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너무 길어졌네 ;; 심심하면 읽어보고 가 ❤️
너는 이름 들으면 아는 유명한 회사에서 꽤나 큰 주목을 받으며 데뷔한 걸그룹 멤버임. 데뷔곡부터 크게 히트를 쳐서 음원차트 1위에 오름과 동시에 각종 음악방송의 상을 휩쓸게 되었고 그 중에서도 팀내 (어느정도의) 비주얼과 메인보컬 포지션을 맡은 너는 머글들도 아는 입덕요정 인기멤이 되었음.
그렇게 데뷔부터 빵 뜨자 회사에선 다른 소속 그룹들보다도 너희 그룹을 밀어주기 시작했고 그 결과 꾸준히 좋은 노래들을 발매해 대중들에게 사랑받으며 2년이 지남. 팀 멤버들과도 궁합이 좋았으며 불만 없이 열심히 달려온 덕에 크고 작은 커리어들이 쌓여 너희 그룹은 n세대 1군으로 자리잡게 됨. 광고계나 예능까지 진출해 멤버 각각이 주목받는 기회까지 찾아온 와중에 컴백 계획이 잡혔음. 심지어 이번엔 회사에서 꽤나 큰 돈을 투자해 곡을 샀으며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섭외하기까지 하면서 컴백 계획을 치밀하게 세웠음. 너희 멤버들도 서로서로 의지하며 긴 시간 회사의 계획에 맞춰 연습하고 자기관리까지 열심히 해 가며 보다 완벽한 컴백 스테이지를 위한 최선의 준비를 마침.
컴백 티저가 떴을 때 반응은 예상했던 대로 뜨거웠음. 누구누구 이번에 미모 레전드 찍었다, 노래 조금밖에 못 들었는데도 개좋다, 이번에 회사에서 돈 쓴 티가 난다, 메가히트 ㅆㄱㄴ이다 등 너희 그룹은 기대했던 대로 화제의 중심에 섬.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너희 그룹은 마지막까지 준비에 최선을 다했고 음악이 발매되자 역시나 바로 음원차트 올킬함. 내는 족족 대박나고 반응도 터져서 회사나 주변에서 신기해할 정도였음. 물론 열폭하는 일부 악플러들도 있었지만 어떤 말을 들어도 너는 괜찮았음. 왜냐하면 오랜 연습으로 다져진 이번 노래와 퍼포먼스에 정말정말 자신이 있었기 때문임. 어떤 악플도 눌러버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만큼 이번엔 너 포함 멤버 모두가 이를 갈았던 것임.
하지만 컴백 후 첫 음방 무대에 서는 날 일어나 보니 멤버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음. 멤버 중 한 명이 조심스레 폰을 건네며 기사를 읽어보라 함.
'음원 차트 올킬 아이돌' **** ㅇㅇ (니 활동명), 학교폭력 논란
'무섭고 매일매일이 지옥 같았다'... ㅇㅇ 향한 폭로글 등장했다
컴백 무대 앞두고... **** ㅇㅇ 학교 폭력 논란 진실인가?
'일진설' 휩싸인 ㅇㅇ, 동문 폭로글에 연예계 '들썩'
인기 아이돌 ****의 ㅇㅇ이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받았다. 오늘 새벽 커뮤니티 사이트 네이트판에 ㅇㅇ의 학창 시절 만행을 폭로하는 내용의 게시물이 등장한 것을 시작으로 ㅇㅇ을 향한 관심이 증폭되었다.
(중략) ... 한편 ****은 지난 11일 발매된 정규 1집 으로 오늘 ㅇ시 PDF '음악은행'에서 첫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었다. 해당 앨범의 타이틀곡 'Hello, Yaochi-nim'은 강렬한 비트로........
