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살(自殺)을 결심한 이유
1. 어둡고, 비관적인 근성과 시각
2. 살이 잘 찌는 체질과, 타고난 먹성
3. 평생 고칠 수 없는 고도 난.근시(나의 최후 역시 함께 하게 될 망할놈의 안경)
4. 부족한 학벌과 부족한 능력
5. 건강의 악화로 인한 불편한 삶.
6. 사이가 좋지 않은 가족관계
7. 현실 만족과 감사에 대한 마음의 부재
8. 크고 투박스런 손과 발. 납작한 주목코, 주근깨가 만발한 얼굴. 남을 찌를만치 작고 뾰족한 눈 등의 원치 않는 외모.
9. 사람은 누구나 쓸모 있는 인간이다. 허투루 태어나는 삶이란 없다는 말 에, 자아를 깨친 14살 이후 스물아홉해의 삶마저 다 사는 (총 14년)동안 줄곧 내 용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았지만 비참하게도 끈내 발견하지 못했다.
(식충이, 투덜이일뿐...)
10. 태어날 때부터 결여된 노력이라는 시신경 혹은 원초적인 세포
11. 백수의 이 지긋 지긋한 삶
12. 난장이 똥짜루를 방불캐할 짱딸맞을 키.
등등의 이유로 자살을 결심한 이후 이곳저곳의 자살사이트 혹은 카페 등을 기웃거려보고, 관련 영화나, dvd도 접해보았다.
그렇게 한참 시간을 보낸 후, 자살 명소로 꼽고 있는 영국의 홀로된 등대라는 자살명소의 사진을 본 순간. 내가 살아왔던 보잘 것 없던 삶들이 주마등처럼 빠른 속도로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생각해보니 좋은 일이라고는 손톱에 때만큼도 해본 적이 없어 일단 당장의 자살을 보류하기로 했다.
뭐 죽음이후에 천국이 있든 윤회가 있든 어떤 것이 존재할지는 모르지만, 죽음 이후 조차 살아생전에 부리나케도 해왔던 삶! 다른 이들을 위한 삼페인 역할을 벗어나고자 일단 좋은 일들을 계획해 본다.
무엇이 좋을까 생각해보지만 짐짓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림은 별로 없다.
물론 삶을 진행시키고 있을 때도 불우한 가정의 청소년들이나, 가족없이 사는 나이 지긋한 사람들을 위한 말벗 따위의 (내선에서는 선의) 일들을 계획해보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과한 욕심의 집합체인 내가 그런 일들을 선뜻 행한다는 것은 엄동설한에 장미꽃이 피는 일처럼 터무니없을 뿐이었다.
우선, 젊은 날 행하지 못했던 선의마저 행하려면 한동안은 바뻐질터다.
언제쯤 본격적으로 이행할까?
내 초라함에 마지않았던 보잘것없는 삶의 종지부를 찍을 종착역!
내 기분은 한껏 설렘으로 들뜬 상태다.
자못 지옥으로 떨어질지, 개나 돼지로 태어날지도 모를 일들을 생각하면, 이내 침착해진 현실로 돌아와 한없이 우울해 진다.
이루 셀 수 없을 만큼 숱하게 먹어왔던 개와 돼지에게 심심한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밤의 허리쯤 당도한 시간. 어슴프레 깨어날지도 모를 새벽에게 내 늦잠을 들키지 않기 위해 잠을 청한다.
몇칠째 계속되는 불면증을 어르고 달래며, 꿈을 청한다.
현실을 벗어난 꿈에서나마 내 자신이 입가에 미소 가득한 얼굴로 웃을 수 있길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