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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국철학에서의 천의 개념은 종교적 의미, 정치적 의미, 도덕적 근원 등의 의미가 있다. 고대 원시 사회에서의 인간들은 특히‘나’라는 존재의 문제, 즉 인간 존재의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이는 곧 이 세상에서 인간 존재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 다시 말하면 인간이 이 우주에 살고 있는 존재의 하나로 인식하는 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인간계와 자연계를 주재하는 초월적 존재를 생각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고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관념이며, 특히 동양에서는 이것이‘천天’이라는 개념으로 정립되었다. 이 천이라는 개념을 인간과 연결시켜 인간의 존재 근거를 삼았던 것이다.
‘천天’이라는 글자는 사람의 머리 위를 의미한다. 이 천에 대해 고대인들은 여러 가지 명칭으로 불렀다. 첫째 하늘 높이 있는 주재자라는 의미의 황천皇天, 둘째 만물의 생장에 관심을 가진 인자한 존재라는 의미의 민천旻天, 셋째 사람을 내려다보며 감시하는 신령스러운 존재라는 상천上天, 넷째 끝이 없는 원기元氣라는 의미의 호천昊天, 다섯째 하늘의 색깔이 푸른 색을 띄고 있음에서 창천蒼天이라는 것 등이다. 이러한 개념은 대체로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그 한 가지는 인간계와 자연계를 포함한 전 우주를 주재하고 지배한다는 주재적, 절대적인 천의 개념으로, 황천, 민천, 상천이 이러한 의미에 속한다. 다른 한 가지는 의식이 없는 자연적인 천의 개념이다. 호천과 창천이 이에 속한다.
천이라는 관념은 이렇게 주재적, 절대적인 의미와 자연적인 의미로 혼동되어 쓰여 왔으나, 고대 사회에서는 이 중에서 특히 주재적, 절대적인 의미로 주로 사용되어 왔다. 중국 고대사회에서 천의 관념은 대체로 주周나라 때부터 중요한 개념으로 부각되었고, 그 이전의 은殷나라에서는‘제帝’또는‘상제上帝’라는 관념이‘천’과 같은 절대신의 권위를 지닌 존재였다.‘제',‘상제’는 부족 연합국가의 성격이 강했던
은나라에서 은 부족을 수호해 주는 조상신이었으며, 또한 여러 부족들의 각기 다른 부족신 가운데에서 최고의 권위를 지닌 존재였다.
주나라의 건국이‘하늘의 뜻’, 즉 천명天命에 의한 것이었다고 정당화 하였다. 이 때부터‘천’은 절대적 권위를 지닌 존재로서, 단순한 종교적인 숭배의 대상에서 벗어나 정치적 차원으로 확대되었다. 이렇게 정치적 차원으로 확대되어 나온 것이 바로 ‘천명사상’이다. 천명은 곧 천이 의지적意志的으로 표현되어 인간의 행위를 판단하는 근거로 작용하였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주나라에서의 천명은 일정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천명을 받은 통치자의 도덕성에 따라 변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이로 인해 천명이 정치적인 측면에서 도덕적인 측면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천명은 구체적으로 민심의 향배를 통해 나타난다는 생각에서 맹자는 이것을 민본사상民本思想으로 발전시켰고, 이에 입각하여 덕이 없는 임금은 이미 천명을 잃어 자기 권력의 정당성을 잃었으므로 방벌放伐해야 한다는 혁명사상을 전개시켰다.
천에 대한 정치적 이해는 가족관계의 이해와 결합하여 ‘천자天子’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천자란 하늘의 의지를 대표하여, 이 세상을 다스리는 하늘의 대리인이거나 아들이라는 의미이다. 이처럼 종교적, 정치적 관점에서 천을 이해하여 인격적이며 의지적인 존재이자 인간의 화복禍福을 주재 섭리하는 존재로 파악하는 것은 서주西周 이래
춘추전국시대에 이르기까지의 보편적인 사고였다. 천에 대한 권위가 붕괴되어 가고, 또 인류의 경험의 축적과 지식의 발달로 원시적이나마 자연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가능해지고
제자백가諸子百家가 일어나면서 천 관념은 다양한 모습을 띠게 되었다.
유학에서는 천을 절대적인 숭배자 보다는 인격적인 모습을 지닌 도덕적 존재로 파악하였다. 즉 천이 인간세계에 통치자의 권위만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 개개인에게 도덕성을 부여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러한 점은 공자가 “하늘이 나에게 덕을 주었다”(논어, 술이)라고 하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 이는 천 중심의 세계관으로부터 인간 중심의 세계관으로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공자 역시 이전의 주재적이고 절대적인 천의 관념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였다. 공자에게서 천은 인격적인 모습과 자연적인 모습을 모두 갖춘 개념이었다.
맹자의 중용에서는 천이란 우주 만물의 근원적인 존재로서 우주 자연의 운행질서를 총괄하는 것으로, 인간의 본성은 이러한 천으로부터 나왔다는 것이다. 즉 인간과 인간 존재의 근원인 천이 성性을 매개로 통한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천으로부터 부여받은 본성의 자연스러움을 그대로 따르게 된다면 각 개인이 생활하는 데에 마땅히 실천해야 할 기준이 있게 되며, 바로 이것이 도道라는 것이다. 이 같은 도덕적 천 관념에서 천은 순선무악純善無惡한 존재이며, 쉬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매우 성실한 존재가 된다. 그러므로 이러한 천에서 부여받은 인간의 성도 착할 수 밖에 없다는 ‘성선설’이 맹자에게서 나오게 되었다.
천에 대한 도덕적 이해와 달리 순자에 이르러서는 철저한 자연적 또는 기계적 의미로서의 천 이해가 등장한다. 본래 천을 도덕과 관계 없는 자연변화 자체로 이해한 주된 흐름은 노자와 장자로 대표되는 도가의 기본 사유였다. 그러나 순자는 성악을 기본 주장으로 삼고 도덕 근원으로서의 천을 부정함으로써 이상적인 사회를 이루기 위한 인간의 의지적 노력을 강조하며 인문주의 철학을 구성하였다. 그는 인간이 자연으로서의 천을 극복해야 한다고 까지 주장하였다.
한대漢代에는 동중서에 의해 천인상관설天人相關說이 대두되었다. 천인상관설은 사람의 일은 하늘의 감시 속에 놓여 있으며 사라의 일이 잘못되면 재앙을 통해 미리 경계하도록 일러준다는 것이었다. 이에 비해 왕충은 도가적 사유에 기초하여 유물론적 천관을 전개하기도 하였고, 송대宋代에 이르러서는 이기론의 전개를 통해 천을 형이상학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주희(주자)는 "하늘이 사람과 만물에 부여하는 것은 명이며, 사람과 만물이 하늘로 부터 부여받은 것은 성이다”라고 하여 천명과 인성을 구분하면서,‘성이 곧 리(性卽理)’라는 입장에서, 잘못되기 쉬운 인간의 욕구와 구별하여 인간의 도덕적 본래성을 나타내기 위해 천리天理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청대淸代의 왕부지는 다시 기氣 철학의 입장에서 천을 '저절로 그러한' 자연현상으로 이해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천의 개념은 종교적 의미에서 시작하여 정치적인 의미로 발전하였고, 도덕의 근원으로 심화되어 성리학을 통해 철학적으로 발전하였다. 그리하여 천은 우주만물의 변화의 근원자이며, 동시에 도덕의 근원으로 이해되는 중요한 개념이 되었다.
내용출처 : [기타] 유학사상(성균관대 출판부,1998)