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사들이 없으니까 힘이 안난다... 니들 언제 와...?
- 쟝이 라이더라면? (25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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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어머, 신부님 피부 좋으셨는데 이마에 뾰루지가...
나: 아... 그러게 말이에요-_-
엄마: 면사포로 살짝 가리면 안될까요?
직원: 네, 그렇게 할께요^^;
어제 잠을 설쳐서일까?
이놈의 정직한 피부트러블.
나는 인상을 구기며 화장대 앞에 앉았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식장에 도착한 우리는
각자 갈라져 메이크업과 헤어를 하게 된다.
쟝의 어머니와 나의 어머니, 나 이렇게 세 명의 여자들이
한 방에 모여 어색한 미소들을 띠며 관리를 받는다.
쟝의 어머니는 아주 세련되고 우아한 영부인
느낌이시다.
적당히 통통하게 살집이 있고
평범한 대한민국 어머니들의 평균치인 우리 엄마와는
180도 다른 분.
훤칠한 키에 숱많은 머리, 기품있는 얼굴, 정중한 말투.
하지만 남을 낮추어보지 않는 겸손함을 갖춘 분이다.
옆에 있으면 살짝 기죽지만,
본받고 싶고 따르고 싶은 분.
쟝의 아버지는 여러 나라를 다니는 주재원 답게
외국어도 다양하게 구사하실 뿐더러
쟝의 유쾌하고 사교적인 성격의 원 주인이시기도 하다.
역시 키가 매우 크신데
쟝처럼 근육질의 건장한 몸이라기 보다는
50대 특유의 풍채가 아주 멋진,
정치인 같은 포스를 풍기시는 분이다.
아마 신랑쪽 메이크업실에서도 지금쯤 아버지와 쟝,
그리고 쟝의 아버지 이렇게 세 남자들이 준비가 한창일
것이다.
아주버님은 중요한 세미나 관계로 메이크업은 받지
못하고 식 직전에 도착하기로 하셨다.
아직 걸을 때 미세하게 다리를 끌긴 하는 것 같은
후유증이 남아 있긴 해도
옥의 티 정도이다.
식물인간처럼 지내던 분이 저렇게 멀쩡하게 사회생활
하며 산다는 것 자체가 감사할 따름이다.
메이크업을 마치고 나니 정오를 살짝 넘긴 시각.
애니와 유미르가 방금 도착했다.
둘이 약속이라도 한 듯 두 사람 모두
네이비색 자켓에 흰색 블라우스, 남색 슬랙스 차림이다.
나: 너희들 꼭 쌍둥이들 같다.
유미르: 아~ 난 네이비 별론데 애니가 맞춰 입재서.
애니: 원래 하객패션은 어두울수록 신부가 돋보이잖아?
2시 예식이라 점심은 거의 3시 다 되어 먹을 것 같다.
애니와 유미르에게 먼저 식사하라고 권했지만
다들 사양이다.
애니의 표정은 평소와 같은 시큰둥한 무표정.
어제 그 카톡이 뭐냐고 당장이라도 묻고 싶지만
쟝과의 약속도 있고
이제 곧 시작될 식을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들어가고 싶기에 꾸욱 눌렀다.
내가 왜 내 인생 최고의 날에 이런 기분이어야 하는 걸까.
억울하기도 하고 화도 난다.
심지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일에
관련되어 있다.
이젠 화가 나는 것에 더해 슬퍼지려고까지 한다.
젠장.
애니: 야, 너 긴장했냐? 안색이 별론데?
유미르: 그러게, 천하의 여주가 떠는 날을 보네.
아, 오늘 결혼식이지~
나: 뭐냐 그 썰렁한 농담은.
유미르: 에르빈 선배랑 한지 선배도 온다고 했지?
나: 응, 곧 오실 거야.
애니: 내 남친도 곧 올거야.
내가 부케받는 모습을 보면 뭔가 느끼는 바가
있어야 할 텐데.
나: 애니. 너희는 애정 전선 괜찮아?
나의 말에 가시가 박힌 걸 애니 너는 알까?
애니는 시니컬한 눈빛으로 나를 한 번 힐끔 보고는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애니: 아르민 할아버지가 요새 건강이 안좋아지셔서,
좀 서두르는 눈친데...
난 아직 모르겠어. 내가 결혼할 준비가 된 건지.
오늘은 여주 네 날이니까 내 얘긴 나중에 하자.