기사를 대충 읽고 멘탈 털린 너는 찔리는 일도 없고 학창시절이라고 하면 한국지리 시간에 자다가 실수로 방귀뀌고 놀라서 일어난 기억밖에 없는데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판에 접속해 10대판 인기글을 확인함. '(인증 추가) **** ㅇㅇ에게 고등학교 시절 괴롭힘을 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폭로글이었음. 손을 덜덜 떨며 클릭하고 읽어봄. 대충 고등학교 2학년 때 너에게 소지품들을 뺏기고 다른 친구들에게 폭로자를 욕하겠다는 말로 협박당하고 심지어 으슥한 곳으로 끌려가 맞았다는 내용이었음. 졸업장과 니 졸업사진으로 인증까지 해 놨음. 니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진심으로 이런 일은 없었는데 기사들이 일파만파 퍼져 나가는 상황이 너무 억울하고 무서워서 눈물부터 막 났음.
멤버들의 도움으로 겨우 진정하고 차분히 생각해 보니 고딩 2학년 때 별로 안 친한 애랑 짝꿍이 된 적이 있는데 폭로자라는 놈이 아무래도 얘 같았음. 얘 이름은 영희로 하겠음. 당시 반에 너랑 같이 다니는 친구들이 몇 있었는데 영희는 여기에는 물론이고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공부만 하지만 성적은 안 오르는 과의 애였음. 소문도 안 좋고 애초에 본인이 친구 만들 생각을 안 하는 것처럼 보여서 아무도 걔를 터치하지 않았음. 다만 친구 되는 걸 꺼린다기보다는 걍 괜히 말 걸었다가 영희가 빡쳐서 일 커질까 봐 굳이 말 안 거는 분위기였음. 너희 무리도 그랬음.
근데 너는 오지랖도 좀 있고 영희가 다른 애들이랑 못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짝꿍 됐을 때 종종 말도 걸고 그랬음. 아이돌 누구 좋아하냐 무슨 음식 좋아하냐 뭐 이런 거였음. 근데 영희 반응이 조카 싸해서 나 별로 안좋아하나... 생각했음. 아무튼 영희의 습관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짝꿍 책상으로까지 넘어갈 정도로 많은 소지품을 책상 위에 늘어놓는 거였음. 너는 솔직히 하루이틀도 아니고 매일 니 책상으로 영희 샤프며 지우개며 필통이며 넘어와서 좀 짜증났음. 그래서 은근 책상을 좀 띄워 두기도 했는데 영희놈이 책상 줄 맞춘다고 또 곧장 바로 붙여놨음.
그러던 어느날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지만 찌질하게 화내기는 싫어서 그냥 장난식으로 말해봐야겠다 생각함. 그래서 영희한테 앞으로 책상 가운데 선 넘어오면 내거다~ 하고 장난식으로 말함. 영희 반응이 처음엔 별로였지만 그 뒤로는 조금 조심하는 듯 했으나 또 금세 슬금슬금 니 책상을 차지하기 시작함... 그래서 넘어온 영희 샤프를 들고 '이거 나 가진다?'라고 하니까 영희가 아무 말도 안하길래 괜히 민망해져서 그냥 다시 필통에 넣어줬음. 그리고 또 장난으로 풀어야되나 싶어서 '자꾸 넘어오면 나 엄마한테 이른당~~ㅠㅠ' 이라고 농담을 던져봄. 역시나 반응은 쎄했음.
어느날은 1인 1역을 정하는데 너랑 영희놈이 같이 분리수거 담당이 됨. 그때는 꽤나 친해져서 막 재밌는 얘기도 같이 하는 사이가 됨. 영희랑 같이 영희가 좋아하는 아이돌 얘기 하고 막 깔깔 웃으면서 분리수거하러 다니고 뭐 그랬던 것 같음. 그러다가 분리수거장에서 영희가 자기 좋아하는 아이돌 병크 얘기를 하면서 까대길래 내심 아이돌을 꿈꾸는 너는 '얔ㅋㅋㅋ 그건 좀 너무한 거 아니야?' 하면서 툭 침. 니가 기억하는 건 이정도임.
그러면... 소지품을 뺏겼다는 말은 책상 선 넘은 샤프 가져가는 시늉을 말하는 거고 다른 친구한테 욕한다고 협박한 거는 엄마한테 이른다고 장난친 거고 으슥한 데에서 맞았단 건 분리수거 때 툭 친 게 되는 거임. 진짜 조카 허위사실인데도 판은 난리가 났음.
