이겠지만 꿈에서라도 그렇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밖에서는 엄청 밝아서 주변 사람들은 제가 한부모 가정이라라고는 상상도 못 할 것 같아요.
아빠 이야기는 일부러 의식하고 많이 했어요.
아빠랑 같이 안 사는 거 티내기 싫었어요.
다들 말 못 할 비밀 한 가지씩은 있는 거니깐..ㅎ
아무도 모르는 나의 이야기를 여기서라도 풀어보니 가슴이 그나마 후련하네요.
다들 추석 잘 보내시길 바라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