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벽외조사가 있는데, 모종의 이유로 벽외조사에 너만 나가고 격거애들은 벽 안에서 다른 임무를 봐야하는 상황.
그런 상황 속에서 너는...
엘빈
“절 잊지 말아주세요, 단장님.”
“무슨 일이라도 있나?”
“그냥요. 잊지 마세요.”
“......”
서류 정리로 바쁜 엘빈의 집무실에 무턱대고 찾아간 너, 그리고 그런 너를 개의치 않고 묵묵히 할 일을 하던 엘빈이었음. 너는 턱을 괴고 조용히 일하는 엘빈을 보기만 했음. 그렇게 한참 뒤에, 너가 갑자기 잊지 말아달라는 황당한 부탁을 함. 서류를 넘기던 속도는 점차 줄어들었고 결국 가만히 멈춘 엘빈은 조심히 시선을 서류에서 너로 올림.
그렇게 한참을 가만히 서로 마주만 보고 있던 엘빈과 너임.
리바이
“절 잊지 말아주세요, 병장님.”
“어이, 마른 개똥같은 소리하지 말아라.”
“부탁입니다.”
뭔가 다른 분위기의 너를 바로 캐치한 리바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뻘쭘하게 네 귀에 가까이 다가가 너만 들을 수 있게 낮게 한 마디를 말함.
“... 할 일 없으면 내 집무실로 오기나 해라. 맡길 일이 있다.”
눈치 없는 너는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지? 하고 멀뚱히 서있었음. 제 할 말만 하고 빠르게 앞으로 걸어가는 리바이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어이, 명령 불복종인가?’하는 리바이의 호통소리에 넌 놀라서 리바이를 쫓아 집무실로 들어감.
쟝
“나 잊으면 안 된다, 쟝?”
“갑자기 무슨…. 야, 가뜩이나 우리 중에 너 혼자만 조사 나가서 불안해 미칠 것 같은데.”
“......”
“그런 이상한 말 하지 마라? 나 진짜 화낼 거야.”
저녁 배급 후 부른 배를 소화시키려고 걷던 널 발견한 쟝은 뒤에서 네 두 어깨를 가볍게 치며 달갑게 소리침. 평소라면 그런 쟝의 장난을 받아주었을 너인데, 뒤 돌아 쟝을 똑바로 마주보면서 조용히 서있다가 처음으로 뱉는 말이 ‘잊지 마’라는 말이라 불안해지기 시작한 쟝임. 조사를 직접 나가는 입장인 너가 가장 불안할 걸 알기 때문에 본인이 지금 두려워하는 걸 최대한 숨기고 싶어하지만, 그게 쉽지 않아서 벌써부터 눈이 조금씩 흔들리고 너의 손목을 붙잡은 쟝의 손이 떨림. 하물며 쟝이 침을 꿀떡 삼키며 널 걱정스럽게 내려다보는 게 적나라하게 다 보임.
그 떨림을 그대로 느끼는 너임.
19에렌
“나 잊으면 안 돼, 에렌.”
“안 잊어.”
“잊지 말라고 분명히 말했어. 절대로.”
“안 잊어.”
끝까지 너에게 시선주지 않는 에렌임. 벽 위에 올라가, 양 옆으로 나란히 서서 널리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던 중이었음. 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로 칼같이 안 잊는다 대답하는 에렌에 너는 뭔가 안심이 되기도, 동시에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했음. 뒤숭숭한 마음에 넌 옅은 한숨을 쉬며 바닥으로 고개를 떨굼. 온도가 낮아졌는지 가느다랗게 하이얀 임깁이 나옴.
에렌은 여전히 너를 바라보지 않았고, 그냥 조용히 네 작은 손을 본인의 큰 손으로 따뜻하게 그러쥐었을 뿐임.
코니
“코니! 나 잊지 말아줘.”
“ㅇㅇ? 당연히 안 잊지! 내가 널 왜 잊어!”
“진짜로. 잊지 마.”
올망졸망한 네 눈에 조금씩 눈물이 고이는걸 본 코니는 허리를 젖혀가며 호쾌하게 웃다가 이윽고 뒷머리를 긁적이며 표정을 굳힘. 널 봤다가 바닥 봤다가 다시 널 봤다가 하늘 한번 보고, 그렇게 눈알이 바쁘게 굴러갔음.
“어…. 혹시 내일 벽외조사… 때문에 그래?”
아무 대답 없는 것이 일종의 대답인걸 바로 알아챈 코니는 조심스럽게 너 바로 앞까지 다가가서 널 조심스럽게 끌어안음. 분명 처음 봤을 때는 너보다 작았는데 어느새 너보다 머리 하나는 훌쩍 더 커버린 코니였고, 코니는 차분하게 네 뒤통수를 쓰다듬어 줌.
“넌 강해.”
나긋하게 들려오는 코니의 저음에, 넌 가만히 코니 가슴팍에 고개를 파묻었음.
라이너
“나 잊지 마, 라이너.”
“아,... 어? 뭐라? 뭐라고 했나.”
“잊지 말라고. 나 잊지 말아달라고 했어.”
“절대 잊지 않는다.”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담담히 말하는 라이너의 모습에 넌 포근함을 느낌. 얘는 내가 지금 무슨 심정으로 잊지 말라는 말을 하는건지 알기나 할까 싶은 너는, 여기서 더 이상의 푸념을 늘어놓기 보다는 그냥 침묵하는 걸 선택했다. 아니, 조금이라도 대화를 더 하고 싶어서 새로운 대화 주제를 꺼내려던 참에,
“애초에 널 잊을 일이 생기지 않을 거야.”
“응?”
“넌 항상, 언제나, 웃으면서 돌아왔으니까. 내일도 마찬가지겠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뭔가 어디 나사 하나 빠진 듯한 표정이었기에 넌 좀 혼란스러웠음. 눈치가 진짜 없는 건가 아니면 소름끼칠 정도로 빠른 건가. 아무튼 좀 평화로워진 너임.
“근데 내가 웃으면서 돌아오는 건 어떻게 알았어?
최대한 진지해 보이려고 터져나오는 웃음을 진짜 억지로 참았는데.
라이너는 뜸을 들이다가 널 흘긋, 1초 남짓 짧게 흘겨보며 또 바보같은 모습으로 대답했다.
“어디 가서 눈치 없다는 소리는 안 듣거든, 내가.”
약간... 보다 좀... 꽤 많은 캐붕 있는듯
고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