베댓1. 솔직히 쟤 원래부터 좀 싸했음... 저번에 멤버 누구누구한테 장난치는 것도 좀 보기 그랬음... 팬들도 알 사람들은 다 알걸
베댓2. 이제 말 싹 들어가면 소속사에서 폭로자한테 돈먹인 거다 ㅋㅋㅋㅋㅋㅋㅋ
베댓3. 근데 진짜 소름돋는 게 일년 전쯤에 ㅇㅇ 사주 관상 풀이하는 영상 보면 ~~ 라고 함. 유튜브에 아직 있으니까 한번 보고 와봐 지금은 댓글 정지된 듯
찬반. 근데 아직 중립 유지해야 되는 거 아니야? ㅠㅠ 확실한 증거도 없고 그냥 심증이잖아... 다른 동창들 반응이랑 본인 입장 뜨기 전까지 중립 유지하자
ㄴ뭐래 그러면 학폭 당했다는 거에 물증까지 필요함? 졸업장 인증했으면 됐짘ㅋㅋ 뭘 더 어떻게 인증하라는 거임? ㅠㅠ
각종 커뮤 사이트는 물론이고 유튜브 이슈 채널들까지 전부 니 영상 올라옴. 회사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음. 컴백 무대 앞두고 이게 무슨 일이냐며 니 폰으로 회사 및 매니저 오빠한테 연락이 끊이질 않고 가족들한테도 전화 계속 옴. 너는 바로 회사에 불려가서 하루종일 자초지종 설명하고 펑펑 울어서 얼굴이 개부었지만 음방은 참여해야 했음. 그래서 가서 애써 웃으며 무대를 마치고 내려오는데 음방 스탭들이 수군거림. 내용은 잘 안들렸지만 너의 학폭 사건에 관련된 것 같았음.
그리고 회사로 다시 가는 차 안에서 무대영상 댓글을 봤더니 '학폭 멤버는 빠지지...ㅉ', '얼굴에 철판 까는 거 대박이다... 기 개쎈듯. 역시 아이돌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ㅋㅋ' 등 비꼬는 댓글이 난무함. 잠들지도 못하고 토할 것 같은 심정으로 회사에 다시 도착함. 피해자랑 연락이 돼야 하는데 연락은 계속 안되고 그 사이에 니 동창들이 너 쉴드치는 글을 올렸지만 영희가 주작을 치는 건지 비슷한 사람이 쓴 것 같은 새로운 폭로글도 올라옴. 물론 사람들은 쉴드 글보다 폭로글에만 관심을 가졌음. 그러다가 그날 밤 겨우 영희랑 연락은 됐는데 영희는 할 말 없고 자기는 사실만을 올렸다며 눈막귀막할 뿐이었음. 자기는 합의할 생각없다는 의사만 밝힘. 합의는 무슨 지금 사과를 받아야 하는 마당에 이딴 식으로 피코하니까 진짜 화가 치밀어서 미치겠음.
그 후 일이 점점 커지고 너랑 다른 멤버 둘이 같이 광고하던 화장품 브랜드 모델에서 잘리고 어떤 방송사에서는 너희 그룹을 음악방송에 출연시키지 않겠다고 함. 잡혔던 예능 일정과 라디오 일정 등이 하나둘 취소되고 음원 순위도 나온 지 이틀도 안 돼서 내려가기 시작함. 단지 영희놈이 쓴 소설 때문에 야심차게 준비한 이 모든 컴백 계획이 무산된 거임. 아무리 아니라고 회사 측에 말해 봐도 니 말을 완전히 믿어 주지도 않았고 계속 추궁함. 멤버들도 한두 명은 진심으로 믿어주고 위로해 줬지만 대부분 너랑 어색해지고 숙소 분위기가 말도 안 되게 적막해짐. 회사에서 입장문을 발표해서 피해자와 연락해 사실관계 확인하려 시도하는 중인데 연락이 안 된다는 사실을 밝혔지만 대중들은 이미 돌아섰고 오히려 돈 먹이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려고 연락 시도하는 거냐고 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