유미르: 신혼여행은 오늘 바로 가는 거야?
나: 쟝이 아직은 장기휴가를 많이 못내서...
오늘 저녁 비행기로 제주도를 가기는 하는데,
아마 거기서도 일을 해야 할지도 모른대.
정식으로 가는 건 3월은 되야 해.
그것도 뭐 지금 예매하고 한 거 하나도 없어.
가야 가는 거지.
내가 시큰둥하게 대답하며 애니를 쳐다보는데,
애니의 시선은 다른 곳에 가 있다.
애니의 고개가 향한 곳을 따라 보니
그곳에는 로비에 서있는 쟝이 보인다.
턱시도를 입은 쟝은 마치 모델 같다.
무표정한 애니의 표정 가운데서 눈빛이 빛나는 게
느껴진다.
부케를 쥐고 있는 내 손에 힘이 들어간다.
애니, 너 뭐야...?
병원 식구들, 친인척들, 동창들이 저마다 축하를 해주고
사진을 찍고 식장으로 먼저 향한다.
이제 내 옆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고,
식장 직원들만 분주히 오가는 고독한 몇 분이
내게는 몇 시간처럼 느껴진다.
쟝은 신부대기실 밖에서 아직도 하객들과 악수를 하며
접대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안내방송이 나오자 그제서야 허둥지둥 입장대기실로
들어가는 쟝을 보며 기분이 묘했다.
식 때까지만 기다려 달라더니...
설마 식 끝날 때쯤 해서 쟝이 무슨 깜짝선언 같은 거
하는 건 아니야?
"제가 사랑하는 건 사실 여기 애니 레온하트 양입니다"
라든가...
이런 바보같은 상상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직원이
큰 소리로 부른다.
"신부님, 얼른 일어나세요!"
정신을 차려 보니 벌써 웨딩홀 안에서
쟝의 입장이 시작된 모양이었다.
음악소리가 들리고 잠시 후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진다.
직원 둘이서 내 베일과 드레스를 마지막으로 점검하고
곧이어 신부 입장 음악과 함께 문이 열린다.
문이 열리자 문 앞에 기다리고 계시던 아빠가
눈이 새빨개져서는 팔을 내미신다.
나는 그제서야 내가 지금 결혼식을 올린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그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를 실감한다.
내가 힐을 신어 나와 키가 비슷해진 아빠가
우는 모습에 정신을 번뜩 차린 나다.
눈을 똑바로 뜬 나는 아빠와 버진로드 끝까지 걷는다.
저 끝에서 쟝이 싱글벙글 웃으며 나를 기다린다.
어제 일에 대해 고민하는 건 나 하나 뿐인가.
생각 같아서는 바로 따지고 묻고 싶지만 이미 타이밍은
지났다.
물고 늘어질 생각이었으면 어젯밤에 해결했어야 한다.
내 귀에는 주례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리지도 않고
나는 뜨거운 조명 아래 굳은 얼굴로 이런저런 고민만
계속 할 뿐이다.
무슨 정신으로 성혼선언문을 낭독하고
반지를 교환했는지도 기억이 안난다.
이제 인사만 남았을까?
사회를 맡은 쟝의 대학 동기가 마이크를 잡더니
안내방송을 날린다.
사회: 아, 아, 다음 순서는, 신부측 친구분들의 축가가
있겠습니다.
엥?
뭔 축가?
우리는 축가를 넣은 적이 없다.
다른 예식과 착각을 했는가 싶어서
사회자 얼굴 한 번 보고 쟝의 얼굴을 한 번 보고 하는데,
쟝도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때 신부측 하객 쪽에서 두 명이 후다닥 올라왔다.
깜짝 놀란 내가 고개를 둘러 보니 애니와 유미르...??
에엥???
그제서야 생각의 회로가 연결되어 빛이 들어왔다.
아아......
애니와 유미르가 나 몰래 축가를 준비했구나.......
그래서 나한테 비밀유지 하라고 했구나........
나는 갑자기 얼굴이 뜨거워졌다.
세상에나...
그것도 모르고 쟝과 애니를 의심할 뻔 했으니.
내가 어제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면 어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그제서야 경직된 표정이 풀리면서 나는 환하게 읏었다.
고마워, 나의 친구들아...!!!
사회: 신부님의 13년지기 고교 동창분들이 준비하신
곡은요,
신랑님이 신부님을 처음 본 순간의 감정을
아름답게 표현한...
