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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 어 > 2부 인어가 있다 #13

유히 |2004.03.03 14:26
조회 218 |추천 0


  봄을 알리는 계절이라설까? 곳곳이 봄의 풍경으로 가득찬다. 일단 옷매장부터가 틀린 까닭에 눈여겨볼 곳이 군데군데다.

 


  비록 주말이긴해도 옷 씀씀이에 있어 절대 아끼지않는 그녀는 세련미가 돋보이는 옷 몇 개를 주의깊게 살펴보며 입을까, 말까를 고민했다.

 


  출퇴근조차 신경쓰며 우아함의 경지에 도달해 뭇 남성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싶은 욕망이 그녀를 지배한다.

 


  뭐, 그리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겠군. 내가 원한 사람만, 날 발견하면 돼. 스스로 인식하며 소이는 주말매장에 정신을 집중했다.

 


  오고가는 사람들, 옷차림만 봐도 대강 알 수 있는 주머니사정에 괜히 웃음부터 번진다. 대체적인 부류가 다 그렇고 그럴테지만... 음, 욕할수도 없겠군. 인후 또한 이 부류에 속하지 않았던가? 잠시 잊었다.

 


  그건 그렇고... 계속 서 있자니 다리가 아픈데 쉬면 안되는건가? 거슬리는군. 사람이 이리 많아서야 쉬고파도 쉴 수가 없잖아. 장사 한번 확실히 하는 백화점이군.

 


  태광이라... 흥, 그 이사 낯짝이 눈에 선하군. 1년전, 파티에서 잠깐 본 것 뿐이긴 했지만 뒤처지지 않으려고 용썼던 인상이 남는다. 이름이 아마... 그래. 서문혁이었던 것 같다. 

 


  소문은 무시할 수 없는 법이다. 그의 배경이 어떠한지 익히 들어 알고있던 그녀의 기억속에서 그는 용케 버티고 있는 한 나무와 다름없었다.

 


  파헤치고 또 파헤쳐 뿌리끝이 보이는데도 넘어지지 않고 끝까지 곧은 나무마냥 몸부림쳐 일어서는 그런 이미지랄까?

 


  퇴근시간이 다가옴에 따라 사람들도 하나, 둘 자리를 뜬다. 곧이어 마칠시간을 알리는 안내맨트에 그녀도 바삐 매장 정리정돈을 시작했다.

 


  언제나처럼 옷맵시를 정중히 갖춰입고 가방을 팔에 두른다. 함께 일한다는 명목하에 친해지고픈 생각따윈 없다. 그래서 서둘러 걸음을 재촉하고 백화점을 나오는데 아는 얼굴 둘이 담소를 나누는 현장을 목격, 그들 또한 소이를 발견하곤 못박힌 인형마냥 굳었다.

 


  권수민과 우지혜다. 대리석을 또각또각 밟아가며 소이는 빙긋 웃었다. 사석에서 마주치리란 기대는 안했었는데... 우연의 우연을 겹치게 하는 자연의 섭리일까? 아님... 지겨움을 토해내는 신의 장난질일까?

 


  "오랜만이죠? 두분, 여전히 친하시네요. 보기 좋아요."

 


  소이가 한발자국씩 다가서면 그들은 두발자국씩 물러난다. 입술을 파리하게 떨구는 수민에 비해 지혜는 온갖 인상을 다 찡그리며 노려본다. 소이는 화사한 미소로 악수를 청했다.

 


  "경계심 풀어요. 내가 뭐 남인가요? 피차 서로 알고있는... 특수한 관계 아니던가요? 구면이니까 이 손 무안하지 않게... 잡아주시죠?"

 


  망설임 뒤에 지혜의 부드러운 손이 와닿는다. 피식 웃으며 소이는 팔까지 아래위로 흔들며 더욱 더 기분좋은 미소를 머금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어떻게 지냈는지 혹 들려줄 의향 있으신지?"

