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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절대로 이혼하지 않는다..

이혼불가녀 |2004.03.03 17:57
조회 1,660 |추천 0

 

오늘은 우리 결혼기념일이지요..

어제 12시에야 들어온 당신은 내 앞에 무릎꿇고 큰 절을 하며 고맙다고 했어요..

그리고 유난히 가는 내 손가락에 맞는 반지를 찾을 수가 없었다며 2호나 큰 반지를 끼워주었죠..

예전 같으면 나도 사랑하노라 말했을텐데, 어제는 그 말이 죽어도 나오질 않더군요..

하긴.. 그건 오늘도 안 나올 말이예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말을 하기가 너무 가슴아파서예요..

그저 당신 곁에서 맴돌기만 할 뿐 당신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내 사랑이 너무 불쌍해서예요..


당신.. 내가 당신과 함께 있어줘서 너무 고맙다고 했죠..

그런데..

왜 자꾸 그녀와 연락을 하나요..

이미 헤어진 그녀 아닌가요..

내가 모를 줄 알았나요..

내가 모르면 그렇게 행동해도 된다는 얘긴가요..

누가 먼저 연락을 했는지.. 내가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아요..


지난 설 연휴..

우리 결혼하고 3년만에 처음으로 이혼 얘기까지 들먹이며 싸웠었죠..

사실 나도 이혼이라는 거 생각은 해봤지만,

아이들 생각하면 거기서부터는 생각이 진행되지 않았어요.

난 내 아이에게 상처주기 싫어서

아이 앞에서는 언성도 높이지 않으면서 참고 또 참으면서 살아왔는데,

심지어 부모가 이혼했다는 꼬리표를 달아줄 수는 없었으니까...

그런데 당신은 너무 명료하게 아이들은 당신이 키우겠노라 하더군요.

왜요..

아직도 아이가 없다는 그녀와 함께 키우고 싶었나요..

우리가 그렇게 싸우기 며칠 전, 당신은 그녀와 자주 연락을 했어요.. 그쵸?

그것도 내가 뱃속의 둘째 유산기가 있어서 친정에 가 있는 동안..

당신은 내가 집만 비우면 그녀와 연락을 해요..

내가 그것도 모를 줄 알았죠..?

난 바보가 아니예요..


그 동안 나도 참 많이 노력을 했어요..

당신한테 잘해주면 당신이 그녀를 완전히 잊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어둠이 가시지도 않은 새벽에 밥 해 먹이고..

난 당신이 남기고 간 찬밥을 먹을지언정

당신한테는 꼭 새 밥만 지어먹였어요..

당신 친구들을 내 친구들처럼 생각했고,

가끔 나한테 무리한 요구를 하는 시댁 식구들도 그러려니 하면서 참았어요..


그런데 이젠 그 노력이 헛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내가 어떤 노력을 하건, 당신은 내가 집을 비우면 또 그녀와 연락을 하겠죠..

그래서.. 둘째 낳으면 시댁에 가서 몸조리하라는 거였나요..?

내가 없는 새 또 연락하고 싶어서..?

지금 나..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집이 더럽혀져 있어도..

저녁에 먹을 밥이 없어도..

내일 아침 국거리가 마땅치 않아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심지어 당신 얼굴 마주보고 싶지도 않아요..

그래서 당신이 들어오면 계속 바쁘게 일하는 척을 하죠..

그런 날 보며 무슨 일일까 궁금해하는 당신..

내가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거란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하고 있겠죠..


나.. 지금 많이 힘들고 아프지만..

두 사람이 날 바보 취급한 것에 복수하고 싶지만..

그 여자의 남편에게 연락이라도 하고 싶지만..

어쨌거나 난 이혼은 하지 않아요..

심지어 이 일로 당신과 싸우지도 않을 거예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사이가 나빠지길 바라고 있는 그녀일테니..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나만을 사랑한다는 당신..

그 말이 왜 이렇게 공허하게 들리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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