가삿말이 아주 인상적인 곡인데요,
싸이의 "뉴 페이스" 입니다!
다들 웅성거리며 사회자를 쳐다본다.
나도 주례 선생님도 양가 부모님도 읭? 하는 눈빛으로
사회자를 쳐다보는데 갑자기 홀 내 조명이 꺼졌다.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애니와 유미르가 있는 곳으로 스포트라이트가 비추더니
들썩들썩하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갑자기 스포트라이트의 영역이 넓어진다 싶더니
두 개로 하얀 원이 갈리면서,
작은 원은 홀로 서 있는 나를,
큰 원은 춤을 추는 애니와 유미르에게로 이동했다.
그런데 두 친구들 사이에,
돌출되게 키 큰 쟝이 서 있었다...
BGM: http://kko.to/JvsFAccfH
"어딜 쳐다보는 거냐고
솔직히 너 그래 너 생판 처음 만난 너
(쟝이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왜 널 쳐다보는 거냐고
궁금해서 설레서 낯설어서
uh 두근 두근 두근 워
침착하게 서로서로 살살 알아볼까나
오빠 차 핸들 살살 돌려볼까나
모르는게 약이야
객관식은 첫 눈에 찍는게 답이야
아 뜨거 fyah
너의 맘 나의 맘 두근 두근 두근 워
사람 새로운 사람
너무 설레어서 어지러워요
만남 새로운 만남
너무 설레어서 미치겠어요
낯선 낯선 여자의 낯선 향기에
Yes I want some new face
낯선 낯선 여자의 낯선 향기에
Yes I want some new face
New face new face new new new face
New face new face new new new face
원래 이런 사람이냐고
아니올시다 이거 봐봐
눈을 맞춰야 눈이 맞아
지금 작업하는 거냐고
솔직히 yes 그래 yes 오 yes
uh 두근 두근 두근 워
궁합이 떡인지 살살 맞춰볼까나
말하지 않아도 알아맞혀 볼까나
알면 병이야 어서 나를 따
너의 맥주병이야 님의 뽕이야
너의 맘 나의 맘 두근 두근 두근 워
사람 새로운 사람
너무 설레어서 어지러워요
만남 새로운 만남
너무 설레어서 미치겠어요
낯선 낯선 여자의 낯선 향기에
Yes I want some new face
낯선 낯선 여자의 낯선 향기에
Yes I want some new face
New face new face new new new face
New face new face new new new face
Hey we want some new face
(hey we want some new face)
Hey we want some new face
(hey we want some new face)
두근 두근 두근 워
낯선 낯선 여자의 낯선 향기에
Yes I want some new face
낯선 낯선 여자의 낯선 향기에
Yes I want some new face
예이 예이 예이 예 all right new face
예이 예이 예이 예 all right new face
두근 두근 두근 워 new face"
다들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내 턱은 땅에 떨어지기 일보직전이었다.
주례 선생님은 연신 손수건으로 이마를 닦으셨고
사회자는 우리의 눈치를 봤다.
젊은 사람들은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며 호응하기도
했다.
나의 엄마 아빠는 내 등 뒤에 계시니 보이질 않지만
아마 처음엔 놀라셨다가 지금은 머리를 쥐어싸고
계시겠지,
쟝의 부모님은...?
놀랍게도 웃으며 박수를 치고 계셨다.
쟝의 형님도 웃고 있는 모습이 얼핏 보였다.
애니와 유미르, 쟝, 셋이 만드는 칼군무에 어떤 하객들은
일어나서 박자를 맞춰 호응했다.
한지 선배가 휘파람을 불며 두 팔을 위로 들어 춤추는
것이 보였고 그 옆에 에르빈 선배도 팔짱을 낀 채
웃고 있었다.
애니의 남친 아르민 씨가 두통이 온 듯
이마를 짚고 끄응~ 하는 듯한 자세를 하는 것도 보인다.
노래가 끝나고 춤이 끝나자 쟝은 큰 절을 하더니 갑자기
"어머님 아버님 감사합니다!!!" 하고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조명이 켜지고 폭죽과 꽃잎이 날리며
소란스러운 결혼식
아니 축하공연이 그렇게 끝났고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 된 그날을
나는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이 웬수들.
이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내 구원자들.
❤ 설정에 무리수를 좀 뒀더니 부끄러움은 쓰니 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