 


  지혜의 표정이 순식간에 돌변하며 그녀의 손을 확 뿌리쳤다.

 


  "의향? 흥!! 몰라서 물어? 정말 가지가지 하는구나? 너?"
  "잘... 못 지냈나 보군요. 안됐네요. 내가 뭐 도와드릴 일이라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혜의 손이 날아든다. 하지만 예상했던 사태인지라 가볍게 그녀의 손목을 쳐 제지했다.

 


  "폭력은 나쁜거죠. 더욱이 이렇게나 사람이 많은 장소에선... 금지겠죠?"

 


  미소 앞으로 침이 고스란히 묻혔다. 다시 한번 지혜는 바닥에 침을 캭!! 뱉어내며 얼어붙은 수민의 팔을 끌었다.

 


  "가자. 상대할 가치도 없어."

 


  손수건으로 얼굴을 스윽 닦아내며 소이는 말했다.

 


  "목숨을 버리실 작정인가요?"
  "또 협박이야? 이젠 안통해. 네 멋대로 사세요, 라고... 알았어?"
  "저런... 이를 어쩌나? 기억 못하시는군요? 자, 여기서 문제입니다. 날 화나게 하면 가장 누가 상처 입을까요? 첫째, 본인. 둘째 가족, 셋째, 친구, 넷째... 그, 정답이 뭘까요?"

 


  온몸을 불태울만큼 이글이글 지혜의 눈동자가 벌겋게 달아오른다. 소이는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승리자는... 오늘도 그녀의 것이다. 덤빌채비따윈 염두에 없다. 항상 이기는건... 한소이, 그녀다.

 


  "이제 그만해요!! 제발... 부탁이예요."

 


  참고있던 수민이 악을 쓴다. 더 이상 굽히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만큼 우릴 괴롭혔음 된거잖아요. 제발... 내버려둬요. 거슬리게 하지 않을게요. 죄송합니다. 부탁이니... 넘어가 주십시오."
  "권수민!! 너, 뭐하는 짓이야?"

 


  지혜가 놀라 그녀를 만류했으나 이미 수민의 허리는 90˚를 향했다. 소이의 입가로 미소가 한층 더 깊이 새겨졌다. 역시... 알기쉬운 여자다. 약육강식의 법칙을 제대로 인식하는... 서민중의 서민이다.

 


  "알았음 됐어요. 나도 얼굴 붉히는거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 참? 오늘도 그녀는 활발하게,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전달사항같은건... 당연히 없겠죠? 그래서 하는 말이니 다시는 이 백화점 근처에 드나들지 말아주세요. 그녀의 직장마저 잃게하고픈건 않으시겠죠?"
  "뭐? 잠깐? 설마... 이 백화점에서 일해?"

 


  지혜의 놀란 눈은 그냥 무시하며 소이는 수민의 눈동자와 깊이 마주했다.

 


  "응해주신다고... 약속해 주시겠습니까?"

 


  구슬땀을 힘겹게 배이며 수민은 힐끗 지혜를 살피고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란 이렇게도 부질없음을 새삼 느낀다. 소이는 구역질이 나올 것 같은 기운에 이맛살을 찌푸렸다.

 


  무력 앞에선 친구란 이름도 허울대에 불과하다. 뭐가 우정이고 정의란 말인가? 힘 앞에선 약자일 뿐이다. 이들의 입심은 단순한 말장난이다. 서로를 아껴주고 위해준다는... 그렇게 기분좋은 말들로 위장한 술책일 따름이다.

 


  언제나와 같은 미소만을 짓고 소이는 등을 돌렸다. 더 이상 이들과 노닥거릴 시간이 없다. 울화통이 터지는 자리를 벗어나 그가 있는 병원으로 향해야겠다. 늦은 시간이긴해도 뭐, 자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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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 올리는 일이 이젠 좀 뜨해질 것 같네요.

 앞으로 점점 더 바빠질 것 같아서... ^^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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